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진출? 그러면 우리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가!


31일 시작되는 월드컵 국제 축구대회가 다가오자 월드컵 열기를 끌어올리려고 신문이며 방송이며 온통 난리가 났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보다 보면 모든 게 월드컵으로 시작해서 월드컵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컵을 치르는데 우리의 기초질서가 아직 이래서야 되겠냐는 계몽운동부터 시작해서 한국 축구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 무슨 엄청난 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대는데 그 정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문과 방송은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반복적으로 월드컵 미신을 주입시키고 있다. 마치 월드컵 16강 진출은 모든 국민이 결코 거슬러서는 안되는 대의요 염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든 국민의 의식과 정서를 마취시키려는 것이다.

월드컵 축구대회가 흥미있는 행사라는 것을 우리가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선수들이 모여 벌이는 대회인 만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들이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월드컵은 흥미있는 체육행사의 의미를 넘어서는 순간 고도의 정치적 쇼로 둔갑한다.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는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노동계가 파업을 불사하려 한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월드컵을 구경하러 한국에 찾아올 외국인들이 보기에 안좋다며 노점상들을 일제 단속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지금 월드컵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억압을 정당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억압에 맞서 저항하는 것도 월드컵을 앞장세워 손쉽게 나쁜 일로 만들어 버린다. 말도 안되는 논리지만, 월드컵에 마취되어 버린 다수의 민중들에겐 그럴싸한 얘기로 들린다. ‘누가 감히 월드컵을 망치려 드는가!’ 고도의 정치쇼는 대중의 심리를 조작하여 분노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그뿐만이 아니다.

월드컵 미신의 정점에 있는 ‘16강 진출’은 더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한들 달라지는 게 뭐가 있는가?
그러나 16강 진출이라는 허구적인 목표는 다수의 대중들이 열광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이 또한 고도의 정치적 기술로 조작된 것이지만, 일단 그 허구적인 목표에 엮여들기 시작하면 뒤돌아 볼 겨를이 없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고 희망을 건다.
바로 여기서 월드컵이라는 정치적 쇼는 최대의 효과를 본다.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 내는 것이야말로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인데, 16강 진출이라는 허구적인 목표에 열광하며 현실의 문제를 잊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태 전개가 부당한 현실을 지속시켜야 할 가진 자들과 권력을 쥔 자들에게 엄청난 이득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월드컵이 재미있는데 억지로 눈돌릴 필요까지야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름판에 앉다보면 날 새는 줄 모르는 법인 것처럼, 월드컵과 16강 진출에 마취당하며 현실을 잊어버리는 어리석음에는 결코 빠져들지 않아야 할 일이다.
16강 진출은 우리의 삶을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반면에 식칼과 도끼로 무장한 용역깡패를 동원하고 복직판정받은 해고자도 복직시키지 않는 악덕기업주 효성자본에게 준엄한 철퇴를 내릴 수 있다면 우리의 현실은 확실히 변화한다.

얼마 후부터 무려 한달동안 월드컵의 광풍이 휘몰아칠 것이다. 노동자의 의식과 정서를 당당하게 지켜내며, 저들이 시도하는 고도의 정치적 쇼를 가뿐히 맞받아쳐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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