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002. 4. 25. 가석방심사등에관한규칙(법무부령 제467호) 제14조 제2항의 위헌여부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위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위 조항은 "국가보안법위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의 수형자에 대하여는 가석방 결정전에 출소 후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게 하여 준법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출거부는 규정뿐
헌법재판소는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준법서약서 제출요구는 "단지 가석방 적격여부를 판정하기 전에 그 정상자료를 수집하는 중간적 조치일 뿐, 그 대상자가 반드시 이에 응하도록 강제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였다고 하여 그 사유만으로 가석방이 당연히 되는 것도 아니다. … 결국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준법서약서 제출요구는 당해 수형자에게 준법서약서의 제출을 권유 내지 유도하는 권고적 성격의 중간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준법서약서의 본질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준법서약서의 제출이 반드시 법적으로 강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당해 수형자는 가석방심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준법서약서의 제출을 요구받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사에 의하여 준법서약서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 또 이를 거부하더라도 가석방심사위원회는 당해 수형자에게 준법서약서의 제출을 강제할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다. 또한 가석방이 그 법적 성격상 수형자의 개별적 요청이나 희망에 따라 행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행형기관의 교정정책 혹은 형사정책적 판단에 따라 수형자에게 주는 은혜적 조치을 뿐이고 수형자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어서, 다시 말해서 가석방은 행형당국의 판단에 따라 수형자가 받는 사실상의 이익이며 은전일 뿐이어서”라고 말하고 있다.
국법질서보다 양심의 자유가 먼저
준법서약서가 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위반으로 형집행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북한에 연계하거나 혹은 자발적 의사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붕괴시키려는 세력의 위법행위는 그 행위의 성격상 주로 위와 같은 죄를 통하여 처단하여 온 것이 현재 우리의 법적 현실이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당해 수형자들에게 그 가석방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 다른 범죄의 수형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심사방법을 공히 적용하는 외에, 국민의 일반적 의무인 '국법질서 준수의 확인절차'를 더 거치도록 하는 것은 당해 수형자들이 지니는 차별적 상황을 합리적으로 감안한 것으로서 그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준법서약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이론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준법서약서의 제출요구는 양심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양심이란 옳고 바른 것을 추구하는 인간내심에서 우러나오는 진지한 소리이다. 준법서약서가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곧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국법질서는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설사 자신의 양심에 배치되더라도 그렇게 말하라는 것이다.
둘째, 준법서약서 제출에 따른 가석방은 행형당국이 수형자에게 주는 사실상의 이익이며 은전일 뿐이라는 해석은 법적인 해석으로서의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이는 “통치행위를 포함하여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헌재결정 1996. 2. 29. 93헌마186)이라는 헌법재판소 자신의 기존의 입장에서도 훨씬 벗어나는 것이다. 또한 행정청의 재량행위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행정소송법 제27조)는 법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가석방 역시 법의 기속을 받는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준법서약서는 유독 국가보안법 또는 집시법 위반 등의 수형자에게만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합리적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평등권을 침해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위 두 개 법률 위반의 수형자들을 '북한에 연계하거나 혹은 자발적 의사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붕괴시키려는 세력'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국가권력은 국민의 기본권 실현 수단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위 두 개의 법률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양심범들을 만들어 냈고,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을 탄압하는 데 악용되어 왔으며, 그 중 일부는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고 있다. 준법서약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석은 헌법적 해석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해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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