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지역에 찾아간 문화 그리고 사람들

아직도 경기도 주변의 지역에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남아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도 함께 있다. 일명 기지촌이라고 부르는 지역들이 의정부와 동두천 미군 캠프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지금은 러시아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성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아직까지도 지역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심하고 환경도 주변지역과는 달리 열악하다. 그러나 미군들이 오가고, 클럽들의 풍경이 낯선 그곳에도 우리와 함께 해야 할 이웃은 있었다.

현재 문화연대는 '문화예술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한마당'이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하는 이 사업은 문화연대가 지역단체와의 연대와 네트워크 확장을 모색하며 경기도 소외지역 시민들에게 문화향수와 문화체험의 기회를 다양하게 만들어 보자는 의미에서 기획한 행사로 문화체험교실, 문화공연 둥 올해 7차례의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5월 8일 동두천시 보산동 '다비타의 집'에서 지역의 아동들과 함께 한 '만화체험교실'에 이어 11일에는 의정부시 고산동 캠프 스탠리 미군기지, 일명‘뺏벌’이라고 부르는 동네에 위치한 '두레방'과 함께 아동들과 함께 하는 미술과 음악을 결합한 놀이시간을 가졌다. 의정부 행사는 지난 여름에 이은 행사로 아이들은 몰라볼 정도로 많이 성장해 있었다.

프로그램 진행은 퍼포먼스 '반지하'가 함께 했다. 행사 진행을 위해 빌린 동네의 작은 교회에서 진행자와 아이들의 첫 인사는 '거지선생님들'과 '수다쟁이 아이들'이라는 호칭으로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아이들이 자기만의 악기를 만들어 보고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연준비를 위한 의상 만들기와 무대꾸미기는 미술놀이가 결합되었다. 20여명의 아동들이 참여했지만 10명에 이르는 진행요원들이 호흡을 맞추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악기를 두드리고 의상을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로 나갔다. 놀이터에 무대를 만들고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아이들의 자유분방함으로 인해 공연을 위한 무대구성은 무산되었지만 아이들 스스로 준비된 색실과 천, 물감 등으로 놀이터를 꾸미고 있었다. 누군가의 진행 없이도 아이들 스스로가 너무 잘 놀고 있었다. 초기의 프로그램대로 진행되진 않았지만 진행요원이나 아이들 모두 즐겁게 놀이터를 꾸미고 있었다.

'뺏벌'의 분위기는 시골의 작은 읍과 같다. 미군들이 사용하는 10여개의 클럽들과 식당, 작은 가게들이 골목마다 위치해 있다. 행사 준비를 위해 몇 번을 방문한 지역이었지만, 클럽의 주변환경이나 미군들의 풍경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아동들은 부모들이 저녁에 일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방치된 아이들이 찾아갈 만한 공간이란 거의 없다. 동네 구석에 위치한 작은 놀이터와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두레방' 정도가 아이들에게는 놀이공간의 전부이다. '두레방'에서는 지역의 여성과 아동들을 대상으로 미술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거의 볼런티어의 활동에 의존하고 있다. '두레방'은 현재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재정에 대한 부담과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 기획에 대한 문제가 가장 아쉽다고 한다.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할수록 깊어지는 고민이 있다. 준비단계에서의 참여자(향수자)에 대한 상황과 특수성에 대한 고민, 진행요원간의 소통의 문제, 그리고 마무리단계에서는 단체나 참여자와의 첫 만남 이후의 활동들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의 문제를 고민한다. 같이 참여한 단체들은 문화를 매개로 지속적인 만남을 원하지만 실무를 진행하는 단체나 활동가의 입장에서 지속적인 연대를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한번의 방문으로 생색내기식의 행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다. 그런 고민 때문에 행사가 끝날 무렵 선물을 전달하는 일도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사실 행사의 판을 벌이고 나면 행사에 참여하는 아동이건 어른이건, 누가 후원하고 어느 단체가 진행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다만 그 현장에서 진행하는 출연자들이나 진행요원들이 최고일 뿐이다. 문화연대가 문화예술소외계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방법은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나 예술가들의 관심과 참여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삭막한 환경은 아이들이 꾸민 알록달록하던 놀이터처럼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들을 위한 작은 문화예술활동이 아이들에게는 꿈을,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에 대한 체험과 향수를 전달할 수 있다. 행사는 잘 마무리되었다. 저녁 먹는 것도 잊고 즐겁게 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화의 공공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정부나 문화재단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활동에 대한 예산이나 기금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예산의 지속적 증대도 중요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단체나 예술가 활동가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 문화를 통해 서로가 만나고 나눌 수 있을 때, 모두가 함께 하는 문화사회가 도래하지 않을까?

송수연 (문화연대 문화행동기획센터 활동가) psyche4@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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