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골라보기-울랄라 브라더스, <풀몬티>]이 영화를 벤치마킹 하라

이명인/영화평론가 proteur@empal.com
갑자기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립씽크의 달인이 된 네명의 여배우가 디스코에서부터 탱고에 이르기까지 춤의 역사를 나열하며 섹시한 몸매를 흔들어대는 것으로 위기에 빠진 나이트클럽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다고 하는 ‘버라이어티 코믹 쌩쇼’, <울랄라 씨스터즈> 시사회를 다녀온 직후부터였던 것 같다.

로버트 칼라힐이 직업소개소의 길게 늘어선 줄 속에서 도나 섬머의 ‘Hot Stuff’에 맞춰 허리를 돌려가며 스텝을 밟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던 그 장면도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풀 몬티>가 국내 개봉할 당시 한국영화는 이 영화를 벤치마킹 해야한다는 실랄한 평도 나왔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영화는 저예산에다가 번득이는 아이디어, 생활까지 녹여내는 이같은 영화의 전략을 흉내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울랄라 씨스터즈’같은 영화까지 기획되고 있는 풍족한 한국영화계가 여전히 들어야 할 말이 있다. <풀 몬티>를 벤치마킹하라.

영화는 73년, ‘발전하는 도시-셰필드’에 대한 활기 넘치는 뉴스 필름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25년뒤, 폐쇄된 철강소에는 고철을 훔치려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인다. 철강노동자였던 가즈는 실업자다.

이혼을 했고, 게다가 양육비를 대지 못해 하나뿐인 아들도 제대로 만나기 힘든 상태다. 동료들과 일자리를 구하러 다녀보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별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마을 여자들이 열광하는 나이트 클럽의 스트립쇼를 직접 재현해보자는 것이다. 그때부터 어설픈 팀이 꾸려지고, 나이먹고 배나온 중년의 댄스팀은 우여곡절 끝에 무대에 서게 된다.

<풀 몬티>에서는 쇼 장면이 그렇게 오래 나오지는 않는다. 이들은 마지막 단 한차례의 쇼를 계획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 쇼가 눈요기감이 될 만한 요소가 많은 것도 아니다.

다만 이들이 보여주는 쌩쇼는 이들의 현실 상황과 낙관적인 삶에 대한 태도가 맞붙으면서 서투른 몸짓 속에서도 힘있는 에너지를 분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보잘 것 없었던 추레한 육체가 만나 서로에 대한 자신감과 연대의식을 일깨워주며 다시 한번 스트립 노동자(?)의 탄탄한 육체로 거듭나게 되는 환희와 판타지의 순간이 연출된다.

그들이 걸치고 있던 옷들을 홀랑 벗어던지게 되자, 영화는 현실의 삶이 마련해줄 수 없었던 통쾌한 펀치를 날려준다.
[ 86호] 5.6 ~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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