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의회, 미국에 추파 던지던 폭스 대통령에 타격

멕시코, 전력 사기업화 정책 제동 걸려

편집부
신자유주의에 바탕해 1980년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사기업화(민영화)의 길을 걸어간 나라들에서 많은 실패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전노조의 파업에서 보듯, 이미 퇴조의 기색이 완연한 사기업화 물결의 막차를 탄 우리나라에서는 요지부동이다. 최근 멕시코 정치권은 그런 우리나라가 경청할 만한 움직임을 보였다.
연방정부의 공기업으로 남아있는 전기 부문을 사기업화시키는 정부의 계획을 거부하는 법률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글은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무역 및 환경 관련 박사 과정을 밟으며 멕시코에서 연구하고 있는 댄 재피(Dan Jaffee)가 지난 4월28일 인터넷을 통해 진보적인 전망을 확산시키기 위해 1997년 결성돼 애쓰고 있는 비영리 비정부기구 ‘코몬드림’(www.commondreams.org)에 게재한 글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참고로 멕시코는 2000년 7월 대통령선거에서 제도혁명당(PRI)의 71년 집권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는데, 현 대통령인 빈센트 폭스는 기업인과 가톨릭 세력이 중심인 국민행동당(PAN) 소속이다.

95년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발효 이후 미국 경제에 더욱 종속돼 가고 있는 멕시코는 최근 베네수엘라 우익 군사쿠데타와 관련해 미국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의 협력을 얻어 추진하려는 ‘북부사령부’(North Command) 창설 계획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 편집자


지난 4월24일 멕시코에서는 세 가지 주요 법률이 통과되는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 이 법률들은 멕시코가 한층 독립적인 길로 걸어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20년 동안 이른바 자유시장 정책 개혁의 ‘모범생’이자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정부 비밀 활동과 부패로 악명 높았던 멕시코가 이런 법률들을 제정하고 있어서 특히 눈길을 끈다.

부시 행정부가 미국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고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제한하며 친기업적인 탈규제를 가속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멕시코는 사실상 이와 반대되는 것을 실행할 태세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멕시코 하원은 이날 역사적인 새 공적정보접근법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상원도 곧 그 뒤를 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 법은 사실상 모든 정부 기록과 문서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을 보장하며, 기록 접근을 거부하거나 기록을 파괴하는 관리들을 기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반면 9.11 테러 이후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 아래에서 미국 행정부는 1974년 정보자유법을 빈 껍데기로 만들어 왔다. 연방기관들이 이 법에 따른 시민들의 자료 공개 요청을 거부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한 것이다.

또 연방기관들의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막대한 양의 공적인 정보를 삭제했다. 같은날 멕시코 상원은 멕시코의 전력 부문 시스템을 사기업화시키는 계획을 압도적으로 거부함으로써 (미국에 추파를 던지고 있는) 빈센트 폭스 대통령에 큰 타격을 줬다.

현재 전력 부문 시스템은 연방 정부의 공기업인 상태다. 다음날 멕시코 대법원은 이를 추인하며 전력 시스템을 사기업화시키려는 정부의 계획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미국에서 엔론 붕괴와 캘리포니아 전력 사태는 에너지 탈규제의 재앙적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세계무역기구 및 국제통화기금과 함께, 전 세계를 상대로 종종 부채 경감의 조건으로 내걸며 엔론 스타일의 에너지 사기업화와 탈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날 멕시코 의회는 공중파의 규제를 대폭 강화시키는 법안을 채택했다. 이 법은 모든 방송사업자들이 방송시간의 12.5%를 정부부처, 교육기관, 연방선거기관, 멕시코인권센터와 같은 시민사회 조직들의 공적 이해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에 할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현재 한국방송에서 방영하고 있는 시청자접근프로그램으로 보면 된다 - 역자).

이 규제는 새로운 ‘연방라디오텔레비전위원회’에 의해 곧 시행될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아들인 마이클 파월 위원장 아래에서) 연방통신위원회는 언론의 교차소유(신문은 방송을, 방송은 신문을 소유한다는 뜻 - 역자)를 관할하는 마지막 규제조항을 해체하기 직전에 있다. 이 조처는 새로운 언론 합병 물결을 낳을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전파를 통해 방송되는 다양한 목소리를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세 개의 주요 정당(제도혁명당, 국민행동당,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혁명당) 사이에 분열돼 있다가 71년간의 1당 지배가 끝난 이후 새롭게 활력을 얻고 있는 멕시코 입법부는 국내 수준에서 의욕적인 의제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또한 쿠바와 가깝게 지내지 말라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폭스 대통령의 일부 대외 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주도권은 사기업화, 친기업적 탈규제, 국내 비밀 활동 등과 같은 부시의 의제에 대한 독자적인 대안의 윤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력 부문 시스템에 관한 결정은 ‘워싱턴 컨센서스’와의 의미심장한 단절을 시사한다.

이런 새로운 전망은 필수적인 국가 서비스, 인프라,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공적인 수중에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중 일부는 곧 법률로 제정될 것이다. 미국 국내 정책 및 글로벌 무역 규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멕시코의 이런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86호] 5.6 ~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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