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구(노동자의 힘 회원)
'파업은 노동자 학교다'라는 옛 혁명가의 말이 기억난다. 뭔가를 배운다는 것
인데 그 혁명가에 말에 의하면 파업은 '자본과 노동의 적대관계, 단결의 위력
과 자본의 약점, 국가권력 등의 본질을 가르쳐주고 계급의식을 자각하게 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군사학교'라는 것이다.
파업은 정말 그렇다. 사장님이 사장 놈이 되고, 우리 직원이 우리 조합원이 되
고 동지가 된다. '단결투쟁'으로 자본이 무릎을 꿇을 때면 단결의 위력이 얼마
나 대단한가를 느끼고 노동자의 힘이 셀 때 자본가가 얼마나 비굴해지는가를
본다. 평소에 국가는 자본편도 아니고 노동자편도 아닌 그냥 국가 혹은 정부라
고 생각했다면 파업을 하면서는 아무리 못해도 국가는 노동자편이 아니라는 생
각정도는 한다. 그게 파업이다. 그래서 파업을 하면 내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책에서 나오는 문구의 기억이 아니라 몸소 체험한다. 그래서 파업을 하는 동
안 노동자는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파업을 들어가기 전에도 파업을 들어가서도, 파업을 끝내고 나서
도 교육을 한다. '투쟁요구와 파업의 정당성, 파업기간에 지켜야 할 규칙, 탄
압 시 대응방법' 등 파업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파업을 유지하기 위해
서, 그리고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파업기간을 전후로 교육을 배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업 시 진행되는 교육은 구체적으로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보자.
38일간 파업을 전개했던 발전노동자들은 어용노조의 관행이 몸에 밴 공기업에
종사하는 기술자들이었고 노동조합은 고충처리전담반 정도였으며 노사는 대립
관계가 아닌 '가족'이었다.
2000년 전력민영화를 앞두고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수용한 위원장의 직권조인
이 한이 되고 분노가 되어 전력노조를 탈퇴하고 발전산업노조를 만들었으며 민
주집행부를 선출했다.
그리고 2002년 2월, 파업을 결의하면서 노동조합의 교육이 시작됐다. 가장 먼
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문제와 노동조합의 대응방향'이었고, 파업을 10일
앞두고 진행되는 교육은 '투쟁요구와 파업의 정당성', '각종 탄압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교육이 성공한 탓일까? 지도부의 예상을 뛰어넘어 5,600명의 조합
원 중 5,300여명의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그리고 서울대에서 2박 3일
을 보내는 동안 '동맹파업 승리'를 외치며 '승리'를 눈앞에서 봤을 것이다. 그
리고 산개 투쟁에 돌입, 그들은 한 일주일간 먹고 마시며 마치 여행을 온 듯
한 기분으로 파업을 지속시켰다. 밤마다 진행되는 문화제도 없었고 투쟁결의대
회도 없었으며 연대대오의 방문도 없었다. 정말 발전노동자들끼리만 파업투쟁
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존의 통념을 깨는 일상의 교육
그러나 일주일이 넘어 숙소를 이동하게 되고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노동자들
에게 그리고 지역의 활동가들에게 숙소를 제공받고, 이어 역사마다 도는 선전
전과 교육이 시작되면서 이제 파업투쟁이 발전노동자들만이 것이 아니게 된 순
간부터, 발전노동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을 것이다. 어떤 발전노동자는 "아파
트를 빌려주고는 우리가 불편할까봐 자기들은 직장이나 친구 집으로 가는 사람
들을 보면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방 한가득 사회과학 서적이 있고, 월급도
주지 않는 단체에 일하러 다니고 그러면서도 보람 있게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발전소를 나와 파업공간에서 만난 노동자에게서 새로
운 세상을 보기도 했다. '나는 기술자다. 그러나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내 것
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버려지면 안된다',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다. 그래서 내가 바로 세상의 주인이다', '내가 변하는 모습을 보고 놀
랍다. 이제 "투쟁"이라는 구호가 자연스럽다.' 그들은 파업을 통해 만남을 갖
고, 함께 투쟁하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바로 이게 교육 아닌가?
