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민주노총 정책국장
‘월드컵 노사평화선언’을 노동부에서 나서서 하겠다고 한다. 노사평화선언의 필요성이나 가능성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노동부가 노사평화선언을 하겠다고 나서는 발상이 참으로 놀랍다. 노동부가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설령 노사평화선언 같은 것이 가능한 분위기라고 하더라도 노동부가 나서면 도리어 어려워질 것 같은 게 우리의 노사관계 현실임을 노동부는 정말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구속노동자와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노사관계는 노사평화선언이나 생각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일자리, 저임금과 나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으며 우리사회의 소득분배구조는 악화되고 있다.
임금노동자의 70~8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불안정취약노동자계층이 바로 자본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최대 피해자들이다. 이들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과 힘든 삶은 정부의 자본중심의 노동정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배제적이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하여 참여적 노사관계를 추구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정부는 자본 중심의 구조조정을 강행하였고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의 참여를 유도할 공간이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노동을 배제했다.
이는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탈퇴와 사회적 합의기구로서의 노사정위원회의 기능 위축으로 연결되었으며 급기야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운동가의 구속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지금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일은 진정으로 우리의 노사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 점일 것이다. 노동을 배제하고 노동자를 내팽개칠 때는 언제고, 정부가 정치적으로 필요할 때에는 노사평화 운운하는 것은 노사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노사관계 국제경쟁력이 최하위 수준이 되어 있는 현실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노사평화선언이라는 전시행정에 허비할 시간이 있다면 이러한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정부는 무엇을 잘못하였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노동조합의 파업권은 노동자의 기본권리이다. 노동부가 월드컵이라는 행사를 이유로 노동자의 파업권에 영향을 주는 발상을 하는 것도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정부의 다른 부서에서 이러한 발상을 하더라도 못하게 말려야할 노동부가 도리어 앞장서고 있음은 과거의 노동통제적인 노동부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우리 노사문제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고 노사평화선언에 열중하고 있음은 월드컵이라는 분위기를 틈타 올 임투를 비켜가 보려하거나 현 정권의 산적한 정치일정에 자칫 걸림돌이 될 노사문제를 희석시키겠다는 숨겨진 뜻이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
노동운동 탄압 현황
(민주노총 자료·5월 16일 현재 기준)
구속노동자 38명
수배노동자 44명
고소고발·소환장 발부자 1,384명
손해배상·가압류 1,067억 4,646만원
징계 해고 974명
[ 88호] 5.20 ~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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