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철폐투쟁의 날'로 바꾸자!

박경석(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



'장애인의 날'의 가면 속 진실

올해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은 22번째 맞이한다. 22년을 지나면서 '장애인
의 날'은 과연 장애인들에게 어떠한 날이었는가. 또한 사회 속에서 '장애인
의 날'은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녀왔던가.
먼저 '장애인의 날'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를 보면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뿐만
이 아니라 모두에게 얼마나 기만적이고 시혜적인 찌꺼기인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장애인의 날은 80년대 초 정치적 혼란을 틈타 '광주의 피'로 정권을 잡
은 전두환 군부독재가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복지사회구현'이라는 허
울좋은 명분을 치장하기 위한 악세사리로 1981년 4월 20일 제정되었다.
이렇듯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의 대중적인 이해와 요구와는 관계없이 정치적으
로 '광주의 피'를 희석화시키고 전두환 군부독재를 '천사의 얼굴'로 미화시키
기 위한 화장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더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의 허망한 보도멘트…

어김없이 올해 장애인의 날에도 언론으로부터 많은 '장애극복, 인간승리'의 보
도가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각종 장애관련 뉴스와 홍보물에는 수많은 행사들
이 소개되었다.

"장애인의 날 위안잔치, 중증 재가 장애인 한마음대축제(연애인공연, 장애인노
래자랑), 장애 체험, 장애인 노래자랑, 장애인 날 기념 봄나들이, 장애인의
날 기념식 및 노래자랑, 장애인 체육대회, 중증 장애인 봄나들이 및 고수부지
청소 자원봉사, 장애인 가족야유회, 장애인 돕기 사랑의 바자회, 장애인 푸른
나들이, 장애인 한마당 한마음 축제 …"

장애인의 날에 치러지는 대부분의 행사에는 '한마음', '한사랑', '돕기' 류의
단어가 빠지고, '위안잔치', '노래자랑', '체육대회', '바자회', '나들이'가
없으면 무언가 허전한 날이 되어버렸다. 언론은 하이에나처럼 봄나들이에 함
빡 웃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더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하며 보도해
댄다.
이 얼마나 지극한 장애인에 대한 사랑이란 말인가. 장애인을 위한 '위안과 사
랑'이 한강의 푸른 물처럼 넘쳐나고, '한마음'과 '한사랑'의 감동으로 하나가
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과연 장애인의 현실이 그런가? 장애인의 현실은 이 사회에서 베풀어주
는 '한마음과 한사랑'의 품안에서 포근한 삶을 누리고 있는가. 분명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날'은 일년 내내 장애인을 차별하는 이 사회의 미안함(?)
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한 '자위행위의 날'이란 말인가. 장애인들은 이 사회
의 안정적인 '자위행위'를 위해 꼭두각시처럼 미소짓고 좀더 불쌍하게 보
여 '눈물의 카타르시즘'을 극대화시키는 최루탄이란 말인가. 그 단 하루가 지
나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야만의 질서'가 장애인의 목
줄을 조른다.

지금까지 장애인은 사회와 역사 속에서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었다. 또한 장애
인 당사자들도 시혜를 구걸하는 불쌍하고 순종적인 대상으로 길들여져 왔었
다. 그러하기에 여전히 우리는 '장애인의 날'이 오면 정부의 떡고물 행사에 동
원되어 스스로 '한사랑'으로 미화시켜 정부로부터 몇 푼의 행사비를 받아 장애
인의 날을 치장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 먼저'라는 구호 속에서 동정
의 대상으로 가장 먼저 기능하고, 사회 속에서는 가장 먼저 차별 받는 존재로
전락하였다.

싸우지 않는 자, 어찌 해방의 의미를 알겠는가!

장애인에게도 투쟁의 역사가 있다. 80년대 후반, 사회전체의 민주화 투쟁 속에
서 청년장애인들도 장애인의 문제가 개개인의 노력이나 가족의 희생으로 해결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장애인운동을
시작하였다. 또한 장애인의 날을 정권이 선사한 전시적인 날이 아니라 '우리
의 날'로 만들기 위한 외침을 시작하였다.

1989년 '장애인 권익촉진 범국민 결의대회', 90년 '기만적인 복지정책 규탄
및 400만 장애인 인권 쟁취 결의대회', 90년대 초반 '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위
한 결의대회' 등을 거쳐 96년부터 '장애인 노동권리 확보를 위한 범국민 걷기
대회'를 매년 개최하였다. 또한 '장애인의 날' 행사를 장애대중뿐만 아니라
각 지역 장애인과 민주노총 등의 제 진보단체와 공동으로 주최함으로써 사회
의 많은 양심세력들과 함께 하는 연대의 틀로 확대시켜왔다.

작년 오이도역 장애인 수직형 추락 참사를 계기로 들불처럼 가열차게 일어난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계기로 올해 장애인의 날에는 보다 폭넓은
연대투쟁을 조직하였다. 시혜와 동정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 차
별 철폐투쟁의 날'로 그 역사를 쓰기 위해 90개 장애·노동·인권·사회단체들
이 연대하여 일주일간 '장애인 차별 철폐투쟁 주간'을 선포하여 매일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시설비리척결, 장애여성, 참정권, 복지 등의 요구를 가지고
선전전과 사진전 그리고 쟁취투쟁 결의대회를 치렀다. 투쟁의 과정에서 2명의
구속자가 발생하면서까지 마침내 우리는 4월20일 당일에는 정태수·최옥란 열
사 추모제와 '장애인차별 철폐투쟁 결의대회'를 통해 장애해방을 위한 가열찬
투쟁을 선포하였다.

이제 벗어 던져야 한다. 모든 차별과 시혜와 동정의 껍질을…. 기만적이고 시
혜와 동정으로 분칠해진 '장애인의 날'은 더 이상 유지할 필요 없이 폐기처분
해야 한다. 그동안 장애인은 하루 위안잔치 하고 일년 내내 평생을 통해 차별
하는 야만적인 질서에 구걸한 결과,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고 계획된 사회
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소외받아 왔다.
이제 아무리 중증 장애인일지라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
록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 모든 차별에 저항하고 해방을 위
한 투쟁을 선포해야 한다. 싸우지 않고 그 의미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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