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맞벌이 부부의 육아문제 획기적(?) 해결을 위한 범정부차원의 보육종합대책의 허와 실

지난 3월 6일 정부는(보건복지부, 여성부, 노동부) 보육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가정보육모 제도 도입, 보육료 규제 완화, 영아전담시설 기준 완화, 공단, 병원 등 주변에 야간.휴일. 전일(24시간) 보육시설 확충 등이 이번 발표 안의 주요 골자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안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보육사업 10년 발전방안과는 또 다른 내용으로 특수보육활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보육의 문제를 국가에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책임을 가중시키는 안이다. 즉, 정부에서 보육의 공공성을 포기하고 보육시설의 80%인 민간보육을 사교육의 시장으로 열어놓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지에서는 이번 발표안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정부는 영아(0~2세) 보육서비스 확충을 위하여

-영아전담시설 설치기준을 완화하고,

- 여성주부인력을 활용하여 일반가정에서도 소수의 영아보육을 전담하는 가정보육모 양성·배치를 추진하게 된다.

->현재 영아전담시설 기준은 영아 30명 이상이다. 이 기준을 낮추고 영아전담시설의 보육교사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3개월에서 길어야 6개월 정도의 교육과정을 거친 가정보육모가 3인 이하의 영아보육을 담당한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먼저, 돌보는 자의 질적인 측면을 보자.

현재 보육교사 양성과정은 최소 1년 1000시간이다. 1년의 기간은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로서 필요한 내용을 제대로 공부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어서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육교사 양성과정의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짧은 기간동안 교육을 받고 배출된 가정보육모에게 어떤 보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가?
사람들은 영아들이 더 돌보기가 쉽고 아이가 클수록 교육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영아기의 정서적, 환경적 안정은 그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
즉 다시 말해 영아를 돌보는 사람은 모든 면에서 객관적으로 훌륭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로, 질적 관리의 문제이다.

우리 나라의 정부지원을 받는 시설은 이미 알다시피 20%도 안 된다. 그나마 그 시설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기에 일정 정도 행정지도나 재정 감사를 받으며 질적 관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80%이상의 민간보육시설은 정부의 지원이 없기도 하려니와 민간보육시설을 개인영리사업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보육담당 공무원의 부족 등으로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발표안에 보면 현재 보육담당 공무원 1인당 관리되는 시설은 전국평균 49개이고 부천시의 경우 348개의 보육시설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가정보육모에게 까지 정부의 행정력이 미칠 수 없다. 지금도 민간보육시설에서는 아이들을 보육하는데 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가정보육모들은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가?

가정보육모 중에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어딨으며, 아동방치를 위한 하루종일 티비보여주기 등 파행적인 영아 돌봄이 생기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지금도 개인에게 아이를 맡긴 맞벌이 부부 중에는 아이의 정서적 불안정이나 비디오증후군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있다.

정부에서 발표한 가정보육모제도는 현재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무자격자의 베이비시터를 제도화함으로써 부족한 자질의 가정보육모에 국가 인증을 해주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영아보육서비스 확충이라는 정부발표안을 실행하면서 국가 재정을 최소화하면서 사시장에 맡기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성인여성이면 누구나 3개월의 교육만 받으면 영아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보건복지부의
남성과 여성유휴 인력 활용에만 신경 쓰고 아동의 인권은 무시하는 노동부와 여성부에 심히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2. 또한 야간, 휴일, 24시간 등 시간연장형 특수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수요가 많은 공단, 병원소재지 등을 중심으로 설치되고,

-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 보육시설도 기존시설을 활용하여 대폭 확충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금년에 영아, 장애아 등 특수보육시설에 인건비 등 약 528억원을 추가지원하기로 했으며, 2003년부터 보육사업 예산을 대폭 증액 편성하고 연차적으로 계속 투자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 회가 누차 주장해 왔던 바이며 이러한 지원에 대한 계획은 환영한다. 특수보육에 대한 정부지원은 이후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방과후보육을 확대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어 실행해야 할 것이다.

