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노동자의 힘 회원)
잔인한 4월이라고 누가 그랬는지 모르지만, 눈앞의 민주노조운동의 현실을 보
면 딱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민주노총의 4월2일 총파업 철회로 민주노조
운동은 자신의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위기의 원인이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그 동안의 모순의 폭발이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봄은
왔건만 아직도 노동의 봄날은 멀었나 보다.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말들이 만들어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김대중
정권이 주장했던 "다수를 위해서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이른바 7:3 논리
였다. 7(다수)이 살기 위해 3(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알게 모르게 이러
한 논리를 거부하지 못하는 순간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임금
을 반납하며 고통을 전담했다.
또 하나가 있다. 이른바 양보교섭이다.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양보
는 불가피하다"는 식이다. 98년 경제위기가 한창일 때, 현장의 임금은 거꾸로
가고 있었고, 단협은 개악되었다. 그 결과로 정규직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 짜르기에 눈을 돌렸고,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민주노조의 깃발은 간데 없고 그 자리를 "현실의 상황에서
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라는 항변만이 맴돌 뿐이었다.
다들 알고 있는 한참 지난 옛이야기(!)를 다시 거론하냐고요? 이것이 지난 이
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4월은 민주노조운동 뿐만 아니라 한국자동차산업에서도 중요한 분기점
을 형성하고 있다. 정권과 자본에게 한국경제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던
대우자동차의 매각과 특별교섭 노사합의, 언제나 불안한 고용에 시달리던 기아
자동차 광주공장의 고용합의가 그것이다.
1750명 정리해고, 4·10 폭력만행, 뜨거웠던 부평의 투쟁을 전개했던 대우자동
차 노동조합. 그러나 잠시 잊혀졌던 대우자동차가 고용승계·정리해고자 복직
을 쟁취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합의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서 드는 생각은 어려운 조건을 십분 이해하나 그래도 '이것은 아닌데'다. 대우
자동차의 특별교섭 합의내용은 노동조합 직무대행이 공식적으로 문제가 있음
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던 내용이었다. 특별교섭 합의와 관련한 노동조합의 핵
심적인 고민은 회사정상화를 통한 고용안정이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대우자동
차의 정상화와 민주노조는 양립할 수 없는 문제였다.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
의 잭스미스 회장조차도 대우자동차 인수에서 가장 이득이 된 것은 '경쟁력 있
는 소형차 플랫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노동조합은 합의내용을 놓고 선택하고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노동조합
이 선택한 것은 무엇인가?
현장에 남아있는 혹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회사
도 아니며, GM은 더더욱 아니며 오로지 우리 부평(대우자동차도 아니다!)의 생
산차량을 구입해주시는 고객(!)뿐이다." 여기에 노동조합은 없다.
"이것을 얻자고 1년 2개월 동안 피 터지게 투쟁했냐?"고 정리해고 조합원들은
말한다.
"선배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점철된 단체협약을 저들의 요구대로 다 내주고 우
리들이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지부의 조합원들은 말한다.
과연 노동조합은 이중 어느 것을 선택하고 결단했단 말인가? 노동조합이 얘기
했던 회사정상화를 통한 고용안정은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합의된 내용에는 노동자는 없다. 있다면 불만 없이 생산량을 채우기 위해 바쁘
게 움직이는 근로자, 나날이 강화되는 노동강도를 살아남았다는 그 자체로 감
수할 줄 아는 현실, 쟁의권이 없는 껍데기뿐인 노동3권이 있을 뿐이다.
설마 "그럼 다같이 죽자는 것이냐?"는 조금은 솔직한 일부의 항변처럼 다수가
살기 위해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인가?
합의내용을 보면 첫째, 부평공장의 처리방안이다. 노동조합은 이번 특별교섭
을 통해 인수대상에서 제외되어 생존자체가 불투명하던 부평공장과 관련하여
조기법인 통합을 위한 조건들을 제한적이나마 확보하였고 신차투입을 보장받았
다고 하였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부평공장이
위탁생산공장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2년 단위의 계약 갱신, 3개월 단위의
주문생산. 합의를 통해 돌아온 것은 3개월, 길어야 2년짜리 고용보장 쪽지이
다. 그것도 이윤이 보장되는 한이라는 조건이 딱지처럼 붙어있는 고용보장이
다.
