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지금이라도 ‘NO’외쳐라

F-15선정은 한편의 정치쇼 ‘최악이다’비난여론 빗발
대통령의 단호함 보여달라


김대중 대통령은 결국 국민세금 6조원을 F-15에 날려버릴 것인가. 지난 19일 국방부는 한국의 차기전투기(F-X)로 미국 보잉사의 F-15를 확정 발표했다. F-15에 깃발을 꽂기 위한 한 편의 정치쇼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국방부는 빗발치는 여론의 반대를 무시한 채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국익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결정의 중심축임은 자명한 사실. 그러나 대통령은 왜 이미 폐물이 되어버린 F-15 40대를 ‘차기 전투기’로 사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한국 정부는 2009년까지 44억 6688만달러(약 5조 8천억원)를 들여 미국 보잉사의 F-15 40대를 들어오게 된다. “국가안보, 대외관계, 해외시장 개척에 미치는 영향 등 3가지 요소를 평가해 최종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제 보잉사와의 절충교역(기술이전, 부품 역수출 등 구매국의 혜택을 보장하는 것)비율 조정 등의 협상이 끝나면 대통령의 사업집행 승인을 받아 F-15구매 본계약을 맺게되는 것이다.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최근 들어 판로가 거의 사라진 F-15기가 한국의 F-X사업기종으로 선정되면서 이 기종의 조립공장이 폐쇄 위기를 모면, 희색에 가득 차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 미주리주의 한 지역신문은 “보잉사의 군용기 사업부문은 한국과의 이번 계약에 따라 단종이 예상됐던 F-15기를 당초보다 4년 더 연장된 2008년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차기 전투기 도입이 결정된 것은 무려 14년 전인 1988년. 공들인 시간을 생각하면 뭔가 그럴듯한 것이 튀어나와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국방부와 대통령은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F-15를 선정하는 과정이 시험 평가단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압력 행사, 2단계 평가방안, 배점 방식 변경, 심지어는 평가 항목과 점수 조작 의혹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F-15를 선정하기 위한 노골적인 보잉사 편들기였음은 이미 수 차례 지적되어 왔다.

선정자체의 문제를 뒤로 하고라도, 앞으로 남은 문제가 산더미다. F-X사업의 공식 예산은 4조 295억원으로 잡혀 있어 1조 8000억원이 부족한 상태다. 국방부는 재협상을 통해 가격인하를 유도하겠다고 하지만 보통 가계약 후 가격이 오히려 올라가는 것이 국제 무기거래의 전례여서 가격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하는 것만도 벅찬 상황이다.
국민세금 6조원이 걸린 어마어마한 국가사업이 마치 학예회의 연극처럼 어이없이 진행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을 견딜 수 있었겠느냐는 현실론은 이 사태를 무마할 수습책이 되지 못한다. 통일대통령이 되기 위한 그의 야심과 외환위기의 타결책으로 공기업을 마구 팔며 IMF의 비위를 맞추어왔던 그의 과거는 김대중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스스로 잡힌 약점에 발목이 잡혔다는 이유로 국가 운영 책임자로서의 거의 결정이 납득될 수는 없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F-15를 거부하고, 이제까지의 관성을 넘어선 단호한 국가운영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세 아들을 태운 채 F-15와 함께 추락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사회당 전현정 / jhj@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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