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뚫고 발전 노동자들이 다시 일어선다.

우리 다시 사유화 저지 투쟁의 깃발을 들자!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 발전소 매각 저지를 내걸고 38일간 영웅적인 파업투쟁을 벌였던 발전 노동자들이 현장복귀 이후의 무기력을 딛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

물론 5천여명의 조합원이 강철같은 모습으로 산개파업을 이어가던 그 상황을 다시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지금은 348명의 전국 해고자들 가운데 눈치보기와 굴종을 거부한 150여명의 해고자들이 결성한 발전노조 해복투 추진위원회가 현장탄압 분쇄와 해고자 원직복직을 내걸고 전국순회투쟁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투쟁의 불씨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정도다. 지난 38일간의 파업에서 보여주었던 조직력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지만, 그러나 새로운 투쟁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발전노조 해복투의 투쟁은 대단히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사실 너무나 허탈하게 파업을 마무리짓고 현장에 복귀한 이후 발전 노동자들에게 쏟아진 산자부와 사측의 입체적인 탄압은 실로 가공한 것이었다. 산자부와 사측은 파업 참여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서약서를 강요하고 업무감사를 실시하며 현장을 장악해 들어갔다. 노조간부들은 대부분 해고자가 되었고 다수의 지부에서는 조합원들과의 접촉마저 차단당하고 있다.
발전소 매각과 구조조정을 강행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아예 발전노조를 붕괴시키려고 대공세를 펴는 것이다. 민주노총 탈퇴, 산별노조 해체와 기업별 노조로의 분할, 강성노조를 화합노조로 전환 등 산자부의 시나리오가 폭로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발전 노동자들을 정말로 힘겹게 하는 것은 저들의 탄압 자체가 아니라 허망한 파업 종결에 따른 정신적 공황상태라고 할 것이다.

이 틈을 비집고 저들은 해고된 노조간부들에게 노조 지침을 따르지 않고 시키는대로 한다면 해고를 면하게 해 줄 수도 있다면서 아래로부터 조직 와해를 시도하고 있고, 이것이 만만치 않게 효과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도 더 이상의 눈치보기와 굴종을 거부하고 당당하게 전국순회투쟁에 나선 해고자들의 뜻과 용기는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발전 노동자들이 다시 일어서려고 몸부림치는 지금, 우리 모두는 다시 한번 발전소 매각 저지,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 신자유주의 철폐의 과제를 정면으로 받아안고 새로운 투쟁의 깃발을 함께 올려야 할 것이다. 4·2 총파업 무산으로 안타깝게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린 그 뜨거웠던 투쟁의 열기를 다시 만들어 나가자.

덧붙여 지금 숨죽이고 엎드려 있는 일부 발전노조 간부들을 위해 멀리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한가지 소개한다.
2001년 말 미국계 전력회사인 AES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지역에 있는 캘빈 발전소의 주식 50%를 사들이며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2002년 2월말 AES는 캘빈 발전소의 650명 노동자 가운데 480명을 명예퇴직으로 사직시켰다. AES는 지분 매입 당시 인력을 감축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정리해고가 아닌 명예퇴직이므로 약속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001년 8월 남아공 노동자들의 사유화 반대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발전소 사유화 정책을 강행한 결과였다.

이것이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발전 노동자들을 휘감고 있는 허탈함을 이해하지만, 그러나 다시 투쟁으로 일어서지 않는다면 돌아올 것은 최악의 결과밖에 없다. 이렇게 노조가 무너지고 머지않아 발전소 매각과 구조조정이 강행될 때, 대다수 조합원들이 처할 운명은 너무나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던 자랑스런 발전 노동자들이 지금의 시련을 딛고 새롭게 떨쳐 일어서는 모습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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