두 번째, 정리해고자 문제이다. 노동조합은 올 년말까지 300명을 복귀시킨다
는 보장을 받았고 생산량 증가에 따라서 복귀희망자를 복직시킨다는 보장을 받
았다고 한다. 그러나 정리해고된 조합원이 1,750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대상자 선발과 관련한 합의내용을 보면 "노사 실무협의 기구를
구성하여 노사공동(!)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선정기준(!)을 마련토록 하며
노동조합의 입장을 적극 배려한다"고 되어 있다. 300명이라는 숫자는 정리해
고 대상자에 비하면 턱도 없이 모자라는 숫자이다. 여기에다 노사공동, 합리
적 선정기준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차, 포 빼고나면 노동조합이 추천한 대상
중 과연 얼마나 선정되겠는가?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정리해고 대상자들 속
에서도 선별복직이라는 올가미로 인하여 "나는 들어가겠지", "내가 들어가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나만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
으로 그동안 투쟁의 핵심대오인 정특위가 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면 이
것은 투쟁을 통한 성과를 다시 무위로 돌리는 꼴이다.
셋째는 징계해고자 문제이다. 합의내용을 보면 2001년 징계해고자는 복직되
나, 이전 징계해고자는 복직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징계해고자들은 그 동안을
투쟁을 선도하고 책임지고자 했던 현장활동가와 노조간부들이다. 노동조합은
이들을 노동조합의 소중한 자산으로 받아안고 활동을 부여하고 그들이 계속적
인 운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는 상여금 반납 50%의 문제이다. 합의문은 "노동조합이 2002년 5월 삭감
상여금 50%를 정리해고자 문제 해결에 사용하고자 할 경우 회사는 이를 지원한
다"고 되어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노동조합 주최로 기 정리해
고된 조합원을 "희망퇴직" 받겠다는 것이 아닌가? 제한 선별에서 제외된 정리
해고자중 아직 전직을 하고 있지 않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동조합이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럼 회사는 선별복직으로, 노동조합의 희망퇴직으
로 정리해고자 문제를 손 안대고 해결(?)하는 것이 된다. 이제 대우자동차에
는 정리해고자가 없게 된다. 있다면 원직복직과 희망퇴직자만이 있을 뿐이다.
다섯째. 단체협약의 전면적인 후퇴이다. 왜 GM이 본계약을 앞두고 단체협약의
개정을 요구했겠는가? 그것은 너무나 명백하지 않는가? 우리는 알고 있지 않는
가? 단협을 내주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그것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이 드는지?
특별교섭의 내용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이 부평공장 조기인수조건 합의이다. GM
과 회사간에 합의한 부평공장 조기인수조건을 보면 부평공장 자체로 6개월 연
속해서 완전 2교대 기준으로 가동, 년간 5일로 제한된 쟁의활동, 대당 생산시
간 연간 4%씩 단축, 국제기준의 품질 4가지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현장
은 해마다 높아지는 노동강도를 살아남았다는 그 자체로 만족하고 견디어야 하
고, 수출시장이 사실상 포기된 상황에서 제한된 국내시장을 놓고 완전 2교대
가동을 위해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거리로 나가 대우자동차 판매에
전념해야 한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쟁의권의 포기요구이다. 쟁의권 포기요구
는 사실상 노동조합의 해체요구이다.
대우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합의내용의 후퇴가 아니다. 정특위의 부
결 호소문에서 "비록 노동조합 자체가 붕괴될 정도로 힘든 상황이어서 파업투
쟁은 못할지라도, 감시의 눈초리가 매서워 내놓고 불만을 토로하긴 힘들어도,
부평을 비롯한 대우자동차 울타리에 최소한 자존심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
을 투표로서 확인해야 합니다. [부결]을 호소하는 단 한가지 이유를 들라면 바
로 이것입니다"고 한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듯이 노동자의 자존심과
우리 운동의 희망을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노동조합의 합의내용을 보면서 옛날 이야기로 묻혀야 할 기아살리
기 운동과 양보교섭이 떠오르는 것은 비약일까? 총파업 철회가 민주노조운동
의 시계를 98년으로 돌리듯, 대우자동차의 합의는 노동조합의 시계를 다시 과
거로 돌리고 있다.
