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도 극우파 바람 몰아치려나

극우정당 영국민족당(BNP)의 약진과 인종 분쟁
배정원 [wales14@hanmail.net]

지난 5월 2일에 치러진 영국 지방의회 선거에서 영국인은 그 누구도 극우파인 영국 민족당(British National Party)이 3석이나 차지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 후보가 사회당의 조스팽을 누르고 2위를 차지하는 등 유럽각국에 극우파 바람이 불면서 영국의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은 가졌지만 막상 선거결과 BNP가 3석이나 차지할 줄은 전혀 예상밖이었다. BNP가 번리(Burnley)지역에서 3석을 차지하고 올덤(Oldham)지역에서도 의석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30%에 가까운 득표율을 차지하는등 선전헀지만 가디언지의 줄리언 글로버기자가 지적한대로 전체적인 컨텍스트에서 본다면 그리 염려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

전체 5482석의 지방의석 가운데 BNP는 도합 68명의 후보를 냈고 그중 3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BNP가 수도인 런던의 루이샴(Lewisham) 지역이나 타워 함렛(Tower Hamlets) 지역에서 의석을 차지했더라면 그 여파로 극우파의 바람을 전국적으로 불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영국 북서부인 번리와 올덤에서의 BNP 약진은 지역적 특색이 많이 작용했다는 것이 영국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지역은 영국전체 실업율인 11%의 두배가 넘는 실업율이 27%나 되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지역이고 지난해 아시아계와 백인 청소년 사이에 인종분규가 일어난 지역이다. 백인 청소년이 아시아계 택시기사에게 집단 폭력을 행사해 인종 분규가 사흘간이나 지속되었다. BNP는 이번 선거에서 이런 상황을 이용해 아시아계등 소수민족에 대한 백인주민의 적개심을 조장해 선거운동을 펼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BNP는 난민 유입방지, 이민 불허등 반이민 정책을 표방하고 ‘백인만의 영국’을 만들자는 극우파 정당이다. BNP는 또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나 독일과 마찬가지로 영국은 그동안 난민 문제가 각 정당 간에 ‘뜨거운 감자’ (Hot Potato) 즉 민감한 사안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이슈 중의 하나였다. 2001년 한해만 해도 영국에서는 12만명이 난민 신청을 하고 그중 5만 5천명 정도가 난민으로 인정받아 체류 허가를 받았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두차례나 난민및 이민법을 개정하고 오는 8월에 시행한지 2년만에 개정을 한다. 다수 여당인 노동당의 이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난민들을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이런 이면에는 엄청난 수의 난민유입으로 인해 영국인들 사이에 과대한 정부지출의 재정적인 이유와 장기적인 노동시장의 침식을 우려한 여론의 압력을 들 수 있다.


1951년 유엔 제네바 난민 협정에 서명한 국가의 하나인 영국은 난민 신청자에게 신청 심사 결정시까지 주거비와 생활비를 보조해왔다. 프랑스는 난민 신청자에겐 6개월간 주가비와 생활비를 지불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작년 영국과 인접한 프랑스 칼레에서 유로 터널의 기차편이나 운송 트럭을 이용해 많은 난민이 영국으로 넘어오려는 시도가 빈번해 영국과 프랑스가 국경 관리 문제로 인해 잠시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작년에는 스코틀란드 글라스고우에서 난민들과 지역주민 사이의 충돌로 난민 한명이 칼에 찔러죽는 사건이 있었다. BNP는 이러한 반이민 국민정서를 교묘히 이용해 선거전략으로 인종 충돌을 배후에서 조종해왔다.

인종 관계법(Race Relation's Act)이 1977년 제정된지 25년이 지난 지금 영국의 인종차별 문제들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소수민족은 여전히 여러 가지 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수년전의 BBC 라디오 방송(Radio 5)에 의하면 백인 ,흑인, 아시아계 중에 3분의 일 이상이 5년전보다 현재의 인종차별 문제가 훨씬 악화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의 영국 정부발표에 의하면 흑인과 아시아계의 실업율이 20%를 상회하는데 이는 백인의 실업률의 두배가 훨씬 넘는 숫자이다.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흑인중 6면중 1명이 실업자이며 감옥에 있는 숫자도 고등학생, 대학생의 숫자를 앞지르며, 어느 영국 범죄관련 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인종에 대한 동기로 발생한 사건만도 20만건이나 된다고 한다. 물론 수감되어있던 흑인이 경철관에 학대로 죽거나 상처를 입었다고 밝혀져 큰 보상을 받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단일 민족인 한국의 지방선거와는 달리 이번 영국의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BNP의 약진이 인종 분쟁과 연관이 있다.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미온적인 난민정책에 불만이 많은 일부 지방의 유권자들이 불만 표시로 BNP에 동정표를 던졌다는 분석도 있다. 수상인 토니 블레어는 BNP의 지방의회 진출을 염려하여

‘유권자들이 BNP보다는 차라리 야당인 보수당에 표를 몰아주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이것은 마치 프랑스의 사회당이 유권자들에게 2차 투표에서 극우파인 르펜에게 투표하느니 차라리 우파인 시라크에게 표를 찍어 주라는 점과 일맥 상통한다고 하겠다.

93년 창당하고 이전 지방의회 의원을 배출시키 못햇던 BNP가 비록 이번 선거에서 3석을 차지하는 약진을 했다하더라도 중앙무대인 영국 의회로 진출하기는 당분간은 힘들 것이다. 영국은 여전히 양당제이다. 물론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이 있지만 의석수는 불과 40석에 불과하다. 독일과는 달라 영국의회엔 반세기의 역사를 가진 녹색당은 의석이 한석도 없다. 영국언론도 BNP가 전국정치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당분간은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영국인들이 총선에서는 BNP를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근거는 영국에서도 좌파인 노동당과 우파인 보수당이 공존하지만 극좌나 극우를 피하는 영국인의 국민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극좌나 극우를 배제하는 영국 정치의 흐름을 한국정치가 받아들일만 하다고 본다. 좌파이면서 중도 우파를 지향하고 ‘제 3의 길’을 선택한 노동당의 변신에서 배울점 또한 많다. 정치개편을 대의명분으로 현재 노무현 후보가 추진하고 있는 신민주 대연합은 성격상 중도 우파가 될 것이다. 중도 우파가 반드시 정답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차선이고 한국 정치멘탈리티로서는 무난한 정치패러다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기반위에 민노당, 사회당등 진보당들이 정착할 수 있는 정치풍토와 토양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번 BNP의 영국 지방의회 진출로 일부지방에 한정되지만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차별과 분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인종 평등의 다민족 다문화간의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추구하려는 영국 노동당 정부의 정책이 실패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 필자는 현재 영국 웨일즈 난민협회에서 난민들의 직업훈련과 교육에 관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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