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성(노동자의 힘 회원)
2002년 들어서도 전국의 대학가들은 또 한번의 진통을 겪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발과 대학 내 제반 운영에 대한 주체들간의 갈등
은 각 주체들을 대변하는 조직을 중심으로 권리의 확보와 민주적 대학운영을
쟁취해 나가기 위한 발빠른 대응들을 펼쳐나갔다. 하지만 최근 IMF 외환위기
를 기점으로 대학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불거져 나오고
있는 문제 중에 하나가 바로 대학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의 불안정화'와 '비정
규직으로의 대체·확산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들과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들을 박탈당한 채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내
몰린 '불안정노동 층'의 대거 양산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가속화 속에서
자본의 논리가 전사회적으로 확대·심화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권의 사각지대, 그 속에 '시설관리노동자들'이 있다
대학에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전에도 존재했었다. 하지만 대체로 직영채
용으로 이루어지고 몇몇 건물이나 경비직에만 한정되었던 것이 최근 들어 정권
의 노동 유연화 정책 등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시기에 발 맞추
어 대부분의 대학에서 시설관리직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신규채용
이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사용업체(학교당국)와 용역업체, 그리고 용역노
동자라는 비정상적인 '3중 체계' 속에서 이미 노동조건 및 환경에 대한 '2중
착취' 등의 심각한 문제들을 구조적으로 노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
다. 그것의 결과는 기형적인 고용형태(고용불안)와 장시간의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 등과 같이 대부분의 중소영세 사업장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
고 있는 현실과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형적인 고용형태와 그로 인한 고용불안은 대부분의 학교가 통상 1년을 단위
로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으로부터 기인하는데, 무분별한 소자본
용역업체들의 난립을 배경으로 한 학교당국의 비용절감 전략은 경쟁입찰과 최
저가 낙찰을 통해 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도급계
약에 따른 형식적 분리라는 외피로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용역업체
또한 중간마진을 얻기 위해 용역알선과 관리비용을 명목으로 상당한 액수의 금
액을 받아내면서도 단기간의 계약만료와 더불어 사실상의 계약노동에 대한 책
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결국 1년이 경과한 후 남는 것은 열악한 저임금을 감내
하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일해왔던 노동자들을 조롱하듯 비웃는 '고용
불안'의 낡은 딱지뿐이다.
기형적인 고용형태의 또 다른 이름 - 열악한 노동조건
최저임금 수준을 웃도는(그 아래인 경우도 존재한다) 저임금체제와 더불어 근
로기준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각종 수당 지급과 연·월차 사용 및 보험혜택은
한낱 그림의 떡일 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근로계약서
조차 작성·소지한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며 이에 따른 용역업체의 전권 행사
는 퇴직금의 미지급, 임금체불, 전환배치, 해고 및 신규채용, 계약해지, 위장
폐업, 노조결성 방해 및 파괴 등 그야말로 부당노동행위의 온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식사조차 마음 편히 하지 못한 채 파견소장 혹은 행정직원
의 지시와 감시 속에서 업무 외의 노동까지 강요당하며 녹초가 되도록 일을 하
고 나서, 그나마 중식 후 휴식시간을 활용해 잠시 나마의 수면을 취하려고 채
광과 통풍조차 안 되는 구석진 휴게실 좁은 틈을 비집고 누워야만 하는 것이
시설관리노동자에게 유일하게 허락되는 값싼 자유인 것이다.
'시설을 깨끗하게 사용하자' 캠페인을 넘어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강의실과 복도를 지나다 무심코 마주치는 얼굴들이 있다. 재잘대며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는 모습들, 학점관리와 졸업 후의 취업관리를 위해 도서관으로
학원으로 전전긍긍하는 고단한 표정의 모습들을 한 편으로 바닥으로 늘어진
채 나뒹구는 '강고한 노학연대!'의 선동적 문구의 대자보를 무표정한 시선으
로 바라보며 힘겹긴 하지만 익숙한 동작으로 청소하시는 어느 아주머니의 모습
은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자리잡힌 지 오래이다.
대학 구조조정의 강력한 기제로 사용되고 있는 '경쟁과 분할'의 전략은 단지
대학생들만의 문제를 넘어 교육의 상품화와 대학의 기업화 과정 속에서 교직
노동자들의 연봉제와 계약제 도입, 시간강사들의 저임금 구조와 장시간 강의노
동, 그리고 직원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 및 노동 유연화 문제 등 일종의 기업
화된 시스템을 갖춘 대학 내 구성원들간의 전면적인 경쟁과 분할의 확대를 통
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의 왜곡된 형태들이 때로는 등록금을 둘
러싸고 일부 대학 내에서 존재하는 학생회와 대학노조간의 갈등, 정규직 노동
자와 비정규직 용역노동자간의 차별, 교수와 강사간의 수업환경을 둘러싼 미묘
한 관계들로 표출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 하기에 교육자본을 재편하기 위한 자본과 정권의 의도가 철저히 은폐된
채 오히려 이를 가속화하고 공고화하는데 순기능을 하고 있는 이러한 경쟁과
분할이데올로기를 혁파하는 것은 비단 어느 주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각의 고
립되고 분산된 교육주체들간의 신뢰와 연대를 통해서만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교수계약제·연봉제 시행'을 둘러싼 교수노조와 전국강사노조의 연대 움
직임이라든가 '불안정노동철폐, 노동권·생활권쟁취를 위한 공동 투쟁단'을 중
심으로 대학 내 학생들과 시설관리노동자간의 교류의 움직임 등은 아직까지도
넘어야할 산이 많긴 하지만 지난 시기 '교육행동연대'라는 교육주체들간의 형
식적 연대를 실천적으로 강화해 나가기 위한 작지만 소중한 연대활동의 경험으
로 매김 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이 노동자·민중의 생존과 민주적 권리의 쟁취
라는 단일한 슬로건을 바탕으로 강고한 연대의 전선을 만들어 나갈 때 우리
는 '노동자 민중의 온전한 정치'를 진전시킬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