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월드컵, 발전파업 그리고 민주노총

노동부가 발행하는 <노동뉴스> 5월21일자 머리기사에 보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따라 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배테랑 근로감독관들로 하여금 이 일을 맡도록 했다. 노동부는 그 선정기준으로 '폭력사용 등 부당한 방법으로 방해한 경우', '노조

축구16강 아닌 인권16강으로

이 기준을 보면 월드컵 기간에 사용자가 저지르는 부당노동행위가 엄히 단속될 모양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월드컵이라는 국가대사에 노동자들이 자제해 달라"고 말했고, 언론은 "노동자들이 국가대사를 볼모로 쟁의를 해서는 안된다"는 일방적 보도와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민주노총이 5월말에 시기집중 파업을 벌임으로써 위의 네 번째 조항을 적용 받아 노동부 베테랑들에 의해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수배·구속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답답한 사람들은 주장한다. "축구 16강이 아니라 인권 16강으로!"

4년전 프랑스월드컵이 열릴 때 프랑스 조종사들은 파업을 벌였다. 그런데 대다수 프랑스국민은 그 파업을 정당한 것으로 여겨 불편을 받아드렸으며, 누구도 국가의 운명이 걸린 듯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그런데도 프랑스월드컵은 무사히 끝났고 프랑스는 우승했다. 프랑스 여성들은 남자들이 축구에 미치는 것을 꼴불견으로 보는 경우조차 일어나기도 하였다.

월드컵에 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민중의 삶과 관련해 몇 가지 쟁점이 떠오르고 있다. 첫째, 월드컵에 사용되는 축구공이 열악한 노동조건의 인도와 파키스탄 어린이 노동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 이와 대조적으로 대표팀 선수들은 어느 나라이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 한국은 월드컵에 국가의 명운이 걸린 듯 선전하면서 엄청난 국가재정을 투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월드컵으로 현안문제를 덮어버리거나 민중의 삶을 짓누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점 빈민들의 삶,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나 파업을 탄압하고 있다. 발전노조가 파업하면서 내걸었던 공공성문제를 폐기하고 공기업을 사영화하고 해외매각하려는 방침을 강행하고 있다.

발전노조 파업이 노동자의 참담한 실패로 귀결되었다고 대체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볼 수 있고, 민주노총에서 평가보고를 하겠다고 했으니 합당한 분석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 중요한 지점을 짚어야 한다. 첫째, 단위노조 쟁의였지만 공공성문제를 쟁점으로 제기했고, 다른 공공사업장 노조도 동참하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스스로 깼고, 대부분의 노동자들도 이를 인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공공성문제가 사회영역 모든 곳에서 밀려나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둘째, 어떤 협상이든 노조가 해고를 인정해주면 이는 노조운동에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민주노동운동의 정당성과 도덕성을 가름하는 문제다. 셋째, 고용이 가장 안정적이라 믿었던 발전사업에서도 구조조정이 도입되고 노동자는 누구나 '불안정한' 고용과 삶에 내몰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재차 인식케 하였다는 점이다. 이로써 한국통신 비정규노동자의 5백일 넘는 파업운동이 좌절되는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다.

발전파업이 남긴 세 가지

이리하여 민주노조운동은 단위노조를 넘지 못하면 몇몇 노동자가 확보했다고 생각할 환상착시의 권익이 소수이익집단의 예속적 삶으로 인도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노동자의 삶에 연대해 그들의 절망과 소망을 과제로 묶어내지 못한다면 운동의 민중성과 진보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의 지역 연맹 혹은 중앙활동가들은 위의 노동부 대책반이 설정한 기준의 실제적 의미를 필자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발전노조 협상에서 최종합의문에 담긴 사항들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참담하게 '속았다'고 하기보다도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해 민중운동조직 차원에서 치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세 가지 짚고 가야할 지점에서 더욱 진전해야할 지향성, 조직적 체질, 단결과 연대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김진균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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