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소비자 보호 진일보 불구 ‘미흡’ 지적도

제조물책임법 시행-의미와 한계

윤재설 dllp21@kdlpnews.org
오는 7월 1일부터 제조물책임법(PL법)이 시행된다. 제조물책임이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신체나 재산에 손해를 본 소비자가 제조회사쪽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하지 않아도 제품의 결함과 소비자의 피해만 확인되면 제조회사가 그 손해를 배상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일종.

제조물책임법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조항, 자동차관리법이나 식품위생법 등에 의한 리콜제도, 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피해보상제도 및 제품안전인증제도 등 현행 소비자보호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제도로 여겨진다.

국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법 제정 움직임이 있어왔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지난 1982년부터 수차례 제조물책임법 제정논의가 있었으나 ‘시기상조’를 이유로 도입이 보류됐다.

그러다가 1996년 소비자보호단체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이 제조물책임법 시안을 만들고 1999년 추미애 의원 등의 국민회의 의원입법으로 법안을 국회에 제출, 그해 12월 국회를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논의가 시작된지 20년만인 올 7월 법이 시행되는 것이다.

법 시행 이전에는 제조물 관련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규정을 적용해 피해자가 △가해자(제조업자)의 과실 △손해의 발생 △손해의 발생과 제조업자의 과실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제조물의 제조기술이 점차 고도화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전문지식이 부족한 소비자가 제조업자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제조물책임법은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덜어준다는 의미에서 주관적인 ‘과실’이 아닌 객관적인 ‘결함’과 피해만 확인되면 배상을 해주는 것이다.

제조물책임법은 미국, EU, 일본, 중국, 필리핀 등 세계 27개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63년부터 제조물책임제도를 시행했고 1970년까지 모든 주에서 제조물책임제도를 채택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중국, 필리핀, 러시아, 남미 등에서도 입법화가 완료됐다.

법 시행은 두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제조업체들은 이 법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엘지화학 전략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팀을 구성해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며 “생산물의 상당수가 소비자의 생활에 밀접한 제품들이라 단단히 대비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제조물책임법이 소비자 개개인의 결함 입증 부담을 덜어줬다는 것만 제외하면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석연 변호사는 “기존 판례로도 소비자의 입증부담은 덜어질 수 있다”며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소송제가 없는 상태에서 도입되는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책임보험’이라는 또 하나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보험사들 배만 불리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것과는 별개로 가해자의 행위에 악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부과되는 손해배상으로 △가해자에 대한 제재와 △유사행위의 재발방지와 다른 기업에 대한 경고 및 △피해자에 대한 후한 보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집단소송제는 집단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한 사람이 나서서 대표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거대 자본을 향한 소비자의 제소가 쉬워진다는 유의미성에도 불구하고 7월 1일부터 시행될 제도물책임법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과제를 안고 있다.
[ 87호] 5.13 ~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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