물론 대우자동차를 둘러싼 조건과 환경은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 결코 유리
하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이 투쟁을
통한 쟁취, 민주노조의 생명인 민주성과 자주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도 확
인되지 않는가?
얼마 전 노동조합 간부의 동행으로 1년 만에 공장식당에서 조합원과 함께 식사
한 정리해고자는 감회보다는 충격이 앞섰다고 한다. "내가 본 공장 안은 너무
나 평화스러웠다. 공장 담 벽 하나를 사이로 전혀 딴 세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이 1750명이 정리해고 된 대우자동차, 4·10 폭력만행이 일어
났던 대우자동차, 폭력경찰이 상주하며 감시하고 있는 대우자동차가 맞는 것일
까? 공장의 조합원들은 특별교섭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처럼 느껴졌
다. 내가 그 속에서 들어가서 그들과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을까?"
대우자동차의 문제에 대해 노동운동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기에 이 평가는
우리 자신을 향한 자기비판이다. 최소한 운동에 대해 책임지고자 하는 조직과
활동가, 해외매각 반대·공기업화를 주장했던 금속연맹, 공동대응을 약속하고
연대파업을 진행했던 자동차산업노조는 대우자동차 합의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
로울 수 없다.
대우자동차의 문제는 크게 보면 한국자동차산업이 안고 있는 모순의 표현이
다. 대우자동차 문제를 발생시켰던 자본의 과잉, 경쟁의 격화가 그 본질적인
원인이다. 이러한 한국자동차산업의 모순의 또 다른 표현이 기아자동차 광주공
장이다. 광주공장은 현대자동차가 인수하기 이전부터 안정적인 생산모델을 갖
고 있지 못하면서 고용불안에 시달려 왔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를 인수
한 이후 국내의 독점적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안정적인 이윤확보를 위해 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기아와 현대의 생산품목의 중복문제를 놓고 선택과 집중이라
는 잣대를 들이대 승용 부문은 플랫폼 통합과 모듈화로 돌파하려 하고 있고,
상용 부문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으로 물량을 집중하고 다임러크라이슬러(DCX)
와의 상용합작을 통해 위기를 해소하려 하여 왔다.
4월4일 기아자동차노동조합은 본조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해 광주공장문제와 관
련해서 다음과 같은 합의를 이끌어 냈다.
회사가 상용(트럭, 버스)공장인 광주공장을 승용 개념 공장으로 바꾼다는 것
을 전제로 광주공장의 전망을 제시했다. 승용 개념의 광주공장을 위해 기존 프
레지오를 03년 12월 전면 개조 8만대 생산설비 규모로 운영, 년산 10만대 생산
설비 규모의 신차(신형 SUV)를 04년 5월중에 운영, 년산 12만대 생산설비 규모
의 프론티어 후속모델(1톤/1.4톤)을 03년 12월중 운영한다. 이를 위해 인력운
영계획 및 DCX 합작사와 관련한 단종 문제 등 광주공장에 세부사항은 광주공
장 고용안정소위에서 협의한다.
광주지부는 조합원의 안정적인 고용안정을 위해 광주공장에 가장 필요한 부분
이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았다. 광주공장은 2002년 기준 13
개 생산라인 중 2003년 7개 라인이 단종예정이었다. 단종되는 7개 라인 중 4개
가 버스, 트럭 즉 현대자동차가 전주공장을 중심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DCX상용
합작사와 생산품목이 겹치는 모델이다. 같은 상용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전
주지부는 물량증가로 인한 UPH증가문제, 전환배치, 특근이 현안인 반면 광주공
장은 라인단종(정확히 표현하면 광주공장 상용라인 폐쇄이다)으로 인한 고용불
안이 현안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현대자동차의 상용차구조조정(DCX합작)에 맞
서 현대자동차 전주지부와 기아자동차 광주지부의 연대와 공동투쟁이 절실한
문제였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기존 물량 중 일부의 개선, 생산확대, 신차투
입을 통해 광주공장의 상용(버스, 트럭)을 폐쇄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자동차의 상용차구조조정 문제와 함께 문제가 된 것은 광주공장 고용안정
소위의 결과를 둘러싼 문제였다. 사측은 본조 합의에 따른 인력운영과 관련하
여 "생산이 증가하면 비정규직을 신규채용하고, 생산이 감소하면 비정규직을
정리하겠다"고 하며 인력운영의 핵심이 비정규직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4월12일 광주지부 고용안정소위에서 합의된 내용은 "2002년 5월1일자로 비정규
직 13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 잔여인원 중 300명은 1년 계약으로 회사가 직접
고용하는 계약직으로 채용(희망자 1년 연장규정), 트럭 및 버스도장라인 6개
월 계약직으로 신규충원 투입(6개월 후 퇴사), 버스 및 주조라인 요역 또는 실
습생으로 충원, 생산이 중단되는 주조 및 타우너 인력 부서별로 T/O범위 내에
서 전환배치, 버스공장 02년 10월부터 공사시작"이었다.
