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싸울 때보다 더 힘든 파업 이후

명동성당 발전노조 농성장

정경섭 jks@kdlpnews.org
“중앙위원회가 끝나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6일(월요일) 이호동 발전노조 위원장이 명동 농성장에서 시름에 잠긴 표정으로 말했다.

38일에 걸친 파업으로 온 나라의 관심을 한 곳에 모았던 명동지도부는 요즘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안으로는 27개 지부장들이 명동지도부 사퇴를 종용하고 있으며 밖으로는 사측의 현장 탄압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 장악력이 떨어진 지도부를 흔들기 위해 사측은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보니 3백48명의 해고자 문제, 4백2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명동지도부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세인들의 관심이 멀어진 가운데 발전노조가 내홍을 겪고 있는 것.

이날 오후부터 내린 비가 걷힌 수요일, 다시 명동을 찾았다. 농성장이 세워진지 73일째 되는 날이다.
농성텐트 안은 흡사 사무실을 연상케 한다.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노트북 앞에서 지도부가 업무를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사진).

김현진 노조 홍보실장이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발전노조 37개 지부중에서 27개 지부장이 명동지도부를 흔들고 있습니다. 산별탈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이것은 기업별 노조로 전환시켜 전체 투쟁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산자부의 지침과 다를 바 없습니다. 27개 지부장 중에는 파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사람도 있습니다.”

김 실장은 27개 지부장 중에는 파업에 헌신적으로 동참했던 지부장과 애초부터 파업을 흔들었던 지부장이 섞여 있다고 말한다.
“사측이 개별 사업장별로 탄압을 하고 있어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가압류 신청을 했다가 기각당하자 개별사업장 별로 가압류를 신청하고 있죠. 사측은 조합원에게 납작 엎드리고 있으면 구제될 가능성이 많다는 말을 흘리고 있습니다. 지부장들이 자기가 돌아서면 자기 사업장에 있는 해고자는 구제될 수 있고 가압류 신청도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흔들리고 있는 거죠.”

울산화력 이용우 지부장이 실제 예를 들어준다.
“울산은 62억원의 손해배상 신청을 했어요. 조합원 개인당 1천만원 정도가 되는 겁니다. 조합원들의 이번 달 월급이 50% 삭감됐어요.”

지난 4일(토요일)에 27개 지부 지부장들은 명동성당을 방문해 명동지도부와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이호동 위원장은 중앙위를 열어 지부장을 포함한 전체 선출직 노조간부에 대한 신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10일 열릴 중앙위에서 △지부장, 본부장 등 선출직 간부 신임투표 △해고자 및 구속자 구제기금 마련 등이 주되게 논의될 예정이지만 27개 지부장들은 명동지도부 사퇴 후 비상대책위 구성안이 중앙위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 지부장들은 지난 6일 성명을 발표하고 “명성지도부가 입맛대로만 중앙위를 진행코자 한다면 27개 지부장들은 참석치 않을 것이 자명하다”며 명동지도부가 불발될 6차 중앙위원회에 대한 책임전가를 자신들에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명동지도부 사퇴 후 비대위 구성건이) 안건에 들어 있지 않으면 (지부장들이 중앙위원회에)참석해서 긴급동의로 안건을 제출하라는 논리를 (명동지도부가)펼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왜 중앙위원회에서 안건을 제출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 27개 지부장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발전노조 홈페이지에는 27개 지부장에 대한 비난의 글이 봇물처럼 올라오고 있다(결국 금요일 중앙위는 성원부족으로 무산됐다).

명동지도부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물러 날 수 있다. 하지만 파업기간 중에 사측에 붙은 지부장들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 그런 후에 건강한 집행부가 들어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진 출두를 하면 어용집행부가 조직을 장악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러는 동안 사측은 교섭을 회피하면서 노조의 내분을 십분 활용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 사측이 선임한 변호사가 울산태광산업과 효성이 노조를 와해시킬 때 고용했던 변호사와 동일 인물이라는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기자와 마주 앉은 이호동 위원장은 “감옥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도 있다”는 말과 “파업이후 지도부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조합원들에게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파업 파괴자도 함께 사퇴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의 뜻을 물어 신임투표를 해서 심판을 받은 뒤에 명동지도부의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장은 발전노조의 투쟁계획에 민주노동당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을 강조했다.

“5월 민주노총 투쟁에 발전노조가 역량에 맞게 결합하는 것이 1단계 투쟁계획입니다. 2단계 투쟁계획은 6.13 지방선거에서 발전소 매각불가를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하는 것입다.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선거기간에 적극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알려주길 바랍니다. 지방선거에서 분위기가 살아나면 현장의 단결력도 되살아 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전력수요가 많은 7월을 3차 투쟁기간으로 잡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 결성된 발전노조 해복투(추)는 8일부터 2개조로 나뉘어 전국을 순회하면서 선전전을 벌이는 등 자체적으로 고분분투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이 위원장은 “범대위(발전소 매각반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에서 좀더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부탁해 파업 이후 연대의 장이 무뎌진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농성장 밖에 비에 젖은 신발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발전노조 상황도 어쩌면 한바탕 비를 맞은 저 신발과 비슷한 처지는 아닐까. 비에 젖은 신발은 햇볕의 따스함으로 말려질 것이다. 파업 이후 안팎으로 소나기를 맞고 있는 발전노조의 어려움을 해소시켜 줄 빛은 어디에 있을까.
[ 87호] 5.13 ~ 5.19
태그

발전노조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실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