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노동자들에게 폭죽 대신 날벼락을 내리고 있다.
단속강화로 노점상 생존권을 패대기치는가 하면 건교부는 '행사기간 건설공사 중단' 방침을 밝혔다가 건설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 공사중단기간을 줄이는 촌극을 빚었다. 월드컵 특수를 노리는 업종에서는 노동강도가 세지고 월드컵을 이유로 단체교섭마저 회피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올림픽 때도 수난을 당했던 노점상들이 강산이 한 번 바뀌고 정권도 두 번이나 갈렸으나 여전히 손수레를 뺏기고 있다. 서울 강북구청, 종로구청, 서대문구청, 일산 고양구청 등은 최근 노점단속을 위해 예산을 1억5천만원씩 편성해 용역발주를 확정했다. 이전 같으면 손수레를 압수하거나 부쉈으나 5월 들어서는 벌금을 메기거나 노점자리에 벤치나 화단을 조성해 영영 노점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전국노점상연합(전노련·의장 김흥현) 전경희 선전국장은 이와 관련해 "노점단속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빈발하고 특히 일산쪽에서는 계고장으로 위협하는 용역업체 단속반이 '어깨들'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전노련은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전국순회투쟁단을 꾸려 사고지역 지원투쟁을 벌이는 한편 5월13일부터는 서울지하철 창동역 1번 출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건교부 지침에 따라 '환경월드컵'이란 이름으로 관할 1천3백개 건설현장에 공사중단, 포장도로 굴착금지, 공사단축, 신규공사 억제 등을 지시했는데 특히 월드컵이 열리는 16일 동안은 모든 건설현장의 공사중단 방침을 내렸다. 건설산업연맹(위원장 이용식)에 따르면 이에 대한 동의서를 내지 않으면 담당공무원을 보내 법 저촉사항을 감시하겠다고 밝혔다는 것. 이는 월드컵조직위가 경기가 열리는 모든 지자체에 요구한 것으로 환경부, 건교부 등 관계련부처의 협의를 거쳐 대전, 대구, 서귀포 등 전국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이 이에 대해 "서울 건설일용노동자 15만명이 20일 동안 일을 못해 1천5백억원의 임금피해를 보게되며, 전국적으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가 될 것"이라며 강력 항의하자 서울시는 지난 10일 황급히 경기당일과 이후 6일간으로 기간을 줄였다. 연맹은 이에 따라 "하루 노동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임금손해를 보상받아야 한다"면서 휴업급여 지급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대국민서비스'를 빌미로 월드컵 광고특수를 노린 대폭증면에 나섰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동아일보를 찍는 동아신문인쇄의 경우 평일 지면을 48∼52면에서 60∼72면까지 늘리자고 요구하고 있으며, 노조는 이에 대해 신규채용과 수당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을 피해 교섭하자'는 사용자들의 주장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ㅎ호텔의 경우 "월드컵 기간 교섭을 중단하자"고 요구했으며, 증권산업노조(위원장 이정원)가 지난해에 이어 통일교섭을 요구하자 10개 증권사들이 4월22일께 약속한 듯이 "상황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일제히 "6월중순 이후로 연기하자"고 나왔다. 현대자동차(대표이사 정몽구)는 5월2일 노조(위원장 이헌구)와 첫 교섭에서 "5월안에 끝내자"고 공세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이 가뭄에 웬 파업이냐"던 보수언론이 이번엔 일제히 "월드컵 볼모 파업"이라며 선정적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월드컵을 볼모로 노동자와 서민의 생존을 내리누르는 게 누군지는 이미 살펴보았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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