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통화와 문화의 결합
몇 해 전부터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역통화운동에 관한 논의가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알려졌듯이 지역 통화운동은 자신이 가진 재능과 기술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고, 자신이 필요할 때는 반대로 다른 사람의 봉사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아직 나는 이 운동의 성공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있는 사회, 심지어 지식과 창의성마저 상품화 된지 오래인 이 사회에서 도대체 지역통화운동이란 가당키나 한 것인가 라는 현실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돈 안들이고 놀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의 사회적 제공, 즉 놀이의 공공성은 물론이거니와 학습에 대한 공공적 접근조차 자유롭지 못한 사회적 여건과 자본주의 풍토에서 그 발상은 어쩌면 좌파적 상상이라는 한계를 갖고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슬그머니 치켜드는 생각이 있다. 제대로 한번 시도해 보았느냐는 것이다. 지역통화운동은 특성상 광범위한 대중이 정보공유가 가능할 수 있는 연결 망 형성과 기록 및 관리가 잘되어야 하고 공신력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엔 많은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결론적으로, 시민운동의 차원을 넘어서 공공영역의 차원으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각 지역에서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지자체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자원봉사에 대한 일반인의 의식이 아직은 취약하고 또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지역통화운동은 자신의 문화적 욕구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제도로 정착 할 수 있다. 일례로, 동작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동작자원봉사은행'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작자원봉사은행'은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민간단체인데 지난 1999년 11월에 문을 열어 오늘날까지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원봉사자를 모집, 교육해 적절한 곳에 배치하며, 자원봉사 수혜자를 발굴, 선정해 관리하는 일을 주요업무로 삼고 있다. '동작자원봉사은행'이라는 명칭이 시사하듯이 자원봉사활동을 은행에 예금하듯이 '자원봉사 사랑 통장'이라는 이름의 자원봉사활동 통장을 만들어 적립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렇게 적립된 활동실적은 자원봉사자가 원할 경우 본인이나 가족, 또는 봉사자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다시 봉사의 형태로 되돌려 질 수 있다. 이러한 운영시스템은 지역통화의 방식을 담고있으며 자원봉사를 활성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의 소지는 '자원봉사' 개념과의 혼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과 역할 분담의 문제인데 지자체의 실정에 따라 복지 중심의 자원봉사센터 운영을 확대 개편하던지 아니면 분리운영도 한 방법이다. 또 인적 서비스 시장영역의 반발도 예상되는데 나름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응용해 문화영역에 적용한다면 각종 문화분야의 인력 확보가 수월해질 것이고 문화시설의 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됨은 물론, 지역사회의 공동체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더불어 다가올 주5일 근무제 전면실시 시대에 대중의 여가를 문화적 방식으로 전용하는 대비책으로서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실 지역문화가 안고있는 난제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문화관련 인력의 문제이다. 사람이 부족해 각종 문화시설의 운영, 프로그램의 빈곤을 겪고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시스템이 대중 스스로의 삶을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자본주의적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는 지나친 것일까?
지금종(문화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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