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copyleft 대자보]
국민과 인권시민단체들의 큰 기대와 성원속에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가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된지 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한지 5개월여 지났지만 여전히 인권위는 비공개적 업무진행과 1천 5백여건의 수많은 진정사건 중 울산구치소 수감중 의문사한 구승우씨 수사의뢰 1건, 제천장애인 차별사건에 대한 미지근한 구제조치 1건이라는 저조하기 짝없는 인권구제활동을 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인권위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조속한 해결방안 모색을 통해 인권위가 인권피해자들의 구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촉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 1주년 기념 인권사회단체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30일 오후 2시 30분부터 종로성당 3층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이주영 인권인동사랑방 <인권하루소식>편집장, 한상희 건국대 법대교수,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가 발제하고 유시민씨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아래는 각 발표에 대한 내용을 간략히 설명, 정리한 것이다.
인권위, 민주적 절차 어디로 사라졌나?
발표1 국가인권위 운영 및 활동에 대한 평가
이주영(인권운동사랑방, <인권하루소식>편집장)
이 편집장은 새로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가 빠르고 효과적이며 값싼 구제절차를 제공, 인권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국가기관에 권고해 인권침해를 방지해야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애초 인권위원장 선발 등 인선기준과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약속했던 청와대의 발표와는 달리 인권위 구성단계부터 시민사회원칙인 '투명성'이 실종되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인권위는 사업내용과 방향설정 과정에서 민간단체와의 파트너쉽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사업계획과 진행으로 비민주적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 편에서 그들의 권리를 옹호해야할 인권위가 진정인,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는 여느 국가기관과 다를 바 없이 관료적이란 지적과 동시에 1천 5백여건에 진정 건들 중에 조사 착수에 이르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며 피해당사자들은 아무런 인권위의 답변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인데 이것은 인권위의 조직정비가 늦어짐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인권위의 의지부족과 관료적 마인드가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위의 주요활동을 평가했는데 가장 중요하다 말할 수 있는 인권침해, 차별 조사 및 구제활동은 현저히 적어 평가하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편집장은 제도적 한계를 안고있는 인권위가 인권지킴이로서 최대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인권위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요구되며,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국민감시와 시민단체의 비판으로부터의 인권위 활동 '공개'가 정답이라며 발제를 마쳤다.
인권위는 '법해석 기관'이 아니다!
발표2 국가인권위의 제도적 한계-법·시행령을 중심으로
한상희(건국대 법대 교수)
한상희 교수는 인권투쟁의 최전선에 있어야할 인권위는 법해석 기관이 아니라 인권존중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패러다임을 창조해나가는 기관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제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가 자발적으로 인권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인권위 출범이 아니라 인권운동가들의 강권에 떠밀려 위원회 창설이 이루어진 만큼 현재 위원회 활동은 기존 국가기관과의 타협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한 교수는 인권위 활동에서 법률적 제한에 부딪힐 때 '인권신장'을 위해 사법부에 합당한 법률제정 및 개정을 제시하고 요구해야 마땅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해 위원회의 조사활동이 현장조사와 배치되는 서면주의를 원칙으로 진행되는 것이 위원회의 적극적 인권신장 활동에 걸림돌이라 지적했다.
법조계 관련 인사가 다수 포함된 현재 인권위의 구성이 인권위가 인권보호라는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법해석 기관으로 전락한 이유라고 근거했다. 한 교수는 인권위의 중심은 인권운동의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로 구성되어야하며 법률전문가는 현장출신의 인권위원을 보좌, 자문하는 역할이 적당하다고 덧붙혔다.
한교수는 이러한 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위원회 발족을 가능케했던 민주화세력 즉 인권단체와의 인권공동체 형성뿐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현재 회의비공개를 인권위가 안고있는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법적으로 명시된 공청회, 청문회를 매 진정사건이 있을때마다 '개인의 인격, 명예훼손'에 위배되지 않는 조건에서 공청회 형식을 도입하는 것도 공개적 운영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책상에 앉아 제천장애인인권문제 서면처리 말도 안된다!
