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월드컵 이상열기로 온 사회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차분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온 국민의 관심사가 대표팀의 16강 진출로 집중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는 적지 않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정정당당함'이라는 스포츠의 이상이 점차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하더라도, 16강 진출을 이룰 수 있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그래서 히딩크라는 고액 과외선생을 초빙해 수업을 받고, 아마추어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한 저변확대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소수 엘리트를 육성하는 데만 힘을 쏟아도 그 누구도 과감하게 문제제기를 하기 힘든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이런 태도들은 교육적 역효과를 양산할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다. 민생문제에 앞서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이 뉴스의 앞머리를 장식하고, 환경미화를 이유로 아무런 대책 없이 노점상을 거리에서 몰아 내도, 월드컵 당일 날 강제로 자동차 2부제를 실시하려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한다.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참배를 해도 공동 개최국이란 허울에 면죄부가 발부되는 현실이다.
문화예술계에도 '광기' 서린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대형 국공립 공연장은 예술창조와 향수 기회 확대라는 본연의 역할보다는 월드컵 기념 대형 콘서트와 이벤트에 집중하고 있다. 그나마 월드컵을 계기로 문화향수 기회를 확대시킨다던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축구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국민들을 배려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라도 마련하면 다행일 텐데, 그런 시도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TV 프로그램도 점점 더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 일색으로 채워지고, 그 통에 교양·다큐 프로그램은 설자리를 잃어간다. 뉴스 시간도 밤늦은 시간으로 옮겨질 것이란다.
시민단체가 월드컵맞이 환경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노동계가 월드컵 기간 무쟁의 선언을 하고, 대학 총학생회마저 월드컵 기념 거리 대행진을 벌이는 마당에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코리아팀 파이팅"을 외치는 광고물로 온 세상이 둘러싸인 듯한 분위기에서 이제 와서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냐고 무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개최된다고 지켜야 할 원칙들마저 헌신짝 팽개치듯 버린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방송이 공공성을 외면한 채 시청률에만 매달리고, 문화예술 기관이 문화민주주의, 예술진흥, 문화복지 같은 대의를 저버린 채 이벤트에 휩쓸릴 때, 우리의 삶은 서서히 무너져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경제적 기준에 의해 판가름되는 '성공적 개최'라는 명분과 대표팀의 16강 진출이라는 집단적 허위의식 때문에 사회적 공공성의 보루가 조금씩 훼손돼 간다면, 모르는 새 삶의 피폐함이 초래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월드컵에 열광하더라도 지킬 것은 지키자"는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진정한 월드컵 성공도 길게 보면 지킬 것을 지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진정 오래도록 기억되는 성공 월드컵이라면, 사람들에게 정정당당함의 의미와 땀과 노력과 과정의 고단함 속에서 단 열매가 열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놓치지 않고 가르쳐 줄 테니까 말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