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주대연합론]양김씨 부르는 시대착오적 발상

'신민주대연합론'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의 회상

주대환/마산합포지구당 위원장
노무현이 김영삼을 만난 날, 노무현의 유식한 언론 특보 유종필이 읊조린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며, 추억과 소망을 섞고 봄비로 죽은 뿌리를 일깨운다”라는 <황무지>의 한 구절은 정확하게 진실을 말하고 있다. 그는 이 구절로서 무심결에 노무현의 ‘신민주대연합론’을 기조로 하는 정계개편은 과거 지향적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시에서는 봄비가 죽은 뿌리를 쉽게 살려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노무현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행복했던 과거는 87년 양김의 분열 이전의 상황이다.

물론 노무현 자신은 정계에 입문하기도 전이지만, 87년 양김씨가 분열하기 전에는 친일지주들이 만든 한민당의 원류로부터 흘러나온 이 땅의 보수정당의 흐름은 하나였던 것이다. 이합집산을 거듭했지만 그래도 한민당-민주당-신민당이라는 기억할 만한 이름을 가진 단일한 보수정당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 정통 보수정당이 복원되면 지역 대립 구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정통 보수정당의 맞은편에는 공화당, 민정당의 법통을 이어받는 또 하나의 보수정당, 개발독재의 전통을 이어받아 다소 파쇼적인 냄새를 풍기는 정당이 또 하나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역적 대립구도가 아닌 정책적 대립구도로 우리나라 정치를 재편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지역 정당이 아닌 정책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21세기가 8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지역 대립의 정치 구도를 넘어선 정책 대립의 정치 구도는 아마도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훨씬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될 것이다. 즉 일거에 80년대의 민주 대 군부독재의 대립 구도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정계 개편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상당한 우려곡절을 거쳐 형성될 두 보수정당의 경계선은 훨씬 정통 보수정당의 흐름 내부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즉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보수정당은 기존 보수정당의 좌익이 시민운동이나 지방자치적 흐름들을 흡수하여 형성되고 상대적으로 수구적인 보수정당은 정통 보수정당의 우익과 공화당, 민정당 계열이 합쳐져서 만들어질 것이다.

예를 들면 민주당의 권노갑-이인제 계열은 상대적으로 수구적인 보수정당으로 합류해야 맞을 것이다. 물론 이부영이나 김덕룡, 김원웅은 그 반대다.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박종웅의 부산시장 후보론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것이다. 박종웅의 행태나 언어는 과연 이회창보다 개혁적, 근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김영삼과 손잡기 위해서 박종웅을 부산시장 후보로 영입할 수 있다는 노무현의 생각은 크게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무현이 ‘노망든’ 정치 9단 김영삼을 만나 휘둘리다가 낭패를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무현은 김영삼보다는 권영길을 만나 부산경남권의 지방선거 공조를 의논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이미 부산경남권에서 김영삼의 영향력보다는 진보정당의 힘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갈 때 오히려 한나라당의 일당 독재 하에 성장한 다양한 ‘개혁 세력’들, 그 중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진보정당이 흡수할 수 없는 세력들을 영입할 수 있다. 대중의 눈에 비치는 그의 ‘신민주대연합’은 김영삼과 김대중이 손을 잡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그에게는 정치적으로 친아버지이고 양아버지인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에게는 현철의 아버지이고 홍일, 홍업, 홍걸의 아버지일 따름이며, 김영삼과 김대중이 그의 기억 속에서는 1987년 이전의 민주투사인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에게는 이미 실패한 대통령이고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인물이다.

노무현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헛된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가 양김 씨나 그들의 부하들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세력들, 여러 시민적 세력들과 손을 잡거나 협력하여 민주당을 실제로 개혁적인 정책정당으로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현대적 진보정당과 함께 개혁적 보수정당, 그리고 수구적 보수정당으로 이 나라의 정치가 재편되기를 바란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진정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 86호] 5.6 ~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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