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규탄 결의대회 (서울지역04.26 서울지방법원 앞) [사진copyleft:워킹보이스]
4월26일은 체르노빌 핵폭발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러시아 공식 자료에 따르면,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자는 343만명에 달하고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백혈병이나 암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또 해마다 이날이면 악명 높은 체르노빌바이러스(일명 CIH바이러스)가 마치 원폭의 후유증처럼 극성을 부린다.
그런데 4월26일의 또 다른 '참사'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지난 96년 4월26일 대법원은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후 10만명에 달하는 학습지 교사들은 1년 단위의 계약기간 내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4대보험의 혜택에서도 제외되어 왔다. 이 판결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학습지 사업장 전반에 퍼져 '학습지 교사의 노동자성'을 무력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전국학습지사업노조(위원장 이소영)는 대법원이 문제의 판결을 내린 지 6주년이 되는 날을 맞아 서울지법 앞에서 "대법원 규탄 결의대회"를 여는 한편 전국 24개 지방법원 앞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를 가졌다.
지시 받고 감독 받으며 해고되는 '사장들'
학습지 교사는 취업규칙에 의해 선발되어 지국에 배치되면 회사(지국장)에 의해 정해진 회원 집(교실)을 방문해야 하며, 주 1회 방문하지 않을 때에는 계약 해지의 요건이 된다. 또한 이사를 오는 회원이 있을 경우에도 관리 지역에 속한 집인 경우에는 무조건 인수를 받아서 관리를 해야 한다.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지국장 등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감독을 받고 회사에 의해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된다. 즉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대법원은 96년 4월26일 다음과 같은 판결로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였다.
"위탁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회사가 위탁자의 지위에서 행하는 최소한의 지시나 교육을 받는 것이거나 위탁계약의 의무이행 과정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일 뿐이며 사용 종속적 관계에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한 마디로 '위탁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이유 때문에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실적이 모자라면 계약해지 되고 관리자의 지시 아래 복장까지 제한 받는 웃기는 '사장님'이 되었다.
학습지 교사들은 골프장 경기보조원이나 보험모집인 등과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이다. 회사는 학습지 교사의 불안정한 지위를 이용하여 사업소득세를 내게 하고 있으며, 사회보험도 개인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금도 없고 일하다 다쳐도 본인이 처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모성보호 역시 적용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임신을 하고도 회사에서 회원방문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금방 취하지 않을 경우 유산을 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000년에 수원지역에서 임신 7개월 된 교사가 관리를 다른 교사에게 인계하지 못하여 유산하기도 했다.
4.26판결 이후 봉쇄당한 단결권
그 날의 판결은 학습지 노동자의 족쇄 ..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노동자로서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아 노조설립 자체가 어렵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99년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이 '재능교육교사노조'를 설립하고 신고필증을 받기까지 보통 3일이면 되던 것이 무려 43일이란 시간이 걸렸다. 학습지 교사들이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한 전국학습지산업노조 대교지부는 2000년 9월 대교교사노조를 설립했으나, (주)대교 내에 가입범위가 중복되는 (주)대교노조가 있어 복수노조라는 이유로 설립신고가 반려되었다. 이에 대교 교사들은 초기업노조인 학습지노조에 다시 가입하고 대교지부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들은 학습지노조의 지부로서 여러 차례 (주)대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청하였으나 회사는 여전히 노조 지부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합원들에게는 탈퇴를 강요하고 조합 간부들은 모두 계약해지를 했다.
그러자 학습지노조는 지난해 2월 (주)대교를 상대로 '단체교섭응낙가처분'을 서울지방법원에 냈으나 법원은 5개월이나 지난 7월 "피신청인 회사(대교)의 위탁계약직 학습지 상담교사들이 노동조합법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사건 기록에 제출된 소명자료들만으로는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기각했다.
법원 앞 규탄집회에서 만난 대교지부 서울지회 준비팀장은 "지역 4개 분회 가운데 충청을 제외한 경남, 부산, 대전 등 3개 지회장 모두가 계약해지 됐다"며 "지난 7월의 서울법원의 기각처분 이후로 회사는 노골적으로 노조간부를 해고하고 있고 1년 단위의 위탁계약서를 꼬박꼬박 작성하게 하면서 노조 와해와 근로자성 부정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고 말한다.
법은 노동자 편이 아니다... 학습지노조, 노동자성 쟁취 투쟁 본격화
올해 들어 중노위와 행정법원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해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면서 학습지 교사 뿐 아니라 레미콘기사, 보험모집인, 경기보조원 등이 '특수고용직 비정규노동자 노동기본권쟁취'를 주장하며 "현실에 맞는 법 해석을 하라"는 규탄의 소리가 곳곳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건설운송노조(위원장 장문기)는 노조인정을 요구하며 한 겨울에 71일 동안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을 했고 다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도 법개정을 요구하며 전국에서 규탄집회와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학습지노조 이소영 위원장은 "최근의 판결들은 '법은 더 이상 노동자편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4.26 규탄대회는 그 동안 단사별 투쟁에 그쳤던 학습지 노동자들의 법개정 투쟁을 큰 틀에서 이루어내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 만큼 앞으로 기업과 직종을 넘어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쟁취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