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호/PICIS 시각] 왜 월드컵이 문제인가?

이 땅에 사는 어느 누구도 자본과 권력의 월드컵 공세로부터 자유로 울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정신이 이미 저들의 선전을 내재화했기 때 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아직 우리의 마음 속에 스포츠 본래의 이미 지가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월드컵은 더 이

왜 월드컵이 문제인가?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

축구광이 아니더라도 보는 이의 넋을 빼는 선수들의 공놀림은 사람
들을 축구 열풍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월드컵 개최가 결정된 지난 몇
년 동안 '월드컵 성공'이라는 명목 하에 우리 사회는 일사분란하게 돌
아갔다. 집단광증처럼 축구 열풍이 일었고, 때문에 감히 축구를 싫어한
다는 말 혹은 월드컵을 비판하는 말은 입에 올리기만 해도 이지매를
당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모든 것이 월드컵을 기준으로 돌아갔
다. 세계인들에게 보이기 위해 깨끗한 거리를 만든다고 노점상들의 생
계를 위협해도, '월드컵 노사평화선언'을 조직하여 노동자들의 합법적
집단행동조차 막고 나서도, 월드컵이라는 대규모 국제행사에 대비하기
위해 테러방지법을 제정한다고 해도, 그 무엇을 해도 '월드컵 성공'을
위해 민중들은 입다물고 있을 것을 강요당했다.

드디어 그 요란한 준비를 거쳐 이제 며칠 후 월드컵이 개최된다. 속
속 국제적 명성을 누리는 선수들과 유명인들이 한국에 찾아들고 있고,
연일 모든 언론은 월드컵 대서특필로 가득 메워지고 있다. 이런 것을
월드컵 특수라고 해야하나? 오직 한가지 반가운 것은 스포츠신문 앞면
을 늘 장식하던 여성연예인에 대한 비하적 가십기사들이 월드컵 시즌
을 맞아 잠시 자취를 감췄다는 점 뿐이다.

한편 월드컵 행사를 코앞에 두고 '다른 월드컵'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 단체도 함께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아동노동 착취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 반대 공동행동' 추진 그룹이 바로 이들 중의 하나다.
대형 스포츠제전은 그 자체로서 이미 자본과 권력의 치밀한 기획이다.
월드컵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올림픽이니 기타 다른 어떤 스포츠제전
보다 더욱 강력한 상업주의가 관통하는 것이 바로 월드컵이다. 때문에
이러한 월드컵에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게 일어나는 것이다.

초국적 자본의 이해에 종속된 월드컵

월드컵은 '축구를 통해 인류 평화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930년
출발하였지만 출발부터 철저히 상업적인 것이었다. 올림픽 대회가 '인
류의 평화와 화합'이라는 모토를 내걸지만 이러한 외면적 표방과 달리
제국주의적 대립과 침략의 진실을 감추고 애국심을 고취시킴으로서 민
족국가 내의 계급 대립을 은폐하고 대회를 자본과 상품의 선전장으로
활용하고 있듯이, 처음부터 상업화 의도를 감추지 않은 월드컵의 경우
는 자본 진출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 특히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1950
년 제4회 대회부터 초국적 자본들이 대거 월드컵에 관심을 쏟으며 본
격적인 상업화가 가속화되었다. TV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 무렵부터 월
드컵경기가 전세계에 생생하게 중계되기 시작하였고, 초국적 자본들은
앞다투어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세계 속에 자신들의 입지
를 강화하려 하였다. 각 나라의 정치권력들도 월드컵을 철저히 자신들
의 입지 강화에 활용하는데, 일테면 축구라는 스포츠가 이뤄내는 집단
의식을 '맹목적인 국가주의'로 상승시키면서 이를 통해 계급 및 계층간
의 갈등과 사회문제를 은폐하였다.

이후 1960년대 중반에서부터 70년대 초반에 이윤율의 급격한 하락으
로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가 도래하게 되자 세계 각국 정부와 자본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해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분위기는 축구의 상업화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마침내 국제축구연맹(FIFA)은 세계적 권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FIFA는 TV 중계권료와 스폰서 후원금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며
철저히 자본의 이해를 쫓아가고 있다. 이제 FIFA 자체가 명실상부한
세계적 자본이 되었다. "20세기 시장경제를 가장 완벽하게 소화한 나라
가 미국이라면, 스포츠단체에서는 FIFA가 으뜸"이라는 말은 이러한 사
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화려한 월드컵의 어두운 그림자

월드컵은 이제 더 이상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월드컵은 그 자체로서
스포츠산업과 관련된 초국적 자본들의 힘겨루기 장이 된 지 오래다. 경
기장 및 부대시설 건설에는 개최국(올림픽은 해당도시가 주최하지만,
월드컵은 해당국가는 단지 개최국이 되며 FIFA가 모든 행사를 주관한
다) 국민의 혈세가 엄청나게 쏟아 부어지는 대신, 그 이득은 장사꾼들
(초국적 자본과 FIFA)에게 떨어진다는 데에 월드컵의 극적인 비극이
숨어있다. 또한 월드컵을 후원하는 초국적 기업들에 의한 제3세계 노동
자 및 아동에 대한 착취는 이미 전세계적으로도 악명 높다.

