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노무현돌풍

2002년 한국정치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현상이 등장했다. 그것은 새천년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추동해 낸 것이다. 이 변화를 가리켜 일각에서는 인터넷이 노무현돌풍의 주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1. 노무현 돌풍과 인터넷

2002년 한국정치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현상이 등장했다. 그것은 새천년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추동해 낸 것이다. 이 변화를 가리켜 일각에서는 인터넷이 노무현돌풍의 주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터넷과 노무현돌풍의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분석하면서 소위 전자민주주의의 한계와 그 조건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표이다.

우선 변화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 시작했다. 그것은 국민참여경선제이다. 이 제도의 선악을 떠나서 2002년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제는 당내의 지배적인 집단에 쉽게 종속되어 당의 의사가 일부 당내 기득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협소한 의사결정구조에 변화를 준 것이다. 즉,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넓혀 놓음으로써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당내 의사가 확정되지 못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시민적 관여가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열린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첫째는 제도의 변화이고, 둘째는 변화의 방향이며, 셋째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시대적 요구이다. 앞의 두 문제는 이미 설명한 것이나 다름없고, 문제는 마지막 요소를 해석하는 과정에 있다. 과연 시대적 요구란 무엇인가? 그것은 역시 구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한 시민적 욕구의 증대가 아닐까? 그래서 그것을 참여민주주의의 한 단면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구질서의 타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경선과정에서 과열 조장되었던 색깔 덮어쓰기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유권자는 이미 반공이데올로기의 포로상태에 놓여 있던 구질서로부터 탈출하여 탈냉전의 지평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안티조선 등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미시적이라 할지라도 구질서의 작태를 보이는 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시민운동의 형태로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온 유권자의 힘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2002년 시민적 관여의 폭을 넓힌 제도의 변화는 처음부터 구질서적인 작태와 친화적인 후보는 설자리가 없도록 만든 것이다. 그 선택이 노무현으로 나타난 것은 노무현의 정치적 태도가 변화한 유권자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노무현 돌풍과 인터넷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만 상관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것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국민참여경선제가 선택될 수 있는 것은 인터넷이라는 기술적 기반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참여신청을 받고, 인터넷으로 추첨하고 인터넷으로 공지하는 등 인터넷이라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인터넷으로 투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리기도 했다. 둘째, '노사모'와 같은 새로운 현상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노무현지지를 확산시킬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래서 노사모가 돌풍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역사에서 일반대중이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없었듯이 주인공은 노무현과 노사모로 귀결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정당화의 근거를 '인터넷'으로 뭉뚱그려 설명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돌풍은 인터넷이라는 테크놀로지에 핵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테크놀로지는 시대적 요구의 장난감과 같은 것이다. 노무현 돌풍과 인터넷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핵심은 '인터넷세대'라는 용어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노사모를 바라보는 시각

노사모는 안티조선, 붉은 악마와 같이 우리시대의 상징적 존재로서 의의가 있다. 그 상징성은 인터넷 사용자 및 한국의 유권자집단이 정치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변화를 보여준 집단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즉, 사이버정치인팬클럽으로서 노사모의 의의를 설명하는 것이다. 노사모는 그러한 인터넷세대의 대표적인 표현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사모는 인터넷세대의 시대적으로 국한된 대변자로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가교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사모의 또 다른 의의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2000년 실시된 4.13총선이 총선시민연대에 의한 부정의 담론에 기초한 시민의 정치관여 운동이었다. 그리고 그 운동은 인터넷을 활용하면서 시민운동에 대한 시민의 참여방식의 새로운 전환 및 전형을 보여주었다. 다른 한편으로, 4.13총선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에 대한 납세, 국방, 전과 등의 기록을 인터넷을 통해 발표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발표한 것이 갖는 의미는 그 기록이 선거기간 내내 누구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2년 뒤 인터넷을 통한 시민의 정치적 관여방식의 중대한 변화가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사모'라는 노무현후보 사이버팬클럽인데,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한 후보를 지지하는 사이버공동체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부정의 담론에 기초한 운동에서 긍정의 담론에 기초한 운동으로 사이버공동체의 정치적 관여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파시킨 전도사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그 단체가 앞으로도 그러한 적극적 운동(positive campaign)을 전개할 것인지, 아니면 집단적 시위형식의 상대후보에 대한 부정적 운동(negative campaign)으로 전락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나는 누구를 이러한 이유에서 지지한다'고 선언할 수 있는 나만의 매체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노사모가 기존의 '사조직'과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인터넷세대가 시대의 주체이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보이고 있음이다. 그것을 정치적으로 담아낸 첫 번째 사례가 안티조선이고, 두 번째 사례가 노사모이며, 그것을 사회적으로 담아낸 것이 붉은 악마이다. 그 주체이고자 하는 욕구가 정치적으로 분출될 수 있는 기점은 균열라인의 형성이다. 그것은 구질서에 대한 저항이며, 신질서에 대한 도전이고, 참여이다. 이것이 인터넷세대의 특징이다. 그 특징은 이미 87년 민주화운동에 의해 배태되었고, 인터넷시대로 형질전화되어 작동되는 시대의식인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인터넷이라는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인터넷시대의 시대정신인 것이다. 그것을 정의하고 그것을 사회에 반영할 수 있는 균열의 장을 열어야 한다.

우리는 안티조선-노사모-붉은 악마라는 일련의 현상에 개입되는 수많은 설명들에 대해 스스로 변수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나친 배타성, 사리사욕의 현상, 상업성, 고결성, 순수성 등과 같이 부정적인 정의나 환상적인 정의 등을 사상(捨象)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안티조선-노사모-붉은 악마 및 앞으로 등장할 수 없이 많은 이러한 현상들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 한계는 시대정신의 국면적 표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영원성을 지닐 수 없는 한계이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의의가 있는 것이다. 안티조선-노사모-노무현-붉은 악마 그 무엇도 이러한 시대정신으로부터 이탈하는 순간 그 동력은 순간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3. 인터넷과 민주주의

인터넷을 테크놀로지로 이해하는 한 인터넷과 민주주의는 발전적 의미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설령 인터넷이라는 테크놀로지가 지금의 대의제민주주의에 도입되어 절차적인 한계를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고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전자투표를 도입한다고 해서 투표율이 향상되거나 국민의 의사가 '잘' 반영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 역시 없다. 테크놀로지는 '권력'에 의해 민주적 혹은 비민주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대상물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터넷이 전자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전자민주주의를 더 이상 인터넷이라는 테크놀로지의 향유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단순히 절차에 의탁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전자민주주의가 의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구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로서 민주주의의 발전적 전망으로 기능할 때 의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민주주의는 인터넷을 통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전자민주주의는 인터넷시대의 민주주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민주주의여야 한다. 전자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이다.
박동진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pdj426@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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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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