[칼럼]일상과의 적당한 거리, 그리고 여유

장미진(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


하는 일이 문화에 관한 것이라고는 하나 그것이 구체적으로는 '정책'이다 보니, 접하는 책이나 글들이 대체로 재미하고는 거리가 멀다. 물론 향기롭다는 형용사와는 더더욱 관계가 없다. 일상이 그렇게 이루어지니 사람도 이상해진다. 어떤 일을 접할 때, 우선 분석부터 하려고 든다. 구체적인 현상은 어떠한 것이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를 위한 개선책은 있는지, 분명한 대안이 없는 것이라면 분석의 가치가 없다는 그럴싸한 형식으로 사고가 이루어진다. 물론 태생이 그리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사람이어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상당히 고되고 힘들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분석적 방

법론이 우선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버거운 일상에서 시 한 구절을 접하게 되었다. 오래된 친구의 소식과 함께 온 것이다. "깊이 사귀지 마세/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가벼운 정도로/사귀세/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작별을 하세/어려운 말로/이야기하지/않기로 하세/너만이라든지/우리들만이라든지/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같은 말들은/하지 않기로 하세......" 조병화님의 <공존의 이유>이다.

작은 일들에 매달려 싸우고 헉헉대고 그러다가는 눈흘기고 외면하는 지금까지의 생활이 '악수하기에도 벅찬 짐'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은 가볍게, 홀가분하게 바라볼 수도 있었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몰아 부친 것은 아니었는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너무 치대면 무겁게 느껴지는 법인데, 사랑스런 우리의 일상을 일방적으로 닥달해 댄 듯한 느낌이다. 이해와 수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듯하다.

이러한 생각의 여운이 손에 든 여러 서류뭉치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 문화관광부에서 발표한 공연예술에 관한 주요시책에 관련된 문건들이다. 전문예술법인·단체에 증여세 및 상속세가 면제되었다는 것과 공연사업자가 신용보증을 통해 정책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등이 핵심이다. 그밖에도 몇몇의 제도적 지원, 완화 정책이 발표되었다. 순간적으로 눈에 힘이 들어간다. 이러한 일련의 제도가 갖는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판단하고 분석해야 한다. 혹, 지나치게 산업화의 개념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화마인드가 없는 일부에게 경제적 가치로만 공연을 판단하게 하는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닌지, 혹은 정책적 기준을 너무 풀어놓아서, 적당한 보호나 견제가 부족한 허약한 구조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부정적인 나의 생각과 같은 의견을 표시한 글들이 만만치 않게 많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아까 접한 짧은 싯구 때문일까. 다른 생각들이 꿈틀거린다. 지나친 산업화를 걱정하기 전에 산업적 구조를 바로 세워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일련의 정책으로 우리 공연예술계가 기본적인 시장구조를 획득하게 되지 않을까. 예술단체에 증여세나 상속세가 면제됨으로써 민간 지원이 훨씬 활발해질 것이다. 정책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다면 예술단체의 자금 확보에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부는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에만 1,000억 원을 운용하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그중 단 1%만이라도 공연에 투자된다면 아니 좋을 수 없다. 정책의 긍정적인 영향을 먼저 보고 싶다. 정책이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므로, 조금은 시간을 두고 그 진행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식의 작업을 한 동안 계속한다면, 금치산자로 취급되거나 아니면 지나친 낭만주의자로 몰려 다시는 글을 쓸 기회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책상이 없어질 지도...... 그러나 오늘은 이런 나의 여유가 아주 마음에 든다. 두터운 외투를 벗어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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