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1인 2표제'가 실시된다. 민주노동당은 정당 명부 득표 5%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희연/성공회대 NGO학과 교수
2002년 대선은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인해 진보적 정치세력화의 ‘최소공간’이 생긴 이후, 진보진영은 지속적으로 보수적·자유주의적 정당을 대체하는 진보정당의 정치적 진출을 시도해 왔다. 물론 이러한 실험들은 실패로 끝났지만, 2002년의 도약을 위한 기초작업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동안의 정치세력화에 있어서 최대의 장애물은 ‘비판적 지지’론적 사고였다. 정책연합이나 민주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기성 제도정당 중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후보나 정당을 밀어주자는 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진보적 사회운동세력이 기성 제도정당 중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경향을 갖는 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요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고를 가질 때 거기에 ‘비지적’ 사고가 길들이게 된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의 비지는 없다’, ‘더이상의 비지는 있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된 것 같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이 색깔론적 공세가 펼쳐지고, 진보적 정치세력이 배제되어 있는 불구화된 한국정치의 모습은 이제 사라져야 하고, 국민정치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진보정당의 진출이야말로 기성정당의 탈지역주의화와 혁신적 변신을 강제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진보진영 일각에서 ‘노무현 지지’의 흐름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진보진영 내부에서마저 비판적 지지론적 사고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우려할만한 점도 가지고 있다. 노무현 돌풍은 분명 기성제도정치의 불구성과 부패성에 대한 신세대들과 386세대, 네티즌들이 반란이라는 점에서 진보정당이 흡수하여야 할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무현 돌풍이 기성정치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서 그에 동조하고 끝나버린다면 노무현 지지는 신판(新版) 비지론에 다름 아니다. 진보정당의 길과 노무현 지지의 길은 전략적 경로가 다르다고 하는 확실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점에서 2002년 선거투쟁은 무엇보다도 기성정당과 완전히 독립되는, 진보세력의 전략적 독립성의 원칙에서 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정당으로 ‘대의(代議)’되지 않는 노동자들과 민중들의 목소리와 의견이 ‘현존’하고 있고 그러한 목소리와 의견들은 기성정당을 통해서 결코 실현될 수 없으므로, 진보진영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대원칙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적 독립성을 전제로 한 이후에는, 다시금 노무현 돌풍으로 표현되는 기성정치의 불구성과 부패성에 대한 불신과 비판을 진보정당이 어떻게 자기화할 것인가하는 전술적 과제로 회귀해야 한다. 즉 전략적 독립성의 원칙을 확인한 후, 노무현 현상을 전술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하는 과제를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진보적 대중과 개혁적 대중을 구분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즉 노동자를 포함한 민중들을 진보적 대중이라고 한다면, 노무현 돌풍에 감동하는 개혁적 대중들이 구분된다.
이런 점에서 한편에서는 ‘잠재적인’ 진보적 대중들을-진보정당과 진보운동의 정치적 실천을 통하여-진보정당의 지지자로 만들 것인가하는 과제가 존재한다고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노무현 지지를 이 시대의 진보로 생각하는 개혁적 대중들을 어떻게 진보정당의 지지자로 만들 것인가하는 과제가 존재하게 된다.
전자는 계급적 투표를 하지 않는 계급을 계급적 투표로 인도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으며, 후자는 중간층적 대중들을 진보적 투표로 인도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투쟁적 실천도 필요할 것이며, 효과적인 선거홍보전략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략적 관점을 견지하면서도 후자를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전략적 관점을 강조하는 것은, 97년 ‘국민승리21’의 홍보슬로건의 하나인 ‘일어나라 코리아’의 실패를 염두에 둔 말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개혁적 대중을 가슴에 불을 지르고, 그들에게 진보정당 지지를 이 시대의 ‘도덕적’ 행위로, 또한 진보적 행위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노력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항이나, 부족하지만 몇가지 고려사항을 적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진보적 대중들을 향한 홍보전략과 개혁적 대중들을 향한 홍보전략을 차별화시켜 진행하는 방법이다.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진보적 대중들에게는 ‘좌파적 개혁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가하는 점이 중요해질 것이다. 사기업화(민영화) 저지를 포함해 민중생존권에 밀착된 정책적 과제들을 집중적으로 투쟁을 통해 홍보함으로써 진보적 대중에 다가가고자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혁적 대중들에게는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기성정당의 쇄신이나 한국정치의 혁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는 점이 홍보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에게는 진보정당에 대한 투표가 ‘사표(死票)’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사표를 염려하여 미래를 포기할 것인가’, ‘사표를 염려하여 진보를 포기할 것인가’와 같은 홍보도 필요할 것이다.
둘째, 특별히 광역의회 선거에서 개혁적 대중들이 진보정당을 투표하도록 하기 위한 홍보전략의 필요성이다.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1인 2표’식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실시된다. 여기서 1표의 ‘여유’를 갖는 개혁적 대중들 및 개혁적 투표자들이 진보정당에게 투표하도록 하는 지혜로운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1표는 현재를 위해, 1표는 미래를 위해’라는 식의 슬로건이 가능할 것이다. 혹은 ‘여유있는 1표는 진보정당에게’ 등 다양한 슬로건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는 노무현 지지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386세대, 신세대, 네티즌들의 ‘숨겨진 딜레마’를 파고드는 홍보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노무현 돌풍을 통해 ‘정치화된’ 386세대들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민석과 이문옥을 선택하여야 할 때 느끼는 딜레마 말이다. 이러한 선택의 딜레마를 부각시키면서, 1표를 나아가 나머지 1표 마저도 공략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서울이나 울산, 부산 등지에서 진보정당 후보가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역적 수준에서의 선전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전략적 지역에서의 집중적인 선거홍보전략과 함께, 대체정당으로서의 ‘전국적 이미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서울이나 울산, 부산 등 개별지역에서의 선거투쟁을 넘어서서, 개혁적 대중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전국적 이미지를 어떻게 형성시키고 부각시킬 것인가하는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현재 기성정당구도에서는 계급정치 자체가 억압되고 배제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진보정당은 한국적 계급정치를 실현하는 출발점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동시에 보수적인 국민정치에 파열구를 내면서 국민정치의 획기적인 재편의 전기를 마련하는 국민정치적 의미도 갖고 있다. 바로 이 점을 십분 살릴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2002년 선거국면은 진보정당이 계급정치를 담보하는 계급정당으로서의 자기정립뿐만이 아니라 국민정치적 수준에서의 ‘대안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미래는 언제나 고민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 88호] 5.20 ~ 5.26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