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대한화섬 정리해고 저지 투쟁위원회 의장 김형옥

정리해고에 맞선 싸움이 쉽지 않겠지만요. “우리가 조직력이 있어야 복직이 되든 뭐가되든 결론이 난다. 우리는 절대 흩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생계도 함께 해결하고 복직할 때까지 함께 투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태광·대한화섬 정투위가 다시 조직을 개편한 후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여 본격적인 복직투쟁에 시동을 걸었다. 그 시작이 서울 상경투쟁이었다.
정리해고 이후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솟구친다고 한다. 정문 앞에 낡은 음식점을 빌어 만든 정투위 사무실은 이제 해가 바뀌었지만 이상하게도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김형옥 태광 정투위 의장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현재 정투위 상황은?

지난해 10월 17일 이후 4차에 걸쳐 정리해고를 당하고 시간이 갈수록 힘든 상황이긴 합니다. 개인의 생계가 걸려 있다보니 조직력이 약화되긴 했지만, 반면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경우 싸워야겠다는 의식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 상경투쟁을 통해 재정비도 하고 이번 지자체 선거에 후보도 냈습니다.
현재 부산 지노위에 제출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5월 14일자로 모두 기각되었어요. 1차는 지금 중노위 계류 중이고, 2·3·4차는 오늘 중노위에 재심신청을 합니다.
정리해고에 맞선 싸움이 쉽지 않겠지만요. 처음에도 ‘3년은 가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6월 이후에는 실업급여도 끝나 생계 문제가 눈앞의 큰 어려움으로 닥치고 있지만 조직적으로 해결할 방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아직도, 상경투쟁을 하던 와중에도 희망퇴직으로 전환하라고 치고 들어옵니다. 정리해고자 수를 줄이려고요.
“우리가 조직력이 있어야 복직이 되든, 뭐가되든 결론이 난다. 우리는 절대 흩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함께 생계도 해결하고 함께 투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 회사에서 홈페이지에 신규채용 공고를 냈다가 삭제했다는데...

사실 태광 자본이 해도 해도 너무했어요. 정리해고·징계해고·강제희망퇴직까지 전체 인원의 50% 이상을 잘라냈는데요.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은 잔업뿐 아니라 개인 휴가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가동률이 높은 상황입니다. 갈수록 흑자를 남기는 회사죠.
처음 신규채용 공고를 보고 연락을 했을때는 “참 곤란하다. 입장이. 어떻게 애기해주기 어렵다.”는 관리자들이 있었어요. 그 후 바로 회사에서 손을 썼겠지요. 이제는 “그런 사실 없다”하고 홈페이지에 개제된 신규채용 공고도 삭제했더군요.
현재 회사는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사실 희망퇴직자들도 정리해고자입니다. 회사는 이들을 계약직으로 다시 쓰고 있는데요. 이것도 사실 불법 아닙니까? 똑같은 일을 하는데 계약직이라니요. 특수 파트인 공무·전기·발전 이런 곳은 대다수 희망퇴직하여 계약제로 전환해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회사와 싸움뿐 아니라 갈수록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될 터인데, 한편으로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너무 갑자기 무너져 민주노총도 탈퇴되고, 심지어 노동조합이 우리를 업무 방해로 고소·고발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 말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는다면, 회사 측의 회유와 협박에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저는 자신하고 있습니다.

□ 서울 상경투쟁을 다녀온 소감은?

13일부터 일주일 계획으로 구미를 거쳐 서울로 상경투쟁을 다녀왔는데요. 월드컵과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호응이 좋았습니다.
길거리에서 비도 맞아가며 어려움도 많았지만, 타지에서 같이 지내다 보니 동지애도 새롭게 느끼고 조직적 결속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 서울에서 여러 투쟁사업장 동지들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해투에 갔을 때 만난 일진 아산 동지들이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그 동지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해부터 1년 넘게 회사가 위장폐업으로 공장 폐쇄까지 했는데도 97명이 끝까지 싸우고 있었어요.
서울에서 한달이 넘도록 투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지금까지 노는 투쟁을 했구나, 조건이 좋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우리만 해고 효력을 다투며 싸우고 있는 것처럼 느꼈었는데, 우리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도 더 강고하게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며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 조합원 자격 문제는 어떻게 되었나?

상경하는 길에 구미를 거쳐 먼저 화섬연맹에 갔는데, 가자마자 조합원 자격 문제가 쟁점화되었습니다. 조합원 자격을 준다, 중노위 판결을 떠나 복직 시점까지 준다는 것으로 내부 논의가 이루어졌다 합니다. 대의원 대회에 정식으로 상정해 복직되는 날까지 조합원 자격을 주는 절차가 아직 남아 있다고 하구요.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이렇게 생각해요.
우린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싸우다 정리해고 되었습니다. 화섬연맹이나 민주노총, 어느 차원에서도 기본적으로 우리를 안고 함께 할 마음만 있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원 자격을 분명히 하면 사측이나 반대편에서 건다는 얘기도 하는데, 그러면 싸우면 되는 것이지 피하거나 늦춘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민주노총 중앙이나 화섬연맹이나 지금 하고 있는 싸움이 불완전노동·비정규직 철폐, 영세 사업장이나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힘을 더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우리 태광 문제 역시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너무나 상식적인 문제로 작년 울산을 달구며 투쟁했던 해고자들이 두 번 상처를 입은 셈이죠.
더 못한 사람을 이끌어가고, 더 열악한 조건에 있는 비정규직·불완전 노동자를 함께 안고 가는 것이 노동운동 아닙니까? 태광 정투위 문제는 위에서 조금만 고민한다면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 심사숙고하리라 믿습니다.

□ 월드컵과 지자체 선거가 눈앞에 있는데, 이후 계획은?

우리는 남구 야음·선암 지역으로 해고자 중에 후보도 냈습니다. 선거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것이죠.
월드컵 시기에는 1인 시위마저도 극도로 제한한다는데, 우리가 느끼기에는 월드컵이나 지자체 선거 등 워낙 큰 바람이 부니까 해고자의 삶이 묻힐까 우려됩니다.
이번 상경 투쟁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국회까지 항의 서한을 전달하러 갔었는데요. 이들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집권, 당선 그 자체에만 혈안이 되어 있더군요. 심지어 이렇게 말합니다. “노동조합 활동도 선거철 되면 안하는 것 아닙니까?”
노동자가 탄압받고, 노동자·서민의 삶이 어떻게 되고 있는가는 정말 안중에도 없구나 확인했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현재 노동부, 남구청, 시청 등지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요. 우리 복직 싸움은 울산 시민 전체가 “태광산업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알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월드컵과 지자체 선거를 철저하게 활용해 선전전을 강화하는 등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 생각입니다.

□ 진보진영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정한 진보 정치의 초석을 다지려면 선거용으로 반짝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노동자·서민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지금 얘기하는 것이 생각하는 그대로라 믿고, 그 마음 항상 변치 말기를 바랍니다.
선거 때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미흡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늘 민주주의와 진보 정치의 확고한 모습을 간직하고 보여주길 바랍니다.
한편 선거 시기가 가까워 올수록 ‘구조조정 반대, 정리해고 철폐’ 등 우리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한 주장이 퇴색하고 지역 공약이 주로 등장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진보정치는 당락에 그 목적을 두어서는 안됩니다. 그럴 거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 다른 점이 무엇이겠습니까? 당락을 떠나 우리 노동자 문제를 전면에 내걸고 싸우고 뭉치고 힘이 되는 것이 진보정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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