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벼랑 끝 생존', 예술가의 삶
① 예술가들의 생활실태 - 역사와 현황
① 예술가들의 생활실태 - 역사와 현황
② 사례 1 - 문학과 음악
③ 사례 2 - 영화와 만화 : '비둘기둥지'와 '자유의 검은리본'
유사이래 예술가들이 넉넉한 생활을 누린 적은 거의 없다. 어쩌면 인류의 탄생과 동시에 시작됐을 예술적 행위들은 독자적인 행위의 하나로 자율성을 보장받는 데만 수천 년 이상이 걸렸을 정도로 사회적 위상이 취약하였다. 그러므로 예술가들이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을 이상한 눈초리로 응시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예술은 정치, 종교적 속박으로부터의 벗어나 경제적 궁핍에 내몰릴 즈음부터 정치 및 경제와는 무관한 '고상하고 우아한 행위'라는 의미를 획득하기 시작한다. 예술은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와 급격히 격리된다. 언제부턴가 고정관념으로 틀어박힌 '배고픈 예술가'의 이미지는 이런 역사적 과정이 배태한 대표적 관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념은 예술이 문화 및 사회발전의 기초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낡은 것임이 증명되었다. 예술은 이제 그 자체가 목적이면서 수단이 된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하는 뿌리이기도 하며, 공동체 생활의 영위에 필요한 정서와 지혜를 제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예술은 경제적 가치를 창조하는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자 보고로서, 더 나아가 삶의 풍요로움과 질적 발전을 가져오는 근원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술가들의 생활은 열악하기만 하다. 2000년 문화부와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실시한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가들은 총 수입의 54%만을 예술관련 활동으로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문학은 9.2%, 미술은 34.1%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예술가들이 본연의 목적인 예술 외에 다른 분야에 적지 않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며, 그만큼 창작 여건이 열악함을 드러내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예술가들이 예술관련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월평균 수입은 120여 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 또한 본연의 활동 외에 강의 등을 통한 수입이 많은 실정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조사결과의 대상으로 연예인이나 영화, 대중음악 등 문화산업 분야 종사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른바 '순수예술' 분야의 예술가들의 생활은 조사결과보다 훨씬 더 열악할 것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1999년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월 총평균 수입이 100만원 이하라고 답한 문학인이 41.3%에 달해 얼마나 창작환경이 열악한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민족음악인협회의 같은 해 조사에서는 총 응답자의 59.1%가 월수입 50만원 이하라고 답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조사결과들은 예술가들의 생존, 생활실태의 문제가 예술·문화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술가들의 생존이 벼랑 끝에 내몰리는 것은 우리 문화의 뿌리가 흔들린다는 증표이며, 따라서 사회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모래 위에 쌓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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