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자기반영 녹아있는 야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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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화선 ]

인물의 일대기를 그려내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드라마틱한 인생이라 할지라도 60년, 70년을 2시간 안에 보여준다는 것은 많은 유혹과의 싸움이어야 한다.

게다가 그것이 예술가의 혼이라고 한다면 반드시 해야겠다는, 해보고 싶다는 욕망은 생길지언정 쉽게쉽게 가지는 못할 것이다. 호기 좋게 싹둑 잘라버리고 척척 이어 붙이면 재미가 없을테고, 한 시기에 집중해서 깊게 간다면 인물을 올곧이 표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취화선’은 칸이 사랑하는 유일한 우리 감독 임권택의 야심작이다. 시사회를 보고 온 많은 지인들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감독의 작품을 빨리 봐야겠다는 조바심에 몸이 달았다. 그것은 감독의 인생에 대한 경애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동양화”라고만 표현하기에는 칭찬이 모자랄 화면과 최민식의 신기 들린 연기는 “역시 임권택이고, 정일성 촬영감독”이라는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게다가 이 영화는 감독의 자기반영이 두드러진 영화다. 춘화를 모사했던 시절, 변화해야한다는 강박, 그리고 시대의 요구에 대한 중도적이고 자유주의적인 반응 등은 감독 영화인생의 지독히도 직접적인 반영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장승업은 도공에게 묻는다. “어떤 것이 나오길 바라나?” “그야 그림그린 사람은 그림이 잘 나오길 바라고, 유약 바른 사람은 유약이 잘 녹아 흘러내리길 바라고, 가마주인은 걸작이 나오길 바라겠죠. 그게 맘대로 되나요... 저 불만이 알지...”

이 대화 끝에 불 속으로 들어가는 장승업의 심정은 이 작품에 대한 감독의 심정이다.

천재의 주위를 떠다니는 여성들의 식상한 배치와 시대배경을 막으로 하는 파편적인 구성, 다분히 사변적인 대사 등은 시나리오를 함께 썼던 도올에게 눈총을 줄만 하다. 그러나 임권택 감독은 여전히 자기 스타일대로 믿음을 준다. 역시 어른이시다.

안슬기·동호정보공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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