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사건과 표현의 자유
고길섶 / '문화연대' 편집장
최근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된 두 개의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는 4월 4일 송앤라이프(www.songnlife)를 통해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의 작사·작곡가 윤민석 씨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4월 22일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조사를 의뢰하고 또한 4월 24일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이 선거운동기간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윤민석 씨에 대해 수사 의뢰 및 고발 행위가 들어간 것은 '이회창 후보를 음해하는 내용의 허위 비방성 가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4월 12일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가 진보네트워크 참세상에서 편성 신청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해서 '편성불가'를 의결하였음을 통보한 일이다.
문화연대의 논평을 따르자면, 그 경위는 다음과 같다.
진보넷에서 편성 신청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1월 14일 편성신청을 한 이후, 1월 25일 첫 번째 수정 요구사항을 전달받았고 이에 대한 제작진의 의견을 운영협의회에 전달(2월 16일)한 후, 운영협의회로부터 3월 15일에 두 번째 수정요구사항을 통보 받았다고 한다. 주된 수정 요구사항은 비속어 사용, 주민등록제도가 악의적 제도라는 부분, 공무원 등장, 박정희 생가 신 삭제(첫 번째 수정요구사항) 및 제목의 순화(두 번째 추가 수정 요구사항)였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비속어 등에 대한 지적에 대해 "삐"음 처리 및 흐린 화면 처리 등으로 요구사항을 수용하였고,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영상물 내용에 관한 제작자의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면서 운영협의회의 요구사항이 부당함을 전달하였다고 한다. 또한 제목 순화(제목 중 '∼찢어라' 부분에 대한 순화)에 대한 지적은 1차 수정요구에 없던 항목이 추가된 것으로 제작진은 이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나 이유, 근거가 없다는 점을 문제제기하며 이에 대한 충분한 해명을 요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협의회는 어떠한 해명이나 근거 제시 없이 최후 통첩을 보내듯이 "수정요구를 전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성불가'를 의결하였다"고 통보한 것이다.
잇달아 발생한 이번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벌어진 이전 사건들과는 다른 성격을 갖는다. 이전에는 대개 '음란물' 시비가 주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틀을 벗어나 정치적인 이슈를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사건이라고 본다. 표현의 자유 하면 으레껏 음란물 시비가 일쑤였는데, 나는 성적 표현의 자유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긴 하지만 예술가들이 확보해야 할 표현의 자유 영역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다양한 영역에서의 정치적인 사건화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당연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아서는 안되고 소통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발 말하고 표현하게 내버려둬라. 구태한 토들을 달고 안된다고 하지말고.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신청자들을 길들이려고도 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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