현장에서는 고용안정소위 합의내용에 대한 불만과 함께 재협의를 요구했다.
첫째는 조합원과 대의원의 여론 수렴과정을 배재하고 협상에만 몰두하다 전격
적으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합의내용은 광주공장의 전면적인 재편을 의미하는
내용이고, 이는 조합원의 고용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단산, 라인공사, 생산품
목 이관 등 중요한 문제를 현장의 의견을 거치지 않은 속에서 일방적으로 진행
했다는 것 자체가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현장성을 무시한 행동이었다.
둘째는 자본의 합리화에 대한 동의이다. 530명의 비정규직 중 130명의 정규직
화를 쟁취한 것은 성과이나, 300명의 직고용은 이름만 다른 비정규직의 양산
을 묵인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채용기준에서 제외되는 90여명의 비정규직
에 대한 배치문제에 대한 내용이 불투명하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 3월 광주공장 사내하청노조와 광주지부는 4가
지 사항에 합의하고 최대한 관철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1. 불법파견 근절,
비정규직 전원에 대한 고용보장 및 승계, 2. 현 비정규직 인원에 대한 직접고
용(정규직화 전제), 3. 외주 도급화 반대, 4. 해고조합원 현장복귀이다.
사내하청노조는 고용소위 합의와 관련해서 부분적이나마 정규직화, 전면적인
제2차 정리해고를 저지시키는 등의 성과를 이룬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합
의내용에서 보충되어야 할 지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구를 주장했다.
1. 526명중 430명에 대한 선별채용이 아닌, 96명을 포함한 전원에 대한 고용승
계, 객관적이고 합리적 채용기준, 버스라인 6개월 후 퇴사방침 철회, 용역 및
실습생 투입 철회, 2. 상시필요인력에 대한 정규직화, 3. 외주 및 도급화 반
대, 4. 해고조합원 현장복귀.
고용소위 합의내용은 이러한 사내하청노조의 요구내용뿐만 아니라, 2002년 임
단협 요구안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단협요구안 제32조 ②항 회사는 정규직
의 업무를 임시직 혹은 시간제 계약직 노동자로 대체해서는 안되며, 현재 정규
직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임시적, 시간제, 계약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야 한다. ⑤항 회사는 정규직 업무를 파견 노동자(용역노동자)로 대체해서는
안되며, 현재 직접라인에서 정규직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파견노동자는 정규직
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지난 임대에서 심의, 확정한 바 있다. 노동운동
의 '비정규직 철폐'라는 대의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노동조합 스스로가 결의한
대의원대회 사항을 무시하고, 임단협 요구안의 내용을 스스로 허무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기아, 현대의 다른 사업장에서 이번 사례가 비정규직의 인정, 확
대재생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광주지부의 문제로 제한되지 않는다.
셋째는 라인이 폐쇄되고, 대규모 전환배치로 400여명의 해당조합원의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 상황에서 인력운영방안이 제시되지 못한 점이다.
공사와 단산은 눈앞에 놓여있고, 생산은 03년 12월, 04년 5월이라고 할 때 공
백기간이 너무 길다.
