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이루어진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의 도입을 통해 자본과 정권은 노동유연화를 통한 노동의 불안정화를 전면화하였다. 이러한 노동의 불안정화에 따라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여성, 이주, 장애, 산재, 실업 노동자들이 광범위하게 양산되었고 그 확산의 기로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불안정노동자층이 급증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자본의 노동유연화전략에 기인한다. 즉, 저임금, 사회보험의 사용자 부담 회피, 복지후생 등 간접비용 절감에 의한 인건비 절감과 시장 변화에 조응하는 고용과 해고를 통한 인력구조조정의 용이성 및 노동자의 분할 지배와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통한 노동통제의 강화를 노린 자본의 노동유연화 전략에 의하여 불안정노동자의 확산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공세로 인하여 안그래도 노동자의 권리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노동의 조건과 삶의 조건 또한 지속적으로 후퇴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불안정노동자층의 권리와 삶의 조건은 집중적으로 파괴되고 있는바, 노동의 불안정화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노동자와 단순노동자에게 집중적으로 강요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몇 년 간 비정규직, 여성, 이주, 장애 등 각 부문의 불안정노동자 투쟁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반민중성을 폭로하고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연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전진해 왔다. 대표적으로 2001년 10월 말에 개최된「민중의 복지,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연대 한마당」은 다양한 불안정노동자들이 스스로를 권리의 주체로 선언하고 불안정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모색한 최초의 자리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불안정노동자 투쟁에 대한 인식은 열악한 처지에 대한 공유 이상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불안정노동자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전선의 주체로 전진하는 데에 여전히 많은 장애가 존재하고 있는바, 따라서 이 전선의 주체로서 비정규직, 여성, 장애, 이주, 실업 노동자 등 불안정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불안정노동자들을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전선의 주체로 형성시켜 나가기 위해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불안정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을 제외하고는 여성, 이주, 장애, 실업 노동자의 조직화와 이를 통한 생활권의 요구를 접합시켜 나가기 위한 조건은 현재 매우 취약한 형편인바, 불안정노동 철폐라는 공동투쟁의 목표 아래 다양한 불안정노동자층의 상이한 현재의 조건을 극복하고 서로서로의 투쟁의 과제를 일치시켜 나가는 공동투쟁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노동자의 공동투쟁은 각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직적 흐름들을 하나로 이어서 사회적인 큰 흐름을 형성한다는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둘째, 불안정노동 철폐 운동을 위한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한다. 각각의 불안정노동자 투쟁 단위들이 여전히 고립적인 상황 속에서 그 단위들의 조직적 형태와 대중운동 형태 그리고 내부 운동구조가 상당히 다른 현재까지의 조건에서 불안정노동자들의 연대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나아가 지역별로도 운동 수준의 편차와 불안정노동자의 포진 양태가 다르기 때문에 전국적인 규모의 운동을 조직하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불안정노동자 운동이 영세한 규모의 운동을 넘어서 전국적 규모의 운동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하는바,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2002년 메이데이를 기점으로 이루어진「불안정노동 철폐 전국순회 투쟁」은 이러한 불안정노동자들의 전국적인 네트워크 형성에 일조하기 위한 계획 아래 실시된 것이었는바, 이를 계기로 각 영역별 불안정노동자 운동이 전국화할 수 있는 계기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정규직·조직 노동자와의 공동투쟁전선이 형성되어야 한다. IMF 경제위기를 경과하면서 전사회적인 고용파괴의 위협 앞에서 개별 사업장 차원의 노동조건과 고용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들이 가졌던 한계는 분명하게 드러났는바, 그 과정에서 정규직·조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방어하기 위해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공격을 묵인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의 불안정노동자 투쟁의 경험은 불안정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로는 승리를 쟁취할 수 없고 정규직·조직 노동자와 함께 투쟁할 때에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앞으로 노동법 개악 저지, 노동유연화 저지를 목표로 한 정규직·조직 노동자와의 공동투쟁전선이 형성될 때에 비로소 노동운동 전체 앞에 놓여 있는 많은 문제들이 풀어질 수 있는 실마리가 제공될 것이다.
현재 불안정노동자 운동의 현실은 각각의 영역에서 제기되는 과제들을 수행하는 것조차도 힘에 겨운 상황이다. 따라서 각각의 단위에서 공동투쟁의 요구를 맞춰 나가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현실 조건 속에서도 노동자답게 일할 수 있는 권리의 쟁취(노동유연화 분쇄와 근로기준법의 완전 적용)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의 확보(생산적 복지의 폐지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혁)라는 공동투쟁의 목표 아래 불안정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전선의 주체로서 불안정노동 철폐를 위한 당당한 발걸음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노동자 투쟁에 대해서 우리 모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 속에서 반신자유주의 연대전선은 굳건하게 그리고 제대로 재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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