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인권 인권주평> '그의 잘린 손목은 삶이었네'

나 미리 / 전북지역일반노동조합 위원장

어느날 사무실로 한 중년의 노동자가 찾아왔었다. 추운 겨울도 아닌데 손이 시려울 정도로 차가운 날씨도 아닌데 그 분은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그 남자분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다가 대뜸 '손가락 하나에 얼마나 가냐?' 고 물으셨다.

아! 그제야 나는 그분이 오른 손을 바지주머니 속에 내내 감추고 있었던 이유를 알아차렸다. 손가락 하나가 아니라 손목이 통째로 절단 된 사연을 듣고 있던 나는 당장이라도 사업주를 찾아가 요절을 내고 싶었다.

보상은커녕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임금까지도 체불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쿵쾅거려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분은 다시 오겠다며 평온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가더니 다음 날, 40대 아주머니 한 분을 데리고 오셨다. 그 분 역시 오른손에 털장갑을 끼고 계셨다.

그분들이 다녀간 후 며칠 뒤 이번에는 10여명의 늙은 노동자들이 우르르 사무실로 몰려왔다. 그동안 일한 임금과 퇴직금 등 4천만 원 정도를 못 받았다는 것이다. 또, 그 사업장이었다.

피땀흘린 노동이 털리고 손목은 잘리고

김제 농공단지에 있는 유한회사 '비'라는 사업체인데 대우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하청의 하청 격인 사업장이었다. 영세한 업체들이 그렇듯 이 사업체에서도 다른 업체에서 꺼리는 일거리를 여기저기서 주문 받아 조립을 하거나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동네아주머니, 아저씨들을 모집하여 산업안전 교육도 안 시키고, 안전장치도 없는 구식 프레스기계를 사용하여 노동자들의 손목을 싹둑싹둑 잘라먹고, 입을 싹 씻었던 것이다.


그분들이 앞장서서 나를 데리고 간 사업장에서 나는 또 한번 깜짝 놀랐다. 내가 만난 그 사업주는 나이 40세로 돈 한푼 투자하지 않고 회사를 '거져' 운영하고 있었다.

3류 영화 같은 그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그는 몇년 전 부도로 쓰러져가는 회사를 그 당시 직원들이 구사운동을 하여 살려내자 월급사장 격으로 자리를 차고앉았다.


그 후 자기와 자기부인 그리고 직원 중에서 돈을 빌려준 어떤 노동자 등 3사람 이름으로 주식회사 '유비'를 만들어 세무서에 신고를 냈다. 그 후 납품회사로부터 돈을 못 받았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했다.

물론 산재사고가 나도 위로 한마디 없이 그들을 내쫓았다. 기계들도 임대로 갖다가 쓰는 등 투자라곤 전혀 하지 않았다. 운영비가 모자랄 때는 직원 중 이사로 되어 있는 사람 명의로 돈을 몰래 대출 받아썼다.

때로는 직원들의 고용보험을 공단에 내지 않고 횡령하였다. 심지어는 고물을 수거해 가는 고물장수에게 고물을 가져가는 대신 보증금(2천만원)을 내놓으라고 하면서 몇 개월에 한번씩 보증금을 늘려(4
천 2백만원)가다가 어느 날 말도 없이 다른 고물장수에게 고물을 넘기고 또 다른 사람한테 보증금을 이중으로 받아 챙겼다.

보증금을 떼인 그 고물장수는 1급 시각 장애인이었다. 그래도 돈이 모자라자 이제는 멀쩡히 살아있는 주식회사 '유비'를 폐업해버리고 다음날 유한회사 '비'를 차려놓고 그전에 있던 노동자들의 퇴직금이며 체불임금을 떼어먹으려 했던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처남을 유한회사 '비'의 사장으로 신고만 했을 뿐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게 하고 자기가 실제 사장노릇을 하면서 자기부인은 경리업무를 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악덕업주를 엄단하겠다는 정부는 콧방귀만

체불임금을 받으러 갔던 우리들은 지금도 2-3개월씩 임금이 체불되어 있으면서도, 안전장치도 없는 구닥다리 기계 앞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노동자들을 보았다. 그들과 함께 그곳에서 하룻밤을 꼬박 세우고 나서야 체불임금을 해결해 주겠다는 확약서를 사업주로부터 받아냈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확약서 이었다.

왜냐면 해당 사업장을 지도 감독해야 할 익산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우리가 신고를 해도 와보지 않고, 수없이 산재사고가 나도 기업주는 처벌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게 해달라고 진정을 해도 서류로만 접수를 받아놓으면 그만이니.

악덕기업주를 양산하는 노동부, 세무서, 검찰 그들이 악덕기업주를 색출하여 엄단하겠다는 확약서를 써준 것이 아닌 이상, 우리가 받아낸 확약서는 사기꾼인 기업주가 그저 노동자들의 농성이 귀찮아 한 장 써준 낙서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찢어버릴 수도 없는 확약서.

바람에 휘날리는 종이 한 장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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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호

    쓰레기 같은 놈들이 잘 사는 세상

    그래도 자기 식구들 앞에선 순진한척 할 것이다.

    헌데 100% 악한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

    나도 가만 보면 어떤 곳에선 천사같이 행동하고

    다른 곳 다른 사람 앞에선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행동한다

    익명성이 보장되서일까

    인터넷등을 통해 성범죄자들의 신상이 공개되는 세상이지만

    위에 적힌 인간들의 신상은 그들의 삶의 터전에서 공개되어야 한다

    김제 지역이라면 그곳 사회 단체나 종교단체 등과 연대해서

    그놈들의 텃밭에 똥칠을 해주어야 할것이다

    연대의 힘을 발휘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발휘되면 막을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