넷째는 현대자동차는 11월 DCX합작을 얘기하고 있으나, 그 여부가 불투명함 속
에서 버스공장을 선결처리 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광주지부가 신차유치를
통한 고용방안 마련이라는 것과 별도로 현대자동차의 상용차구조조정을 인정하
는 것인가?, 아닌가? 라는 문제부터 대답하여야 한다. 고용안정이 무엇을 생산
하든 조합원의 고용만 유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문제는 큰 문제가 아
닐 수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상용차구조조정에 맞서 단사의 벽을 넘는 연대
와 투쟁을 통한 돌파라는 관점에서 보면 스스로 그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된
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합의를 통해 신차종 1개 투입 약속을 통해 대다수의 생
산라인을 별다른 저항 없이 세우고 특히 광주공장의 상용라인을 폐쇄하는 성과
를 얻었다. 반면 노동운동은 현대자동차의 구조조정에 맞선 공동투쟁과 연대
의 기회를 놓친 꼴이 된다. 그리고 그 일주체인 현대자동차 전주지부는 현대,
기아 상용노동자의 공동대응을 얘기하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되었다.
광주공장의 문제는 상용차구조조정 대응과 총고용의 유지였다. 그러나 현장에
서는 일부에서 이러한 원칙을 훼손하는 위험한 논의들이 조장되었다. '프런티
어를 본공장으로 이관해서는 안된다', '무엇은 어디서 생산되어야 한다'는 주
장들이 그것이다. 논의의 핵심에는 광주공장의 총고용의 보장이라는 관점보다
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노동조합 흠집내기와 자신
의 공장에 더 많은 물량을, 안정적인 생산모델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있을
뿐이다.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안정된 물량이 곧 고용안정이라고 바라보
고, 노동조합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안정된 물량을 확보하는가? 로 왜곡하는
분위기가 현장에 팽배해 있다. 광주공장의 고용방안마련 과정에서도 자본에 대
한 단결된 투쟁이 아니라, 물량을 둘러싼 노동자 내부의 일자리 쟁탈전으로 비
화될 수 있는 위험한 논의들이 공공연히 얘기됐다. 이러한 문제는 IMF 경제위
기를 거친 이후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자는 의식과 더불어 자
동차공장에 만연해 있다. 자동차 현장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이러한 생각
은 노동조합의 집단성과 투쟁성을 약화시킬 뿐이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주된
요인은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이지만, 노동조합의 양보교섭과 타협도 중요한 원
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광주지부의 고용소위합의 문제는 4월22일 지부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고용소
위 결과를 존중하며,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 되었다. 임
시대의원대회는 고용소위 결과에 대해 비정규직 문제와 공장재편을 분리하여
결정하였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후(!) 메인 라인에는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는다(인원필요시 정규직 요구), 남아있는 비정규직 100명을 도급으
로 전환했을 시 투쟁을 배치한다, 02년 단협에서 '정규직 업무를 대신하는 비
정규직은 정규직화 한다'라는 단협요구안을 쟁취하여 신규로 발생되는 비정규
직 문제를 해결한다"로 결정하였다. 광주공장의 장기적인 전망에 대해서
는 "각 공장별 인력운영방안은 심도 있는 검토를 하여 추가 보충교섭을 실시한
다(타우너 단산, 주조공장 폐쇄, 그레이스 단종, 버스공장), DCX 관련 상호협
조하여 대안 수립후 본조로 올려 협의한다"로 결정하였다.
대우자동차와 기아광주지부의 협상과정과 합의내용을 보면서 '문제해결에 있
어 민주적 의사결정의 배제, 협상중심, 말로 줄 것 주고 되로 받는 양보교섭,
합의 후 결정은 조합원에게 내지는 미래의 문제로 넘기는' 공통점을 볼 수 있
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노총 4월2일 총파업 철회와 그 이유,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곱씹어 보아야 한다.
이 평가가 대우자동차와 광주공장의 '고용승계, 정리해고자 복직 쟁취, 고용안
정 방안 마련, 정규직화'라는 성과들을 폄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또한 지금의 비판이 노동조합에게 억울하고 너무나 가혹한 내용
일 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자동차산업에서 자본의 지불능력과 생산이 교섭과 연동되
어 결정되는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운동의 투쟁을 통한 쟁취라는 원칙
을 다시 확인하고, 자동차산업에서 일고 있는, 교섭을 생산과 연동하려는 흐름
에 경종을 울리자. 다시 한번 '투쟁을 통한 쟁취'라는 우리의 원칙을, '연대
를 통한 전진을' 확인하자.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