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희(노동자의 힘 회원)
"도대체 왜이리 말이 많노, 전부 수다쟁이 뿐이가." 농성장 한구석에서 잠을
청하던 동지가 외친다. 맞다. 농성장은 하루 종일 어수선하고 왁자지껄하다.
간간히 술을 마시고 찾아오는 조합원들, 그리고 노조간부와 활동가들로 쉴 틈
이 없다.
왜 이리 말이 많냐고? 말이 많을 수밖에…. 마치 개울가 건너듯 징검다리 하나
를 온힘을 다해 건너는 것 같은 일정속에 모두들 말이 많아 질 수밖에….
하루종일 농성장에서 생활하는 동지들에게 휴식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모두
알아도 그걸 몸소 실천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거제도 옥포성당 농성장이다.
노동자에게 파업은 학교라 했다. 투쟁의 장에서 노동자들이 무장되고 단련된다
는 이야기라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렇다면 투쟁의 장은 활동가들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그간의 자기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장, 그 동안 가슴에 담아둔 투쟁의지를 맘
껏 분출하는 장, 각기 다른 모습과 양상으로 표출된다.
현실인식에 대한 차이나 전술배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으로 원칙주의자가 되기
도 하고 합리주의자라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예전에 투쟁하는 곳에 가면 꼭 승리하십시오 라는 인사말을 하고 다니곤 하였
다.
그러나 기나긴 투쟁의 과정에 직접 부대끼고 난 뒤부터는 승리하십시오 라는
이야기대신 "동지를 잃지 마십시오, 그리고 투쟁 속에서 새로운 동지들을 만나
게 되면 그것이 승리하는 것입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간 투쟁의 성과물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더 힘든지를 잘 알고 있다.
제 아무리 좋은 결과물 얻었다해도 투쟁 이후에 조직이 와해되고 활동가들이
패배감으로 자리를 떠나게 된다면 오히려 안 한만 못한 투쟁이 될 것이기 때문
이다.
또한 투쟁의 시기에는 서로의 입장과 의견을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 일상적
시기에는 뭉뚱그려 하나인 것처럼 보여도 투쟁의 시기에는 수많은 논쟁과 혼란
이 지속되고 결정이 몇 번씩 반복되는 과정에 많은 동지들이 마음을 다치고 동
지가 다시는 쳐다보지 않을 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쉽게 동지를 제단하지 말자. 혼란스러운 만큼 판단력도 떨어질 것
이며 그로 인해 동지를 잃어버리게 되는 오류는 범하지 말자.
또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투쟁은 다음 투쟁을 준비하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대우조선 노조의 현장조직력이 완전히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대우조선노조의
현장조직력을 복구할 수 있는 현장분위기를 만들어가고 그 투쟁을 전개해나갈
핵심활동가들이 만들어지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쟁이 마무리 될 때 '나는 이 투쟁에서 동지를 얻었소'라는 평가를 할 수 있
도록 하자.
애정은 표현해야 알듯이 자기의 주장은 확실히.
회의시간 항상 말없이 있는 동지도 있고 자기주장을 맘껏 펼치는 동지도 있
다. 할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하기가 두렵기도 하고 해본들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고 결의를 모으고 실천하는 과
정 속에 기쁨이 있고 보람이 있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 동지애를 느낄 수 있도록 정확한 자기의사의 표
현과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하
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빼곡이 짜여져 있는 일정 속에 여기저기 따라다니다 보면 내가 뭘 하고 있는
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친 몸에 동지들과의 논쟁으로 만사가 귀찮아 지기
도 한다. 그러나 잊지 말자. 다른 동지들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귀기울여 들
으려 하고, 진심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할 때 바로 거기서부터 동
지적인 신뢰가 두텁게 쌓여 그 어떤 투쟁의 성과보다도 동지를 얻는 성과를 거
둘 수 있다는 것을. 투쟁이 끝났을 때 자신에게 부끄럼이 없을 정도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일에서도 치열해지자는 이야기이다.
조합원이 무엇을 하기를 바라지 말고 조합원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자.
지난 번 금속산업연맹이 주최하는 서문 앞 집회에서 서문 앞 도로를 집회대오
가 막아서자 자전거를 세우고 집회에 참여하던 조합원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
에 선하다 단 한번만이라도 구호를 외쳐보자는 사회자의 말에 팔을 뻗었던 조
합원이 어색한 모습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옆에 있던 동료들이 웃는다. 쭈삣쭈
삣 팔을 내리며 웃어버린다.
어느새 팔 한번 높이 올리는 것도 어색하고 겸연쩍은 일이 되어버린 조합원들
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어느새 활동가들에게도 뿌리깊게
박혀있는 대우조선의 노무관리전략 그것이 바로 주범이 아니던가.
선거 때만큼 사람을 만나고 조직해보자. 게으르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적
은 인원으로 정말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는 대우조선 노조 동지들에게, 애
정이 있는 사람에게는 매하나를 더 준다는 말처럼 격려의 한마디를 보태고 싶
을 뿐이다.
여기저기서 전해오는 전국의 동지들에게서 싸움은 그렇게 해야 하는데 너무 부
끄럽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대우조선노조의 투쟁은 많은 동지들에게 힘이 되
고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다.
어느새 투쟁에는 무뎌져 있는 노동운동에 대우조선 노동조합 동지들의 투쟁이
새 희망을 주는 투쟁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열띤 토론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는 동지들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