파업대오를 유지하기 위한 단기처방의
효과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파업기간 동안 진행되는 교육은 일상시기보다 훨씬 흡수력이 높다. 극도로 긴
장된 상태에서 자신이 선택한 파업투쟁이 정당함을 이 순간을 통해서 확인 받
고 또 자신감을 획득한다. 그래서 대부분 파업기간에 하는 교육은 좋은 평가
를 받는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발전 파업기간동안 진행된 교육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다른 사업장의 투쟁사례와 탄압 시 대응방법'이
다. '노동운동사', '자본주의와 노동자' 등 노동자로서의 인식전환과 노동자
세계관의 문제는 관심 대상 밖이다. 이런 교육을 할라치면 "이런 걸 교육하려
고 이동하라고 했는가, 이동시 연행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하는가"라고 이야
기한다. 그러나 '대응방법'을 이야기하는 교육은 결국 단기처방일 뿐이다. 파
업 중에 있는 긴장된 노동자에게 자신감을 주고, '별거 아니다', '이길 수 있
다'는 희망을 줄지 몰라도 어떤 순간에도 노동자임을 인식하고 투쟁을 결의하
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가피하게 단기처방을 선택한다. 왜냐하
면 교육의 평가가 나쁘면 바로 교육은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장 파업대
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업 현장에서 한가한 교육은 해
서는 안된다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언제나 단기처방을 생각하
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파업 중 교육은 오로지 한가지에 복무해야 한다. '어
떻게 파업대오의 이탈을 막을 것인가.' 그러나 현장으로 돌아오면 다시 자본주
의 사회로 잠식되는 노동자들의 이탈은 막지 못한다. 아니 막는 교육은 진행하
지 못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게 안타깝다.
왜 파업시기 노동자 교육은 노동조합의
공식절차에 의해서만 준비되어야 하는가
단위노조가 파업을 하는 동안 집행부는 강한 규율을 조합원들에게 요구한다.
그것은 파업대오를 지킬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규율은 모든
곳에 적용되는데 교육의 경우, 파업 과정에서 노동단체가 파업교육을 관장하거
나 혹은 파업교육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한다면
그것은 노동조합에서 용인되거나 아니면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일 것이다. 노
동조합의 공식 요청이 있기 전에는 불가능하고 은밀하게 했다가 들키기라도 하
면 순전히 프락션하려는 음모적인 조직이 돼버리는 것, 그래서 외부의 활동가
들은 전적으로 노동조합의 공식절차만을 기다려야 한다.
좋다. 기다려서 할 수만 있다면 내 소명은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도 할 수 있
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절차는 존중하는 것이 파업투쟁을 교란시키지 않는다
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르게도 생각할 수 있다. 파업은 노동자 정치가
행해지는 곳, 이 곳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주장하고 대중을 전취할 수 있
는 정치를 행할 수 있다면 그 조직은 얼마나 대단한가. 그 옛날 혁명가들은 파
업하는 곳에 들어와 대중을 조직하여 혁명의 대열에 합류하도록 선동하지 않았
는가. 대중과 만나고, 함께 투쟁하고, 교육하면서 그들도 대중으로부터 평가받
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노동조합 지도부의 입맛에 맞는 교육내용과 선동으로 우리는 언제 노동자 정치
를 감행할 것인가??
교육을 백 날 하면 뭐하나, 실천과 결합돼야지…
나는 발전파업을 통해 진행된 교육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교육을 하면
서 대중을 현혹시킬 수 있다. 대중에게 마치 내 말이 다 옳은 것처럼 할 수 있
다. 참여식 교육방법을 들이밀면서 대중이 주체가 되는 교육인 양 떠들 수 있
다. 그러나 백 날 하면 뭐하나, 주체의 실천이, 투쟁이 뒤따라야지. 이것이 결
합되지 않으면 교육은 항상 단기처방, 다시 놔야 하는 주사약일 뿐 근본을 변
화시키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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