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10명 중 6명은 근육과 관절 이상을 증상으로 하는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고, 10명 중 2명은 손 떨림 증상을 보이는 등 건설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이 심각히 위협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질환은 업무 특성상 중량물을 운반해야 하고 소음, 시멘트 노출 등 다양한 유해 위험요인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10명 중 1명은 아예 의료보장 혜택조차 받지 못했고, 대다수의 공사현장이 작업환경측정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건설노동자 건강실태 '최초' 조사결과
이 같은 사실은 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과 노동건강연대가 전국 20여개 지역, 22개 건설직종의 건설노동자 1,020명을 대상으로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건설일용노동자들의 평균연령(40.6세)이 갈수록 고령화 되어 근력감소와 만성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이러한 유해요인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심각성을 부각시켰으며, 무엇보다 건설일용노동자들에 대한 최초의 실증적 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23일 건설연맹과 노동건강연대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건설노동자 건강실태와 발표 및 산업안전보건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건설산업안전관리의 제도적 틀에 대한 고민을 심도 있게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직업병 유발 가능성 큰 다양한 유해 요인에 노출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건설노동자들은 다양한 유해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는데, 중량물 운반에 따른 근골결계 질환을 앓고 있는 노동자가 61.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특히 조적공·도장공과 석공은 87.7%, 85.3%가 이 질환을 겪고 있었다. 또한 미장공 도견출공은 시멘트분진이 목공, 제관공, 배관공 등은 진동공구에 의한 노출이 심각했다.
이에 따라 역시 직업마다 여러 가지 형태의 질병으로 나타났는데 직종별로 증상을 살펴보면 호흡기(3개월 이상 기침)이상은 도장공, 목공에서 피부증상(발진, 가려움, 통증)은 방수공, 조적공에서 청력저하는 석공과 타워크레인 기사에서 많이 발생했다.
또한 건설일용노동자는 직무요구도와 직무재량도가 모두 낮은 수동적 집단이며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고 직업불안정성이 높아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심혈관계, 근골격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장공, 석공 등은 대부분이 근골격계질환
연구결과를 발표한 권영준 노동건강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전체적으로 근골격계 증상은 건설현장의 특성상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중량물 운반'이 가장 큰 원인이며 직업성 질환의 가능성이 가장 큰 질환임이 이미 여러 문헌에서 증명되었다"며 "직업성 질환 실태 조사 및 작업환경 평가가 정기적으로 실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분석에 따르면 99년 한 해 동안 건설노동자의 업무상 질병 발생비율은 전산업 종사자의 1/5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일본에서는 매년 600명이 발생한다는 직업성 진폐 발생 수가 불과 1명에 불과했다.
업무상 질병이 일반건강검진이 아닌 특수건강검진에 의해 주로 발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건설노동자들이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수건강검진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함을 반증하고 있다.
감추고 속이는 산업안전 실태
실제 건설노동자의 35.4%는 산업재해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산재보험 처리가 된 것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5%이었다. 산재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절차를 모르거나 어려워서(33.1%), 사업주가 날인 거부해서(24.9%), 원하청이 서로 책임을 회피해서(17%) 순으로 응답했다. 또한 기본적인 안전보호장비인 안전화에 대한 지급율은 절반을 겨우 넘는 57.8% 였고 안전모도 도장공이나 타워크레인 기사의 경우에는 역시 50%를 조금 넘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강호연 건설연맹 산업안전국장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재보험적용 요건이 건설업 규모 300㎡미만, 공사금액 2,000만원 미만 등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대한건설협회 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박사는 "건설현장에서는 진폐보다 '은폐'가 더 무섭다" 라며 "공사물량의 적격심사 요건에서 산재발생 횟수가 추가되면서 공사물량을 할당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건설업체가 안전요건을 강화하기 보다 오히려 산재를 은폐하고 있다"면서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안전과 건강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나 제도가 뭐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장시간 노동(30%), 저임금(19%), 불법하도급(19%)순으로 꼽았다는 것이다. 막중한 노동강도에도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던 것이라 하더라도 '불법하도급'이 안전을 위해 해결해야 문제의 공동2위로 꼽힌 것은 중층적 하도급 구조에 따라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 소재를 서로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보건관리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이번 토론회를 기획한 노동건강연대 최은희 간사는 "건설노동자를 포함한 건설일용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관리 계획은 정부차원에서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검진이나 산업안전 등에서 절대적으로 취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관리제도 마련을 위한 정부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안전공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를 반영해 건설일용 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관리와 산업안전관리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 참가한 한 네티즌은 본 <워킹보이스>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건설노동자 문제는 원초적으로 건설노동자가 그 기능에 걸 맞는 사회의 정당한 대우를 못 받고 있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건설노동자 건강 문제도 마찬가지구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설노동자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동안 아니 몇 십년 동안 건설노동을 하는 명실상부한 노동자로서 대우 받아야 합니다"
워킹보이스 김경란 기자 eggs95@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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