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를 둘러싼 필사적 기술전쟁, 反노동자-민중적 저작권 보호의 극치

정보가 공개될수록 자본의 역공격은 거세진다!

김해민(노동자의 힘 회원, 과학기술자)



노동자의 힘 홈페이지(www.pwc.or.kr)에 접속해 보자. 노동자의 힘 홈페이지에
서는 기관지를 비롯한 각종 교육자료, 미디어 자료 등 디지털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이 자료들은 노동자의 힘 동지들이 '능력에 따라 생산하여'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들이다. 그리고 노동자의 힘의 홈페이지 자료는 모든 노동자-민중
들에게 열려 있고,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복사하여 볼 수 있다.
만약 노동자의 힘이 홈페이지 자료를 돈 받고 팔고, 복사를 못하게 저작권을
주장한다고 가정해 보자. 물론 자료의 가격은 이용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정하면 된다. 한번 만들어진 디지털 자료는 별 다른 노동력 없이 컴퓨터에서
복사해서 팔면 되기 때문에, 인기 있는 자료를 하나라도 만들어 올린다면 돈방
석에 앉을 수 있는 기대치는 높아진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힘의 주가(?)는 연
일 상승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불황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경제 속에서 자본가로 하여금 저작권
보호에 열을 올리게 하는 동기이다. 특히 저작권 보호 기술에 자본가들은 더
욱 매력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기술의 속성상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
에, 합법적으로 저작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경우(공정 이용인 경우) 마
저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광범위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음악과 영
화분야에서는 기술이 새로워질 때마다 저작권 보호기술들은 강화되고 있다.

자본가가 저작권 보호에 열 올리는 이유?

CD가 나올 때만 해도 복사가 자유로웠다. CD 음악은 압축기술을 이용하여 MP3
로 변환되어 PC나 다른 저장장치에 저장할 수 있었다. 이용자들은 인터넷의 냅
스터나 소리바다를 통해 서로 자연스럽게 음악파일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기술
과 음악을 향유했다. 그러나 이러한 냅스터와 소리바다 모두 거대 음반사들에
의해 고소되었으며, 지금은 음반사와 타협 중에 있다.
CD와 모양이 똑같은 저장매체인 DVD(Digital Versatile Disk)가 세상에 보이면
서 전쟁의 제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DVD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은 기존의 비디
오 테이프의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우수한 화질과 극장 수준의 음질
을 들을 수 있고, 크기는 CD와 동일하지만 영화를 1장의 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은 CD에서 MP3로 겪었던 전철을 밝지 않기 위해, DVD에는 3중 4중
의 복제 방지 장치를 해 놓았다. 지역코드는 그중 하나인데, 미국이나 일본에
서 DVD영화를 구입했을 때 한국의 DVD플레이어에서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볼
수 없게 해놓은 장치이다. 그리고 DVD영화를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하면 화면
이 흑/백으로 껌벅이거나 화면에 심한 잡음이 생기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데, 이것 역시 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매크로 비젼이라는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
이다.

필사적 DVD 복제 방지기술과 해커들

DVD에 있는 복제 방지기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DVD의 영화를 PC에 저장하
면 PC에서는 복사된 DVD영화는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는 DVD에는 CSS라는
암호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장되었지만 한때 DVD영화의 재생횟
수를 조절하는 기술도 탄생하였다. DVD영화를 처음 본 후 48시간 동안만 컨텐
츠를 재생할 수 있고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돈을 지불해야 하는 Divx가 그것
이었다.
이렇듯 새로운 DVD기술에서 복제를 막기 위한 자본의 기술 개발은 거의 필사적
이었다. DVD의 암호 시스템인 CSS는 도시바와 타임워너를 비롯한 전 세계 유
명 기업체 부설 연구소에서도 절대 풀지 못한 암호 시스템이라고 선전된 바 있
다. 그러나 1999년 MoRE(Master of Reverse Engineering)이라는 해커 팀 소속
의 16세 소년 존 요한센에 의해 이 암호는 풀리게 되었고 60K바이트 정도의 프
로그램인 CSS해독기(DeCSS)가 인터넷에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이 CSS해독기는
리눅스 시스템에서 DVD영화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용자들 스스로 DVD
구동기로 개발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말하자면 새로운 프로그램 생산을 위
해 해킹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미국 영화산업계를 총괄하는 단체인 MPAA는 미국 연방지법원에
CSS해독기를 게시한 홈페이지 2600.com의 운영진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 소송
을 제기했고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암호가 풀린 DVD 영화는 DivX라는 간단한 장치로, 마치 CD음악이 압축기술을
이용하여 MP3로 변환 가능하듯이, 압축되어 인터넷으로 쉽게 전송할 수 있게
되어 전세계 DVD영화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 DivX는 맥모리스라 불리는 해
커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Divx와는 이름은 같지만 완
전히 다른 것이다.

정보가 공개될수록 거세지는 자본의 역공격

이러한 정보가 공유되면 될수록 자본의 역공격 또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
적 재산권 제도를 더욱 강화하는가 하면, 기술적으로 복사를 막는 장치와 디지
털 저작물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추적하는 기술까지 상용화하고 있으며, 복
사 횟수를 제한하는 일회용 DVD도 개발되고 있다.
이렇듯 복제를 둘러싼 기술 전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
나 아직까지 노동자-민중들에게는 낯설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대부분의
기술전쟁의 주역인 해커들은 몇몇 그룹을 제외하고 지속적이지 않을 뿐더러,
어느 순간에는 기업주나 자본을 위한 기술 개발 첨병으로 돌변하기 일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노동자-민중들에게는 인터넷에 진
입하는 것 마저 큰 장벽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이미, 저작권은 노동자-민중의 욕구
에 맞는 공유적인 정보 생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일상 생활
을 감시하는 기술 등 반 노동자-민중적인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더욱이
노동자-민중들의 인터넷 진입이 점점 많아질수록 인터넷 속의 디지털 컨텐츠
에 대한 자본의 소유욕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소유욕은 다시 노동
자-민중을 구속하는 쇠사슬이 될 것이기에, 우리는 이 기술 전쟁을 결코 소홀
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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