발표3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사건 처리에 관한 견해 -제천시장 장애인 차별사건- 김용익(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26일 보건소장에 임용되기를 희망했던 이희원 당시 제천시 의무과장에게 심한 장애인 차별적 발언을 하고 인격모독, 장애인이란 이유로 보건소장 임용기회 박탈을 자행한 제천시장 장애인 차별사건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 사건진정인으로서 참가, 담당 행정부처에 관해 지나치게 소극적 태도를 취한 인권위에 대한 실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과연 인권위에서 장애인 인권에 대해 책임성 있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움을 표출한 김 교수는 "진정인으로서 인권위에게 구제를 받은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며 철저한 현장조사없이 인권문제를 서면으로 처리하는게 말이되는 것이냐며 인권위의 적극적인 현장 조사와 민원해결을 강력히 요구했다. 김 교수는 또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종이호랑이인 인권위를 제천시장은 무시하고 조롱하고 있으며 인권위의 권위는 무너져버렸다고 증언했다.
마지막으로 제천 장애인차별 사건에 대한 미흡한 인권위 활동에 강한 실망과 동시에 인권위의 이런 운영방식이 비판받아야 하고 건강한 비판 속에서 인권위가 소외받는 자들의 인권회복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개적 운영만이 인권위가 거듭날 대책
인권·법제도·국가기관 - 국가인권위원회의 행정운영을 중심으로 이창수(새사회연대 대표)
이 대표는 기존 국가기관들의 합법적인 폭력성을 인정하고 이를 제어할 '자성의 장치'인 인권위의 행정운영의 경향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가장 반권위적이고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위원회'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인권위가 이상적인 위원회와 사무처의 관계정립을 통해 발전해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의사결정과 집행이 분리되어있는 인권위를 지적하며 인권위원이 실질적으로 집행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앞서 발제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인권위의 비공개 업무활동을 비판하며 "인권위활동이 법률적인 국가기구로 전락하지 않고 본래의 인권기구로 제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인권회복을 갈망하는 관련 시민단체와의 연대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적 테두리속에서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인권위는 현장에서 억압받는 소외계층을 구제하는 살아있는 인권위가 아니라 단지 문서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작 참가해야할 인권위위원장은 오지않고... 덕담식 인권위답변에 객석만 답답
발표가 끝나고 있었던 객석 자유토론 시간에서는 몇몇의 현장 인권활동가들의 이번 토론회에 참가한 최영애 사무총장, 곽노현 인권위원, 유시춘 인권위원을 향해 비판섞인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장애인 인권문제, 구치소 내 의문사 문제, 인권위 회의 공개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 질문내용인데 반해 인권위는 '충분히 공감한다. 이번 토론회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이겠고 반영하겠다'식의 뻔한 대답만 토론회에 참가한 위원들이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운동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항상 인권단체들의 현실적인 지적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둥 덕담식 대답만 들어왔다. 더 이상 이런 대답을 믿을 수 없기에 우리는 보다 구체적인 약속을 원하는 것이다"라고 대응했다.
곽노현 인권위원은 "창피한 말씀이지만 시민단체등의 비판을 토대로 인권위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할지 많은 인권위원분들과 토의한 적이 없다"라고 밝혀 인권위 내부의 '인권'에 대한 마인드와 활동 의지를 의심하게 했다.
마지막 정리시간에서 토론회 참가자 유시민씨는 "토론회에 정작 참가해야할 인권위 위원장을 비롯한 핵심인사들은 참가하지 않은 것 같다"며 "발제문과 토론회 진행을 담은 비디오 테잎이라도 인권위원에게 보내 소통의 활로가 넓어지고 인권단체와 인권위간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해 토론회 참가자들의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그는 이번 새사회연대 측이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인권위에 공문을 보내 공식 발제자 참가를 요청했지만 짧은 준비기한을 이유로 거부했다는 발언을 듣고 무엇보다 열려있어야할 인권위가 관료주의적 다단계식 의사결정구조를 벌써부터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번 토론회는 많은 인권운동가들의 기대와 소망속에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제 역할을 짚어보고 인권위 활동의 한계로 지적되는 법률적 문제, 나아가 법 테두리 안에서도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인권위의 소극적 자세등을 지적하는 자리였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인권위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진정한 인권지킴이로 거듭나기위한 방법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인권공동체형성이라고 의견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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