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공장 비정규직(사내하청) 문제, 어떻게 투쟁해야 하나(1/2)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


울산노동자신문은 지난 5월 23일 현대자동차 배냇골 동지회 사무실에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준), 울산지역 비정규직 노동자 모임, 신자유주의 분쇄 울산지역 공동투쟁실천연대 공동주최, 민주노총 울산본부 미조직 특위 후원으로 열린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투쟁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 발표된 글과 자유토론의 내용을 요약해 세 차례로 나누어 지면에 옮겨 싣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철폐와 정규직화 투쟁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울산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① 대공장 비정규직(사내하청) 문제, 어떻게 투쟁해야 하나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
②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를 위하여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모임 / 현대자동차에서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를 위하여 :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③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 투쟁 활성화를 위하여 : 현대자동차 민투위 비정규직 사업팀 / 자유토론


1. 대공장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점

(1) 대공장 비정규직 문제는 결국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문제이다.
(2) 대공장 비정규직 문제는 지금까지의 노동운동 관행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한다.
(3) 대공장 비정규직 문제는 ‘목적의식적인 전국조직화’라는 관점에 입각해야 한다.

2. 그동안 사내하청 투쟁과 조직화에 대한 평가

(1)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내하청 노동조합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비정규노동조합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노동조합이었다. 그 어디보다도 생존의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조합원들이 고숙련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에 임의 계약해지가 어렵다는 점이 있었다. 대체인력을 마련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자본은 1년간 비정규노동조합을 인정한 후 1년 만에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해야 하는 부분은 투쟁의 마무리에 대한 것이다. 투쟁이 끝난 이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투쟁의 성과는 그 어디에도 축적되지 않았다.

(2) SK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은 현장의 다른 비정규직들을 재조직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울산에 내려가서 현장 비정규직 동지들을 조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선전전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왔고 주체를 세우고자 했다. 비록 사측이 이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면서 조직확대에는 실패했지만 현장의 비정규직을 새롭게 조직하고자 노력했던 이 사례는 매우 의미가 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노동조합의 조직이 확대되지 않았다는 한계는 매우 크다.
그리고 두 번째 의미는 정규직과의 연대에서 모범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에서는 파견법의 정규직화 조항에 지나치게 기댄 측면이 있다.

(3)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조합

끈질기고 완강한 투쟁으로 노동부로부터 (주)캐리어에 대해 불법파견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리도록 만들었고, 나아가 2년 이상 계속 근무한 100여명의 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시키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이는 용역파견노동자가 정규직화를 쟁취한 첫 사례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또한 파견법 제정 이래 처음으로 원청회사 임원과 하청업주를 구속시킴으로써 앞으로 있을 다른 사업장의 투쟁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했다.

(4) 신호제지 노동조합

신호제지 사례가 주는 가장 큰 교훈으로 많은 사람들이 준비과정의 치밀함을 이야기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주체를 발굴하는 작업, 발굴된 주체들에 대한 교육사업, 사내하청 고용불안에 대비한 단협안 개정 등 2년여에 걸친 치밀한 작업이 매우 주요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교훈이 있다. 그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가 비정규직 조직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신호제지 노동조합은 워크아웃 상태에 들어가면서 위축되지 않고 98년 제지사업부 40명을 도급화하려는 계획을 저지시켰고 99년에도 450명을 도급으로 전환시키려는 것을 막아냈다.
노동조합의 현장투쟁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들도 “사내하청을 조직하고 함께 투쟁해야 우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노동조합의 설득을 쉽게 받아 들였고 함께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교훈은 한번 조직화를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화 쟁취’를 통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분할구도를 완전히 깰 때까지 쉬지 않고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한다는 점이다.

3. 투쟁과 조직에서 문제가 되는 점과 방향

(1) 법·제도적 문제들

① ‘규약변경’ 방침이 갖는 한계

규약변경을 통해 기존 노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켰다 하더라도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적용예외규정이 명시되는 한 실제 규약변경을 통한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그 의미를 잃게 된다.

②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점

실질적인 사용주는 사용업체인데도 불구하고 그 업체를 대상으로 노동조합의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활동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것이다. 고용사업주들의 경우 원청의 중간관리자 역할 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청은 자신들이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에 나서지 않고, 고용주는 자신들은 중간관리자에 불과하다며 교섭을 해태하기 때문에 실질적 교섭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③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업체 폐업과 계약해지, 부당해고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과 투쟁에서 제도적 한계는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신호제지처럼 정규직 노조에서 죽을힘을 다해 단협에서의 보호조항을 만들어놓지 못한다면 일방적 계약해지의 위협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이 문제를 돌파하고자 한다면 둘 중 하나밖에는 대안이 없다.
첫 번째, 민주노총에서 책임지고 사내하청을 조직하며 만약 한 업체라도 노조활동을 이유로 폐업을 하거나 계약해지를 당한다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일방적 계약해지를 받아들이고 다만 끝까지 끈질기게 투쟁해서 자본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결의이다.

(2) 자본의 분할이 작동하는 시스템의 극복방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는 그 차이를 극대화하고 둘 사이의 분열을 획책하고 일상적 분할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는 자본이 있다. 분할의 기저에 있는 것은 정규직의 허위의식이 아니라 자본의 책략이다. 이러한 자본의 책략을 극복하고 계급적 연대전략을 재구축하는 것이 현재의 과제이다.
결국 문제는 정규직 노동조합이 철저한 태도를 갖고 정규직을 설득하고 비정규직을 조직해서 공동의 힘으로 구조조정을 분쇄하겠다는 결의를 갖는 것이다.

(3) 조직 주체를 세우기 어려운 조건

비정규직에 대한 극도의 차별은 비정규직이 전혀 회사에 애착을 갖지 못하게 만든다.
일상적인 차별 뿐만 아니라 정규직 조합원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고용안전판으로 이용된 경험들도 정규직에 대한 불신을 깊게 했다. 비정규직의 고용형태가 불안정하다는 점도 비정규직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자본의 분리구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깊은 무력감에 젖게 만들어서 스스로를 투쟁으로 조직할 수 없도록 한다.

(4) 조직형식의 문제

- 간접고용의 경우 고용계약상의 사용자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조직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 간접고용 조직화에 있어 어떤 형태가 좋은지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5) 투쟁요구의 문제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조 요구안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을 야기하기 쉽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노조의 요구는 자본에겐 매우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에 엄청난 거부반응을 보인다.
정규직화 요구를 받아들이면 이후의 구조조정 일정에 반대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정규직화 요구를 포기할 것, 비정규직 조직화를 포기할 것을 제안하고 유혹한다.
자본이 교섭과정에서 이렇게 대응할수록 ‘비정규직 때문에 우리의 투쟁이 길어진다’는 불만이 조합원들 사이에 퍼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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