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통신노조 조합원들이 정보통신부에 합의방문,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영두/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새삼스럽지만 발전파업으로부터 시작해보자.
이번 투쟁의 가장 중요한 의미로 노조가 올곧게 공공성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을 들어야 할 것이다. 조합원들은 임금인상이 아니라 국부유출과 자신들의 저렴한 전력공급 책무를 근거로 ‘매각철회’를 요구하며 그 긴 과정을 감당했다. 사회대중의 지지는 공익을 수호하겠다는 이들의 진정성에 대한 화답이다.
이들의 투쟁은 시민사회단체의 광범한 지지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사기업화(민영화)를 지지해 온 경실련의 지원까지 얻어냈다. 발전소 매각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되는데는 노조의 강고한 투쟁과 상급단체 및 범대위의 노력이 일차적 역할을 했지만,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의 지지 확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는 곧 공공부문 노조운동이 전진할 방향을 내보인 것이기도 하다. 특권적 공복의식과 기업별 의식, 경제주의를 걷어내고 사회대중의 이익을 수호하는 공공서비스 공급자 책무를 자임함으로써 운동의 정당성과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을 발전노조가 실증해 보인 셈이다.
발전투쟁으로 새로운 전범을 찾아냈지만 갈 길은 아직도 험난하다. 우선 파업 이후 상식을 벗어난 노골적 탄압에 직면한 발전 조합원들을 보호하고, 이들의 투쟁 성과를 사회대중의 요구로 전면화하는 일이 주요하게 남겨져 있다. 그러나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어서 노조운동과 당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며, 투쟁의 골격은 발전투쟁에서 이미 제시되었다.
두 번째로 가스·철도·전력 중심의 공동투쟁은 각 조직이나 공공부문 노조운동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실상 공공구조조정 대응투쟁 과정에서 여타 노조에서는 행보의 편차나 혼란도 적잖게 노출되고 있다.
지하철노조는 파트너쉽 노선을 취하고 있고, 사회보험노조는 99년 파업 실패로부터 비롯된 조직 동력의 약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활동노선의 차이를 둘러싼 노조활동가들간의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한국통신노조는 장차 재벌 수중에 놓일 수도 있는 완전 사기업화를 목전에 두고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외에 자아내고 있다. 한국통신의 경우, 관리통제가 해가 갈수록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적극적인 노조활동가들의 고립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또 경영진의 중하급 관리층 포섭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며, 조합원들의 노조집행부에 대한 불신감도 적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조건들이 집행부의 운신을 제약하기는 했지만, 최근의 동향이 집행부의 선택과 무관치는 않다. 그러나 집행부의 선택은 공기업부문 최대 단일조직인 한국통신노조의 장기적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공공부문 노조운동의 투쟁전선 복구 노력은 우선 조직을 정비하는 데 쏟아져야 할 것이다.
공공성에 대한 견해 차이도 적지 않다. 한전기술노조가 종업원소유기업을 사기업화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경우가 가장 구체적인 예이지만, 공기업 노동자들 내부에는 관료적 통제에 대한 한서린 불만 때문에 분할, 경쟁체제, 재벌이나 외자소유 형태가 아니라면 사기업화에 대해 긍정하는 흐름이 만만찮게 존재한다.
이들의 의식에는 실리주의적 경향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노동자들이 피부로 느낀 관료적 통제의 해악이 그만큼 깊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도 사기업화 저지투쟁은 대안적인 공공부문 지배구조에 대한 제시가 꼭 필요한 것이고, 단순한 저지운동은 상당수 조합원들에게는 관료적 통제구조 속에서 계속 지내라는 얘기로만 들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투쟁에 대한 평가나 과제에서 빠질 수 없는 대목은 공공부문 조직발전에 관한 것이다. 공공연맹은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조직발전의 계기로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시기집중적 연대투쟁과 사안별 노정교섭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번 3사 파업의 성사와 과정에서의 각 사별 노정교섭은 애초의 방침에 견주어볼 때 성과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집중적 교섭구조로의 진전에 정합적인 교섭과 투쟁활동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 88호] 5.20 ~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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