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군사지원 확대ㆍ추가파병 등 미국 개입 현실화

콜롬비아 대선과 미국

이지안 mulu@kdlpnews.org
오는 26일에 치러질 콜롬비아 대선이 30여년에 걸친 내란정국과 잇따른 마약밀매 관련 테러와 맞물려 극명한 좌·우파 대립양상을 드러낼 전망에다가 반군지도자의 미국 송환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 전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콜롬비아에서는 반군과 마약조직, 그리고 이들을 소탕하려는 정부군 사이의 총격전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콜롬비아 국민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와 기존 정당에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는 한편, 이 틈새를 노려 좌·우파 중 어느 한쪽을 택해 강경노선을 고집하는 무소속 정치인들이 속속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3월 실시된 총선에서 최대 반군단체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과 정부간 평화협상 및 결렬, 반군활동 진압시 파스트라나 정부가 취한 어정쩡한 자세 등을 맹렬히 비난하며 급부상한 자유당 출신의 극우파 알바로 우리베벨레스 후보는 대선에서도 이를 쟁점화시킬 것으로 보여 반군을 둘러싼 각 후보의 입장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될 전망이다.

게다가 지난 2, 3월 잉그리드 베탄쿠르 대선후보와 북부 안티오키아주의 기예르모 가비리아 주지사 등의 잇따른 피랍 사건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대한 후보들의 강경책을 더욱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20일 생중계된 첫 TV토론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선에 출마한 5명의 후보 가운데 4명은 FARC에 대한 강경책을 다짐하면서 심지어는 FARC 지도자들을 미국에 인도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군에 의해 좌절된 좌익혁명단체인 ‘4.19운동’소속 게릴라 출신의 작가 겸 인류학자 베라 그라베를 러닝메이트로 영입한 좌파 후보 에드아르도 가르손(사회정치전선)만이 반군 지도자들의 미국 송환에 반대를 표명했을 뿐, 호라시오 세르파후보(자유당) 역시 이에 찬성했으며, 현재 지지율 60%로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알바로 우리베벨레스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협상을 재개하되 반군에게 ‘중립지역’을 내주는 등의 무모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FARC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취한 하롤르 베도야 후보(무소속)는 “그들은 게릴라도 아니며 마약밀매 조직에 불과하다”고 말할 지경.

이에 따라 FARC 지도자 3명을 마약밀매 혐의로 기소하고, FARC 창설자인 마누엘 마룰란다를 포함한 반군지도자들의 미국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콜롬비아 대선 개입설이 한층 현실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미 13억달러를 지원하며 콜롬비아 정부군의 반군 마약조직 소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던 미국 행정부는 지난 3월 테러에 대한 긴급예산을 편성하면서 반군 및 불법마약거래와 싸운다는 명목으로 콜롬비아에 대한 군사지원 확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현 대통령의 테러조직 소탕 작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강화하는 가운데 자금원조, 군사장비 제공은 물론 대 마약 작전을 위해 훈련시킨 현지 병력을 테러전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미국 추가 파병의 길을 열어 두기 위해 콜롬비아 주둔 미군을 4백명(현재 2백50명)으로 하는 법안 개정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미 대통령이 마약퇴치를 위한 정보공유와 기타 군사 원조를 규제한 클린턴 전 행정부의 대 콜롬비아 정책을 대체할 새로운 대통령령에 서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좌익반군의 뿌리가 깊은 남미에까지 대테러전선을 확장하려는 신호이자 최근 베네주엘라 차베스 축출-복귀사태로 인한 중남미 지역의 정치적 혼돈에 미국의 입김을 불어넣으려는 ‘중남미 길들이기’로 여겨진다.
[ 87호] 5.13 ~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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