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에 깃든 5.18 정신 - '집행유예'


광주의 5월은 항상 젊다. 아직도 함성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22주년 5.18을 지나온 광주는 지금,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좌표를 묻고 있다.

제 4회 광주비엔날레가 3월 29일 개막되어 6월 29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멈_춤, P_A_U_S_E, _止_' 이다. 세계적으로 약 120여개에 달하는 비엔날레라는 이벤트 자체가 타자, 포스트모던, 정체성, 다문화주의, 네트워크, 세계화, 소수, 지역화 등의 국적불명의 용어들을 동반한 '수상쩍은 미술계 안쪽의 카르텔' 내지는 '현실억압의 은폐기제' 등으로 비판받고 있음에도 메가이벤트로서의 광주비엔날레는 아슬아슬하게 이 비판의 칼날을 비껴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현대미술 감상의 고통을 잠시 잊고 '놀이'와 '휴식'으로서의 미술축제를 강조한 프로젝트 1 '멈춤'이나 해외동포문제의 역사성을 적절히 끌어들인 프로젝트 2 '저기:이산의 땅', 도심철도 폐선부지내의 각종 이벤트로 시민과의 소통과 네트워크를 시도한 프로젝트 4 '접속'등은 일상의 쉼표로서의 이번 비엔날레의 기획의도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준비없음'의 궁색한 변명이라고 몰아세우는 경향 역시 명백히 존재하지만, 'ongoing' 프로젝트로서의 진행형 전시는 단지 '면피용' 발언이 아님을 전시를 보며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래도 광주, 특히 5월광주와 어울리는 공간으로는 프로젝트 3을 우선 꼽게된다. 5.18 자유공원 내에서 '집행유예'라는 주제로 국내작가 50여명의 작품을 설치했다. 이 공원은 1999년도에 기념관으로 설치되었지만 하루 관람객이 3명밖에 되지 않는 등 실제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던 공간이었다. 이곳에는 5.18 당시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기도 했던 헌병대 건물이 복원되어 있다. 전시는 이 헌병대 막사와 법정, 식당, 영창 등지에서 진행된다. 곳곳에 설치된 작품들은 22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5.18을 어떻게 재맥락화시켰는지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것은 당시 항쟁의 당사자였던 중년의 관객들이 전시관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려는 듯 안타까이 돌아보며 갖는 소회에서부터 마냥 신나게 이윰의 '태극기 자전거'를 타고 조덕현의 <개:죽음>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며 '노는 데' 여념이 없는 어린 친구들의 놀이에 이르기까지 사이사이 패여있는 역사의 골로 눈앞에 보여지는 것이다.

일단 공원 내에 들어서면 검정과 파랑의 현수막이 눈길을 잡아끈다. 윤동천의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현수막은 마치 교통사고 목격자를 찾는 듯한 외양을 가졌지만 자유공원 내에서 역사적 사건의 증인을 찾는다는 울림으로 다시 배치된다. 최병수와 신학철의 작업은 그 직접적인 강렬함으로 마치 80년대를 환기시키는 느낌까지 들면서 5.18이 박제화되는 것을 버텨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시장은 각종 탐색과 모색, 돌아봄과 성찰로 가득 차 있다. 냉장고와 소파, 싱크대 등을 골판지로 포장해 껍데기만 남은 기념공간을 이 '쓸모'를 잃어버린 사물들에 빗댄 김정민의 작업 <스튜디오>, 정지된 순간과 순간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들을 통해 역사적 진실의 위치를 묻는 김세진의 <기념사진>, 시민참여형 작품으로 관람객들이 준비된 펜으로 글씨를 남기면 20여분 후에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컨텍스트를 추적하는 최소연의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연필>, 편집증적이고 강박적, 분열증적인 징후를 느끼게 하는 김범의 <환자> 시리즈, 출입문에 빼곡이 구멍을 뚫어 사람의 형상을 만드는 것을 통해 '숨쉴 공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김미형의 <숨> 등을 연속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상무대의 역사적 변화과정을 따라잡아 그 역사적 의미를 캐보는 작업들과 누드사진 파문을 일으켰던 김인규 교사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의 의미를 반추하게 하는 사진설치 작업 등도 관람객들을 작품 속으로 잡아끈다.

지난 17일과 18일에는 22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가 도청 앞 금남로에서 열렸다. 망월동 묘역에서는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광주와 5.18,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는 아직도 '쉼 없이' 진행중이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태호 기자

태그

518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실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