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을 찢어라" 편성불가에 문화계 '발끈'


지난 4월12일 시청자참여프로그램운영협의회(운영협의회)가 진보네트워크 참세상(진보넷)에서 편성 신청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해서 '편성불가'를 의결한 이후 문화계가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제도의 본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일 "시청자참여프로그램운영협의회는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한 '편성불가' 의결을 즉각 철회하라"는 요지의 논평을 낸 문화연대는 지난 1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계속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운영협의회의 수정요구에 제작진이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프로그램 편성불가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명백한 검열행위라고 비판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제작진은 지난 2002년 1월 14일 진보넷에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를 편성 신청한 이후 1월 25일 첫 번째 수정요구사항을, 3월 15일에 두 번째 수정요구사항을 운영협의회로부터 통보받았다. 수정 요구사항은 비속어 사용, 주민등록제도가 악의적 제도라는 부분, 공무원 등장, 박정희 생가 장면 삭제(첫 번째 수정요구사항) 및 제목의 순화(두 번째 추가 수정요구사항)였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비속어 등에 대한 지적에 "삐"음 처리 및 흐린 화면 처리 등으로 요구사항을 수용하였고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영상물 내용에 관한 제작자의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면서 운영협의회의 요구사항이 부당함을 전달하였다. 또한 제목을 순화하라는 수정요구는 1차 수정요구에 없던 항목이 추가된 것이어서 제작진은 이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운영협의회는 어떠한 해명도 없이 "수정요구를 전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성불가'를 의결하였다"고 통보하였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제목이 방송심의 규정 제32조(준법정신의 고취 등)에 위배된다"는 판단이 명백히 잘못된 판단임을 입증할 전문 변호인의 의견서까지 제출하면서까지 적극성을 보였으나, 운영협의회는 이에 대한 명확한 반론도 없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편성불가'를 의결하였다는 것이다.
문화연대는 이러한 과정에 대해 "분명히 운영협의회는 영상물에 대한 검열기구가 아니며" 따라서 "신청 영상물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심의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특히 '편성불가'와 같이 극단적인 판단을 의결할 때에는 그만큼 명확한 근거제시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 "운영협의회가 스스로를 <열린채널>을 위한 운영기구가 아니라 또 다른 검열기구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시청자참여 프로그램 제도는 방송사의 눈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눈으로 담은 세상을 영상물로 제작하여 방영하도록 한 것으로 지난 2000년 2월 전격 도입된 제도이다. 운영협의회는 이 제도에 의해 편성 방영될 영상물에 대한 제반 사항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단체로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구성된 법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방송접근권을 증대하고,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보다 잘 제작되어 방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일이 제일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그러한 존재근거가 상당 부분 퇴색되었음이 증명됐다는 게 문화계의 시각이다.

시청자참여 프로그램 제도 도입 과정에 참여했던 문화계의 한 관계자도 "이번 사건을 통해 운영협의회가 시청자의 눈이 아닌 거대 방송사의 눈으로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을 재단하고, 사전 검열하는 기구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그 동안의 과정에 대한 해명과 운영협의회의 올바른 위상 및 역할 재조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성 신청을 냈던 진보넷과 지문날인 반대연대도 각각 성명을 내고 "KBS 열린채널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를 즉각 방영하고, 검열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8일(수) 오후 2시 30분부터 KBS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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