맥도날드는 해피밀이라는 상품의 판매실적을 높이기 위해 디즈니 영
화의 캐릭터들을 장난감으로 만들어 함께 팔고 있다. 이것들을 주로 아
시아 지역에 진출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공장들 대부분은 십대
여성들을 고용하여 일주일에 70시간 이상의 노동을 시키며 고작 임금
은 4달러 가량을 지급한다. 이 금액으론 절대 생계를 꾸려갈 수 없으
며, 무엇보다도 공장의 열악한 환경과 과로로 많은 노동자들이 병에 걸
리고 있다. 통풍시설이 안되어 있어 많은 노동자들이 인형 자재에서 나
오는 먼지로 호흡곤란을 겪고 있으며 화학용매인 아세톤에 장기간 노
출되어 있어 의식을 잃기도 하고 간과 신장 등에 손상을 입으며 눈,
코, 목의 만성적 염증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에 진출해 있는 축구공 제조 회사인 아디다스
하청 기업들은 심각한 아동착취를 일삼고 있다. 파키스탄 시알코트 지
역의 축구공 생산에는 6세부터 14세 사이의 아이들이 축구공 만드는
노동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은 하루에 14시간 동안 똑같은 자세로 앉
아 무릎사이에 가죽 조각을 고정시킨 채 축구공을 꿰매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어두운 방에서 이 일에 종사하므로 대부분 시력에 문제가 생
기고 있으며, 바늘에 찔리거나 손과 손가락에 상처를 입으며 실을 잡아
당겨야 하므로 새끼손가락이 비틀어지고 등에는 심각한 통증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48,000원의 축구공에 대한 아동들의 노동 대가
는 고작 120원이다. 아동뿐만 아니라 스포츠 산업에 종사하는 아시아
지역 노동자들도 악랄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으며 관리자들에 의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자본과 권력은 공정한 룰에 의해 진행되는 스포츠의 운영원리를 내
세워 자신들의 반민중적 행위와 스포츠를 통한 이윤획득을 감추고자
하지만 진실은 감추어질 수 없다. 월드컵 대회를 통해 이득을 챙기면서
도 월드컵을 여전히 페어 게임의 장으로 선전하는 것은 즉각 중단되어
야 한다.

'노동자·아동노동 착취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 반대 공동행동'은
2002월드컵 기간을 맞아 월드컵을 후원하는 초국적 기업들에 의해 자
행되는 아시아 지역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고발하고 노동착취에 기댄
월드컵에 대한 반대를 위해 조직되었다. 아시아 지역에 진출해있는 초
국적 기업의 하청공장은 대부분 한국이나 대만, 일본 등이 운영하고 있
는 것으로 이들에 의한 아시아지역 노동착취는 가히 상상조차 하기 힘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우리와 같이 하청기업을 진출시키
고 있는 나라 국민들에게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공동행동에는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의 아시아 지역 하청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자신들의 실상을 밝힐 예정이다. 아시아
지역 단체들과 한국단체가 함께 하는 이번 공동행동은 '성공월드컵'과
'16강 진출'이라는 목표아래 축구에 대한 열광적인 분위기가 들끓고 있
는 한국 사회에 아시아 노동자 및 아동노동의 현실을 똑바로 직시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사실상 이러한 노력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2002월드컵을 향한 노동착취 초국적 기업 반대의 목소리는 유럽 및 동
시 개최국인 일본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되었다. 늦은 감은 있지
만 이제라도 다수의 대중들에게 선전되는 월드컵의 화려한 이면 뒤에
초국적 기업에 의해 자행되는 노동착취가 있음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
다. 축구로 인해 국수주의에 가까운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한국 사회에
판치는 상황에 제동을 걸고 상업적 선전에 민중들이 놀아나지 않게 하
는데 이는 필수 운동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기업들은 악명높은 노
동착취자이다. 이들은 초국적기업의 하청을 받아 아시아 지역에서 노동
자들을 고용하고 그들을 실질적으로 착취하고 있다. 초국적 기업의 전
세계 민중에 대한 횡포만을 문제삼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들 초국적
기업이 '손 안대고 코풀 수 있게' 하는 데는 아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
같은 중간 착취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동행동은 월드컵을 이윤추구의
장으로 종속시키는 초국적자본에 반대하며 실제 착취행위자인 한국기
업을 포함한 초국적기업 하청기업들의 노동착취를 규탄한다.

'안티 월드컵'에서 아시아 노동자 민중 연대로!

이 땅에 사는 어느 누구도 자본과 권력의 월드컵 공세로부터 자유로
울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정신이 이미 저들의 선전을 내재화했기 때
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아직 우리의 마음 속에 스포츠 본래의 이미
지가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월드컵은 더 이상 인류가
즐기는 순수한 스포츠가 아니며 자본과 권력의 합작품일 따름이다. 그
리고 때론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는 민중의 아편이다. 월드컵에서 이
득을 취하기 위해 자본과 권력은 많은 민중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
으며,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갈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감히' 월
드컵 반대를 말하고자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축구제전이 인류가 한
데 어우러져 즐기는 공동의 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최고도의 초국적 스포츠 및 미디어 산업의 세계적 축적의 장이 된
월드컵과 그것의 대행기구 FIFA는 해체되어야 한다. FIFA는 엄연한 세계화
추진기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정통적 세계화추진기구보다 어떤
면에서 더 큰 무소불위의 독점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FIFA의 이 같은
행위는 이미 세계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FIFA는 제3세계 아동들
이 축구용품을 만드는 일에 저임금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
으며, 스폰서 기업들이 노동자를 어떻게 취급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는 공장에서 진행되는 노동조건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더 이상 그들에게 본래의
스포츠 정신을 살릴 것을 기대하는 수고는 접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아동노동 착취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 반대 공동행동'은 이
번 행동 기간동안 제3세계 아동노동 철폐 및 노동자 착취 근절을 위한 선
전작업과 서명운동을 펼칠 것이다. 우선은 일차적으로 이것을 FIFA 및
초국적기업에 항의서한과 함께 보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 많은 공장을 진출
시켰고, 그곳에서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아시아 지역 노동자 민중들
간에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낸 노동계급 간의 위계화·분절화를
극복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하나의 연대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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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노동 , 월드컵 , 초국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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