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시위진압이 날로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민중대회 당시 경찰청은 진압경찰들에게 고무충격총을 휴대하도록 했다.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정권의 인권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가 지난 9일 “최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단순 시위를 넘어서는 폭력시위에 경찰청장 승인 후 고무탄 등 다목적 발사기와 중소형 최루가스 분사기 사용을 허가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이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극렬 시위’에 한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시위의 ‘극렬’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하고 판단의 주체 또한 경찰이 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최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벌어진 북파공작원들이 LP 가스통에 불을 붙이며 벌인 시위를 대표적 예로 들었으나, 쇠파이프나 화염병 시위를 테러 수준의 시위로 간주할 경우 노동조합이나 학생들의 시위가 고무탄 공격의 대상이 될 것이 뻔하다.
또한 말이 ‘고무’이지 눈에 맞으면 실명으로 이어질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는 고무총은 살상무기와 다름없다.
고무탄과 가스탄 등을 넣어 사용하는 다목적 발사기는 20m 거리에서 발사시 3㎜ 합판에 명중될 경우 4조각으로 갈라지는 등 파괴력이 크다.
경찰청은 지난 97년 일선 경찰서에 고무총과 고무탄을 지급하고 위급한 상황에 적극 활용토록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취소한 적이 있으며, 지난해 3월 민중대회 당시에도 진압경찰들이 고무충격총을 지참토록 한 바 있다.(사진)
지난해 연말에 민중항쟁으로 이어진 아르헨티나 사태에서도, 델라루아 행정부가 사임하게 된 직접적인 사유는 진압경찰이 물대포와 고무총으로 시위대를 공격하다 20여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던 사건이었다.
4·19나 5·18 민중항쟁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항쟁을 보아도 폭력시위를 막을 수 없어서 강경진압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진압의 수위를 높이는 것 자체가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의 실상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시위에서 진압경찰들이 시위대의 머리와 목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곤봉과 방패로 내리찍는 등 그야말로 야수적인 진압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살상무기나 다름없는 고무총까지 휴대시킨다는 경찰의 방침은, 국민의 정부가 국민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테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테러방지법을 만들어 시위 진압에 군 병력 투입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시위 현장에 총기와 똑같이 생긴 다목적 발사기에 고무탄을 장착해 국민에게 정조준해야만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정권의 최고책임자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사실은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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