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화 음악을 통해 인디 음악 읽기

- 최지선(대중음악 평론가)


적은 돈으로 앨범을 내는 인디 음악계로서는 아무래도 홍보와 마케팅에 신경을 잘 쓸 수가 없다. 발로 뛰어 다니는 수공업적 생산력을 가지고서는 미처 손길이 닿지 못하는 미도달지가 더 많은 법이다. 때문에 최근 인디 뮤지션이 영화 음악을 담당하는 사례가 눈에 띈다. 사운드트랙과 인디 밴드가 조우하는 컨셉은 현재 국내에서 인디 뮤지션 자신과 음악을 알리는 보다 효과적인 다리 역할을 해주는 듯하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꼽을 수 있다. 음악을 맡은 어어부 프로젝트(특히 장영규)는 <반칙왕>을 비롯해 <나쁜 영화>, <강원도의 힘>, <휴머니스트>, <하면 된다>, <주유소 습격작전> 등의 곡 수록 및 영화 음악 작곡을 통해, 영화 음악을 조련하는 베테랑 단골 손님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웃기면서도 서글픈 감성과 복고적이면서도 키치적인 그(들)의 분위기가 영화 속에 융해되곤 하는데, 트로트에서 신쓰팝까지 오가는 이들의 사운드는 최근작에서도 역시 절망과 희망을 녹여내며 세련되게 가다듬은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들의 스타일을 그 누가 흉내내랴.

독특한 음악 하면 레이니 썬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음울하고 몽환적이고 파격적인 사운드의 출중한 음악성을 자랑하는 이들의 음악은 독립 영화(인디 영화 및 뮤지션의 만남!)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에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심리를 표현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반면 애잔한 사랑 이야기에는 루시드폴만한 이도 없을 것이다. 서정성 넘치는 모던 록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루시드폴이 담당한 <버스, 정류장>은 사운드트랙이 영화 개봉 한 달 전에 미리 출시되는 등 마케팅에 있어서도 의욕적인 자세로 출발했는데, 음반 판매 상위차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경우 신인 그룹 별이 담당한 영화 음악은 신선한 감각의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담당했다. 신비로우면서도 산뜻한 색조의 감각적인 음악은 변두리 소녀들의 안개와도 같은 삶, 좌절과 희망을 복류시키는 데 제격이었다.
이와 같은 인디 음악과 영화 간의 상호작용(특히 새로운 영화를 추구하는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장이 또 있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나 전주 영화제 같은 굵직한 영화제에서도 인디 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이벤트 무대가 마련되곤 하는데,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의 경우 3회(1999년) 이후 '씨네락 나이트'라는 제호 하에 영화 상영 및 국내 인디 밴드 공연을 하나의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엮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주 영화제에서 열린 '씨네락 콘서트-인디 밴드와 한국 영화의 조우'라는 무대에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오 브라더스를 비롯해 앞서 말한 어어부 프로젝트, 별 등이 참가했다.

이러한 사례가 인디 음악 침체의 본질적인 갈증을 해소해 주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영화에 기대어 음악을 보여주어야 하는 자체는 분명 한계임에 분명하지만, 인디 음악 씬의 어쩔 수 없는 홍보의 문제, 나아가 영상과 사운드가 만나 형성되는 새로운 결과물을 놓고 볼 때 더없이 좋은 매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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