3. 정부 예산지원을 받지 않는 보육시설에 대해서는 보육료 규제를 완화하는 등 민간의 창의적 사업여건을 조성해 나간다.

-> 이 말은 민간의 창의적 사업여건을 조성한다는 의도보다는 민간 보육시설의 보육료를 자율화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정해져있던 민간보육시설의 보육료 상한선을 없애고, 보육시설 운영에 맞춰 스스로 보육료를 정하고, 결국엔 그것을 부모들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점차적으로 민간보육시설의 보육료가 상승되는 것은 뻔한 이치이며, 그 부담의 하중은 아동별 지원이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모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민간보육시설이 80% 이상인 우리 나라의 보육현실에서 대다수의 부모는 높은 보육료를 부담하게 되고 민간의 창의적 사업여건이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보육이 그야말로 사적 시장논리에 맞춰 보육의 공공성은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현재에도 민간보육시설에서는 아동모집을 위해 부모들의 조기교육 욕구를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 학원식 수업진행 방식으로 운영하여, 충분한 놀이와 생활체험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어 가야할 유아들을 혹사시키고 있다. 민간시설 보육료 규제 완화는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이며, 가난한 부모를 둔 아이들은 보육사업에서 소외 받을 수 있다.

4. 보육교사 등 시설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적극 추진하여 양질의 인력이 보육서비스 산업에 유입되도록 유도해 나가고, 보육교사의 국가공인자격증제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 보육교사 처우개선과 관련하여서는 자격증제도 도입 외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보육교사는 가정에서 해결하기 어려워 사회로 넘어온 아동양육의 책임을 보육현장에서 담당하고 있는 그야말로 공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즉 준공무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보육교사의 근무조건은 중소기업의 그것보다도 못하다.

보육사업활성화 방안에서 정부는 현재 보육시설의 이용률이 낮은 원인을 보육의 질적 수준이 보육 수요층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보육의 질은 보육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여 고급 인력들이 보육현장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야한다.

보육교사들의 처우개선을 적극 추진한다는 발표는 환영할 만 하다. 그러나 계획안에는 추진한다는 말만 있을 뿐 어디에도 구체적인 예산 배당이 들어 있지 않다. 때문에 보육사업 활성화 방안에서 언급된 보육교사 처우개선이 과연 정부의 의지가 있는 계획인지, 서서히 일고 있는 현장 보육교사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당근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상으로 정부 발표안에서 문제가 많은 몇 가지를 짚어 보았다.

정부의 보육사업 활성화 방안을 보면서 활성화 계획이 보육의 공공성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나왔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보육활성화 방안은 한 사회의 미래 구성원, 즉 국력을 키우는데 정부가 책임과 비젼을 가지고 고민한 계획이라기 보다는 부모들의 요구에 임시방편적으로 대응하는 계획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보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점차 축소하고 민간에게 떠넘기는 정책방향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 속에서 50년 후 우리 나라의 아이들의 수는 과연 몇 명일까? 이미 우리 나라의 출산율은 프랑스의 출산율이 1.76%보다 낮은 1.42 %(1999년기준)이다. 더 이상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가정의 문제일 수만은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시대에 뒤떨어진 구멍 떼우기식 정책을 지양하고 이 땅의 아이들을 위한 바른 보육정책을 입안하여야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1. 정부는 보육료 규제 완화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

1. 정부는 보육문제 해결에 있어 공공성 확보가 최우선과제임을 천명하고 모든 보육정책에 이를 반영하라.

1. 정부는 아동별 차등지원을 위한 제도 정비와 예산확보방안을 마련하라.

1. 정부는 국공립보육시설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1. 저소득층자녀를 일정비율이상 보육하는 민간시설에 대해서도 인건비 등을 지원하라.

1. 보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라.

“국가는 사회성원의 건강한 발달과 성장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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