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벼랑 끝 생존', 예술가의 삶

③ 사례 2 - 영화와 만화


① 예술가들의 생활실태 - 역사와 현황
② 사례 1 - 문학과 음악
③ 사례 2 - 영화와 만화 : '비둘기둥지'와 '자유의 검은리본'
④ 총론적 대안



문학인과 음악인의 생활실태를 살펴본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영화와 음악분야의 예술가들이 어떤 생존적 조건에 놓여 있는지를 대표적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짧게 고찰해 보겠다.

언뜻 '영화'라고 하면, 화려한 스타들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고, '대박'을 터트린 몇몇 작품들의 이름을 먼저 입에 담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영화계의 뒤안길에는 월 30만원에도 못 미치는 보수를 받으며 땀흘리는 영화 스탭들(연출부, 촬영부, 조명부, 제작부, 동시녹음, 미술 등)의 그늘진 얼굴이 있다.
인터넷 까페 "비둘기둥지"는 영화 스탭들의 처우개선과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발적 사이버 공간이다. 현재 2001년 3월 개설되어 현재 3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이 카페에 올라온 글들은 영화 스탭들의 열악한 생활과 저열한 생존조건을 암흑의 세계로부터 밝은 세상으로 끌어올리게 만든 원천이었다.
현재 충무로 조수급 스탭들의 월 평균 임금은 경력, 영화의 제작비 규모, 제작기간, 부서 등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대체로 월평균 30만∼100만원선. 조감독급 아래의 스탭이라면 상한선은 50만원 정도에 머문다. 이들은 보통 하루 14시간 이상 노동하는 것이 상례이며 밤샘작업을 수시로 떠맡아야 하는 어려운 노동여건에 시달린다.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두더라도 돈을 버는 것은 제작사와 배급사. 배우와 감독 뿐이다. 결국 '생존권 보장', '계약제도 개선', '인센티브 확대' 등 스탭들이 외치는 구호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는 허구적 수사와 화려한 스타시스템 앞에 내버려진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최근 들어 조감독협회, 감독협회, 영화인회의, 영진위 등 영화단체/기관들과 뜻있는 정치인들이 한국 영화산업의 영속적 발전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다행이지만, 영화 스탭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으려면 당분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화계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소수 감독이나 배우들만이라도 수억원씩을 벌어들이는 영화에 비해 만화계에서는 아무리 잘 나가는 만화가도 월 평균 2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란 말 그대로 하늘에 별 따기다.
이렇게 돼 버린 이유를 대부분의 만화가들과 전문가들은 '대여점'에서 찾는다. 만화를 바라보는 인식이 '사보는 만화책'에서 '빌려보는 만화책'으로 바뀌면서 경제적 위기가 찾아왔다는 설명이다.

대여점 반대 까페 "자유의 검은리본" 에 따르면, 대여점은 독자들이 만화를 보더라도 그 수익이 정당하게 만화가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주범이다. 예를 들어 만화책 한권이 대여점을 통해 천명에게 보여지더라도 만화가에게 돌아가는 인세는 만화책 1권의 인세뿐이다. 이 때문에 만화가의 경제적 위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10년 넘게 만화를 그려온, 이름조차 꽤나 알려진 중견 만화가가 겨우 월평균 70만원 정도를 번다는 사실이 이 까페를 통해 폭로되면서 반대여점 운동은 불이 붙었다. 많은 만화인들이 만화를 포기하고 다른 직업으로 돌아서고, 낮에는 아르바이트, 밤에는 만화작업으로 삶을 영위한다. 현재 전국의 만화 대여점은 약 만오천개 정도. 아무리 인기작가라도 만오천권 이상은 팔기 어렵다는 계산이 쉽게 나온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만화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잡지가 잘 팔리는 것도 아니어서 몇 개월을 고생해서 내놓은 만화책을 통해 인세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고작 몇 십만원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여권을 보장하라는 만화계의 주장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2001년 3월 개설된 "자유의 검은리본"이 벌써 23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대여권 보장은 쉽지 않다. 당장 저작권 체계 문제가 걸린다. 때문에 당장 어떤 대안을 찾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다른 분야에 파급효과를 적지 않게 미치는 만화가 고사상태에 내몰린 것을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희망을 건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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