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황정일(노동자의 힘 선전국장)
보슬비내리는 예산역
오전 11시 반경 예산역. 몸이 좀 안좋아 집에서 쉬고 있던 위원장이 역으로 나
왔다. 우선 뼈다귀 해장국집에 들어갔다. "여성 동지가 온다면 쑥스러워서 인
터뷰 안 할려고 했는데 다행입니다." 김성진 위원장, 그는 16명의 조합원이 있
는 충남 예산의 환경관리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나이는 스물일곱, 시원스러운
얼굴이다. 환경미화원, 다시 말하면 규격 쓰레기 봉투에 담겨진 쓰레기를 수거
하는 노동자들은 보통 나이 40을 훌쩍 넘겨서야 들어온다고 한다. "우리 조합
원들도 연세가 많습니다. 47세부터 56세까지 계시죠. 98년 12월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담배도 숨어서 피우고 그랬죠."
2000년 민간위탁 저지를 위해 노조결성하다
"우리의 작업구역은 예산 읍입니다. 새벽 3시에 출근해서 4시부터 작업에 들어
가 7시반에 아침먹고 다시 오후 1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합니다." 새벽부터 시작
하는 일의 특성상 조합원들은 항상 피곤에 젖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예산군청
에선 2000년 여름 경부터 군청 직영 소속인 환경미화원들을 민간위탁으로 돌려
버리려 했다. "그때 우연히 민간위탁이 되면 새로 정해질 임금단가 산출내용
을 봤어요. 행자부에서 제시한 평균임금보다 40 50만원이 삭감되더라구요. 이
건 잘못된거다 생각했죠. 그래서 민간위탁업체에 대해서도 알아보니까 이건 일
도 더 어려워지고 사람도 잘려나가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때 나도 모르게
노조를 떠올렸어요."
그래서 김성진 위원장은 민주노총 충남동부지구 협의회에 전화를 했고 그 당
시 투쟁하던 경기도 노조와 포항 지역의 사례를 들으면서 노조를 만들어야겠다
는 확신을 가졌다.
"2000년 8월14일에 모인 자리에서 예기했어요. 민간위탁이 되면 고용불안되
고, 노동조합 만드는데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그날 모임에서 결의하고 설립총
회까지 했죠. 그때는 12명이었어요. 나중에 20명까지 조합원이 늘어났죠."
8월14일은 김성진 위원장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날 밤 선배와의 술
자리에서 우연히 합석한 유치원 여교사를 만났습니다. 바로 다음부터 적극적으
로 프로포즈 했죠... ."
연대의 모범, 예산 환경관리 노동조합
군청에서는 노조설립했다고 하니까 친목계 하나 만드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단
다. "노동조합에서 민간위탁반대 유인물을 2천 부 만들어 신문안에도 넣고, 직
접 상가를 돌아다니며 배포했습니다. 그러니까 군민들이 '저 사람들 수고했는
데' 라며 여론이 우리쪽으로 오더라구요."
투쟁은 노동조합이 군청앞에 집회 신고서를 내고 그 집회 이틀전에 군에서 철
회를 해서 마무리가 되었다. "이 투쟁의 승리는 예산군 지역의 민주노총 산하
조직, 주민연대, 각 마을 개발위원회에서 연대한 성과이기도 했습니다. 그래
서 노동조합에서는 처음부터 우리가 가면 그들도 온다는 생각에 지역 연대 투
쟁이 있으면 무조건 조합원 전부가 갔습니다."
그래서 예산 환경관리노동조합은 투쟁 승리 직후부터 인근 아산 환경노조 파
업출정식에 먼저 달려가고 예산군내 화학노조의 파업 출정식때도 조합원 전원
이 갔다. "이렇게 연대사업의 기풍이 세워지면서 2001년 군청의 민간위탁의 재
공세가 있었는데 보름만에 쉽게 물리쳐 버렸죠.".
예산 군에 펼쳐진 노동자의 행진
김성진 위원장은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단다. "생활이 어려웠어요. 아버지
의 술 주사도 힘들었고, 어려서부터 돈 많이 벌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어릴때
는 경찰이 하고 싶었어요. 제복입는 것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죠. 합기도를 7년하면서 도 대표까지 했어요." 그는 불운하게도 군대 말
년에 훈련중 허리를 크게 다쳤다. 그래서 제대 후 동네어른의 권유로 고생해
서 돈 많이 벌자는 생각에 환경미화원이 되었단다. "그 유치원 여교사를 두 번
째 만났을 때 새벽에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한다고 얘기했어요. 대답이 솔직해
서 제가 마음에 든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죠"
보슬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조심스레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
다. "예산군 전체의 환경미화원이 60명이 됩니다. 나름대로 이 분들을 조직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연대가 조합활동의 원칙임을 계속 지켜나가고 싶어
요. 혼자 싸우면 외롭잖아요."
작년 12월에는 예산 환경관리 노동조합 2002년 임단협 승리를 위한 파업출정
식 집회가 있었다. "예산 군 역사이래 처음으로 군내에서 노동자집회 행진을
했어요. 이 집회에는 연대대오와 지역대오 환경노조등 300여 명이 결합했죠.
사람들이 다 나와서 행진을 신기하게 보더라구요. 그날 군청 앞에 있던 공무
원 200명 다 도망가고, 읍장 계장들이 정문에 깔리고 끝내 군수 면담 약속을
받아냈어요. 주위에서 칭찬 많이 받았어요. 조합원이 뛴 만큼 얻은거다. 그 집
회이후 자신감이 생겼어요.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 된다는 거죠."
지금 풀어야 한 문제는 조합원의 정년문제란다. 정년을 57세에서 59세로 올려
달라. 57세의 정년으로는 늦게 환경미화원으로 노동하는 만큼 생활보장이 안된
다는 말이다.
올 3월에는 노동조함 현판식이 있었다. "16명 조합원 사무실에 150명이 넘게
왔어요. 나이든 조합원이 위원장 수고했어라고 술 한잔 따라 주더 군요. 정말
보람을 느꼈죠. 노동조합운동하며 생각이 더 넓어졌죠. 몸은 좀 피곤하지만 후
회없어요. 그전부터 생각했던 건 노동자가 낵타이 노동자 어려운 노동자 이런
내부의 차이를 극복했으면 좋겠어요. 누가 위에 있고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는 하나인거죠. 저도 힘 닿는데 까지는 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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