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희/한국반행운동연대 간사 imjh@eco-center.org
1986년 4월 26일 구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지 16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도, 서울의 5배나 되는 땅은 ‘죽음의 지역’으로 통제·관리되고 있으며, 한때 치사 방사선 선량까지 갔던 반경 10㎞이내 지역은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돼 산림, 수질, 토질, 야생동물에 대한 특별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사고 당시 31명, 그 후로 14명’이라는 한국 핵산업계의 주장과 달리 사고복구작업에 동원됐다가 사망한 노동자만 1만5천명에 이르고 있으며, 게다가 생존자 중에서 사고복구과정에서 다양한 이유로 공식 지체장애자로 판명된 노동자만 해도 5만명에 이른다. 핵발전소에 종사하는 노동자, 사고복구과정에 동원된 노동자가 1차 피해를 받았다면, 사고 이후 어린이들은 사고 전보다 10배 이상의 갑상선암 발병률을 보이는 등 2차 피해를 받고 있으며 그 외에 주민들도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2002년 한국에서 핵에너지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가? 이미 가동되고 있는 16기 핵발전소의 방사능 위험, 노동자 및 인근주민과 주변 생태계 방사능 피폭, 온배수로 인한 바다생태계 파괴를 비롯해 송전·변전소 건설로 인한 자연생태계 파괴, 주민 생존권 억압, 양수발전소 및 심야전력이라는 이름의 불필요한 건설 및 전력제도 수립 등 수다한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지역 공동체 파괴 및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해결할 수도 없는 핵폐기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핵발전소에서 가장 위험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사고에 따른, 그리고 일상적인 방사선 피폭의 문제이다. 방사선 피폭은 적은 양이라도 DNA에 이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그 피폭량에 따라, 오랜시간 후에 혹은 단시간 후에 암 등을 발생시킨다.
한국의 핵발전소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높은 수준의 방사능 피폭을 받아 암으로 사망이 확인된 사람만 해도 12명이다. 게다가 지난 1999년 울진 핵발전소에서 노동하다 암으로 사망한 한전기공 소속 고 정광석씨의 경우는 국내 최초로 방사선 과다피폭으로 인한 산업재해로 판명됐다.
이렇듯 핵발전소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방사선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핵산업계를 비롯한 원자력문화재단은 핵발전소에선 나오는 방사선이 자연방사선과 같은 수준이라고, 노동자들에 대한 방사선안전관리는 충분하다는 거짓선전을 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온갖 말도 안되는 선전문구로 핵산업계의 이익을 옹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세계적으로 핵폐기물의 문제와 핵발전소 자체 안전성, 경제성으로 인해 핵발전소 건설이 중단되고 있는 추세임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나, 지난 2001년 독일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에서 핵에너지가 지구온난화의 대안으로 적용될 수 없음이 확인되었음에도 핵발전소가 지구온난화의 대안이라는 선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에는 핵에너지가 행복한 에너지라는 홍보를 하고 있다. 어쩌면 적은 투자로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핵에너지는 자본에게 행복한 에너지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이로 인해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어야하고, 방사능의 위험이나 핵산업의 반민중성에 대해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핵발전소에서 방사능 피폭을 받으며 노동해야 하는 것이 어떻게 행복한 에너지일 수 있는가. 생명을 담보로 이윤을 창출하는 핵산업계에게는 행복한 에너지일 수 있지만,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겐 불행한 에너지가 바로 핵에너지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는 핵에너지를 버리고 바람과 태양을 활용한 보다 친환경적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지 않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민중에게 행복한 에너지가 무엇인지 바로 봐야한다.
[ 86호] 5.6 ~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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