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자 ? 그래 잘 놀자 !

최근 주5일근무제 도입 문제가 사회의제로 상정되면서 여가시간 확대에 따른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5일근무제가 도입되면 국민 개개인의 여가시간이 늘어날 것이지만, 아무런 준비가 없다면 늘어나는 여가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낭비하거나 자칫 사행적인 시간소비나 사회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늘어나는 여가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인 기반조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5월 16일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여가시간 증대에 따른 문화관광정책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토론회에서는 여가시간 증대를 앞두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제반 문제들에 대해 문화, 관광, 체육, 청소년 등 4개 분야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었고 그에 대한 구체적 대안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여가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개개인의 이해와 확신, 실천의지다. 사실 여가시간이 늘어나도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두려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동안 여가를 즐기는 것에 대해 그리 긍정적인 사회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이 생겨도 이를 적극적이고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된 것이다.

잘 놀 줄 아는 사람은 창조적인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동안은 잘 노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민주적이고 강압적 분위기에 잘 제압 당하지 않기 때문인지 개발독재를 추구해 온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강압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는 묻지도 말고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미덕인 것처럼 선전해 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자신의 삶에서 자기 방식대로의 즐거움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 아닌가. 따라서 이제는 잘 노는 방법도 배우고 스스로 잘 놀 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가시간 확대를 위한 제반 사회적 논의에서 이러한 점들이 핵심적인 의제가 되었으면 한다.

늘어날 여가시간을 문화활동을 통해 진정한 재창조의 시간이 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역시 건실한 문화활동을 즐기는데 도움이 되도록 '문화교육'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과정에서는 물론 사회 각 부문에서 문화생활을 통한 여가활용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누구나 잘 노는 방법을 배워 언제든 여가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삶을 즐겁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자신과 이웃,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판단하고 행동할 줄 아는 문화시민이 되어야 한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자칫 놀기 위해서 비용이 의존하다보면 돈이 필요하게 되고 결국은 더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 더욱더 많은 시간을 일에 쓰게 되고 그 결과 여가를 위한 시간이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객전도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회는 여가활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개개인들은 비용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스스로 여가를 즐기려는 의지와 적당한 여가방식을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는 자신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길에 한 발도 들여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선 '잘 놀자'라는 신념을 다지고, 잘 놀 수 있기 위해 꼭 필요한 여가시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개개인의 힘을 모아보자. 여가시간 확대를 앞두고 준비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을 것이다. 특히 일과 여가의 적절한 조화를 통한 개개인의 삶의 행복추구에 대한 공통의 신념과 실천의지를 다지는 일과 실제 여가활용을 위해 필요한 제반 사회적 기반과 프로그램 확충 등에 있어 다양한 계층과 조직들의 의기투합 또는 갈등해소 등에도 많은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과업을 수행하는 핵심에는 결국 잘 노는 사람들의 진정한 창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과 놀이가 조화로운 새로운 문화사회를 꿈꾸어 본다.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이용훈(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 blackmt@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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