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Before & After-한나라당 노풍이 불기 전후]"귀족에서 서민으로? 한나라당 변신은 유죄"

노풍 전후 한나라당

정경섭 jks@kdlpnews.org
‘이회창 대통령은 따논 당상’. 이회창 이후를 꿈꾸며 ‘대세론’이란 숲을 유유히 노닐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금은 노무현 바람을 맞고, 겉으로는 전의를 다짐하고 있지만 내심 대선 패배에 대한 짙은 우려감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근혜 의원의 탈당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도 어울리지 않는 ‘서민’ 흉내를 내는데 여념이 없다. 그는 3월 26일 당내 비주류 세력과 소장파 의원들이 요구한 ‘12월 대통령 선거 전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노풍이 불면서 우리도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그 전까지 흐름을 따라가는 템포가 느렸던 것이 사실”이라는 고백과 함께 “정책도 이전처럼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국민들에게 접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방정식을 중심으로 놓고 전략을 짜고 있는 이들에게 이 얘기 또한 뜬구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실적 접근은 허구적 서민 이미지의 연출 같은 비본질적이고 비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이 전 총재는 마치 노무현 후보와 “누가 더 서민적인가”를 경쟁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급 호텔에서 자던 그가 장급 여관이나 유스호스텔에서 숙박을 하고 있으며 식사도 서민들이 많이 찾는 해장국집 등에서 해결하고 있다.

이런 표변이 ‘서민적’으로 읽혀질 수도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은 그의 ‘귀족적’ 오해일 따름이다. 또한 최근에는 중학교 생활기록부와 성적표를 공개하며 “사실은 수재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건 국민을 완전히 바보 취급하는 짓이다.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서 정원사도 가난하고 자가용 기사도 가난하고 가정부도 가난하고…”하는 따위로 온 국민을 상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이회창 후보는 지방에 내려갈 때도 옷을 두벌만 가지고 다니는 털털한 성격”이라며 “노무현 후보가 실제 이미지와는 다르게 서민의 탈을 쓰게 됐다”고 불만을 털어놓으며 ‘진짜 서민 이회창’을 강조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보인다.

한나라당 분위기가 과거보다 ‘전투적’으로 바뀐 것도 노풍 이후의 풍경 가운데 하나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8일에 이어 지난 3일에도 대규모 거리집회를 개최해 대통령 아들비리 청산, 정계개편 음모 중단을 외치며 김대중 정권에 날을 세웠다. 노풍을 사그러들게 하려는 그들의 안간힘이었다.
[ 86호] 5.6 ~ 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