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문화]부산시 '부산을 빛낸 인물' 21명 선정에 대한 유감


부산시는 올해 1월 25일 20세기 이전의 '부산을 빛낸 인물' 21인을 최종 선정했다. 부산시민들과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역사의식과 애향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작년 5월에 선정위원회(위원장, 김임식 동의대 이사장)를 구성하여 자료수집과 인물공모 등의 작업을 통해 통일신라시대 해운대라는 지명을 유래케 한 대학자 최치원 선생을 포함한 21명을 최종 선정한 것이다. 또한 올해 중으로 21세기 이후 부산을 빛낸 인물도 함께 선정하여 이들의 인물사 발간, 기념관 설치 등의 사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 '부산을 빛낸 인물' 21인 중에 지석영이 포함된 것은 치명적인 오류가 아닐 수 없다. 극일운동시민연합(의장 황백현)은 1월 31일 '친일행적한 지석영을 부산을 빛낸 인물 선정에서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지석영이 비록 종두법을 시행하는 등의 공적이 있다고 해도 이토 히로부미 추도회에서 추도사를 낭독하는 등 분명한 친일행각이 있다'며 '이를 덮고 부산을 빛낸 인물로 선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이토 히로부미 추도회에서 이완용 등과 지석영이 추도사를 했다는 내용이 1909년 12월 14일자 대한매일신문에 게재되어 있다). 친일행적이 뚜렷한 지석영과 '부산을 빛낸 인물' 21인에 조선조와 임진왜란 당시에 일본의 침략에 대항해 장렬하게 항거한 순국열사들이 같이 포함된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으며, 이 사업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옥의 티' 정도로 그냥 넘어갈 일은 더더욱 아니다.

한반도에서 반외세 투쟁의 흔적이 어디 부산뿐이랴만은 부산지역은 반도의 끝 항구도시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근접한 일본을 비롯한 외세와의 최접점이었다. 부산항을 끼고 있는 부산역 앞의 거리는 왜관, 화교거리, 텍사스거리, 동남아시아인, 러시아거리 등의 변천을 겪으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부산이 얼마나 외래문화와의 부침과 갈등이 많았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부산이 국제도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측면이기도 하지만 자칫 한민족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지키지 못할 때에는 단순한 외래문화의 유입지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 경기에서 보듯이 멀쩡하게 금메달을 빼앗기고도 제대로 된 항의와 행동조차 하지 못하는 줏대 없고 자주성 없는 정부관료들과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어깨 힘주고 판치고 있는 이 땅의 현실에서 '부산을 빛낸 인물' 선정사업이 단순 기념사업으로만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작년 뉴욕의 국제무역센타에 대한 9.11 테러 이후 본색을 드러낸 광폭한 악의 축 미국의 패권주의와 전쟁, 한반도의 불안을 부추기는 미 관료들의 거듭되는 발언들, F 15 등을 비롯한 미제 무기의 구매강요 등 한민족의 자주성을 무시하는 행태에 대한 현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부산을 빛낸 조상들의 얼을 되살려 정치인과 정부관료들이 당당히 반미시위의 앞줄에 자리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단지 환상에 지나지 않을까. 올해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등의 많은 국제행사를 앞두고 한민족의 자긍심과 주체성이 더욱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일일문화정책동향 부산민예총 사무국장 서 영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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