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자료 조작, 암 발병 직원에 등돌린 SK

14일, 고(故) 송은동 유가족 서명운동 시작

5월 14일, 만약 남편이 살아 있었다면 가족끼리 조촐한 외식이라도 했을 남편의 서른 여섯 번째 생일이다. 하지만 김해정 씨는 유가족의 싸움을 지원하는 몇몇 지인들과 주인 없는 생일상을 치운 다음 집을 나섰다. 오늘은 남편의 직업성 암 사망 규명과 역학조사 확대 실시를 요구하는 대규모 서명운동 첫 날이다.

김혜정 씨의 남편 고(故) 송은동 씨는 지난 2월 25일 서른 다섯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94년 SK(주)에 입사해 생산직 사원으로 근무하다가 2000년 림프종 진단을 받고, 재발을 거듭한 끝에 사망했다. 근무하는 동안 벤젠, 톨루엔, 자이렌 같은 유기용제를 다루었고 이들이 발암물질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회사 측이 자료를 빼돌리고 근무 이력을 조작하는 등 ‘손을 썼기’ 때문이다. 장례를 치른 직후인 3월 4일부터 환갑을 앞둔 친정 아버지, 고시를 준비 중이던 막내 남동생까지 온 가족이 천막 농성을 시작했고 싸움은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날은 석유화학공단 노동자들의 출퇴근 길목인 야음3거리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한쪽에는 그간 함께 싸웠던 사회당이 설치한 SK 유가족 투쟁 사진 게시판을 세워 놓고, 다른 한쪽에는 대형 텔레비젼을 설치해 최근 방영된 KBS <추적 60분-어느 근로자의 죽음, 회사는 왜 진실을 은폐했나>을 틀어놓았다. 그리고 시장통을 구석구석 누비며 유인물을 나눠주고, 곳곳에 흩어져 서명을 받았다.
한 달이 넘게 꾸준히 시내에서 선전전을 했기 때문에 이미 많은 시민들이 이 싸움에 대해 알고 있다. 도로 저 편에서 경적을 울리며 유인물을 찾는 사람, 눈이 어두워 직접 못쓰겠다면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불러주는 사람, “아직도 해결 안 됐냐”고 혀를 차며 서명하는 사람. 특히 <추적 60분>을 본 시민들의 마음은 이미 유가족의 편으로 돌아섰음을 느낀다. “SK, 그마이 좋은 회사가 와 이러노!”

석유화학공단은 이제까지 울산에서 ‘손에 때 안 묻히는 노동자’로 통했다. 깔끔한 근무 환경, 부담 없는 노동 강도, 고액 연봉이 석유화학 사업장을 포장했다. 특히 SK는 명실공히 울산 최고의 사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송은동 씨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여러 가지 숨겨진 사실들이 드러났다.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면서 1천억 원을 내놓은 SK가 정작 작업 현장에 안전 마스크 하나 갖춰놓지 않았다는 사실, 대다수 노동자가 벤젠등 발암 물질에 무방비 노출됐다는 사실, 그래서 SK에서만 23명이나 되는 암 투병자,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울산 시민에게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내 남편이 SK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김해정 씨의 바램이 이번 대규모 서명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한 유가족의 힘겨운 저항으로 시작된 이번 싸움은 석유화학공단 전체 노동자의 건강권,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으로 새롭게 각인되고 있다.

이선이 / 울산노동자운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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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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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서빈

    안됬다이 바보갇은 김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